|
|
안암스카이원정대-용돈 받는 날
용돈 받는 날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 4장8절) 다음은 2003년에 2월 18일 화요일에 있었던 대구지하철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낭독되어진 한 여학생의 이야기 입니다. 그날은 한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 받는 날이었습니다. 수학여행이 얼마 안남은 때라 넉넉한 용돈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에 쥐어진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원이었습니다.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3만원 가지고 무얼 하라는 건지. 한바탕 엄마에게 화풀이를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집을 나섰습니다. 수학여행에 평소 쓰던 가방 가져가는게 민망했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교실에 도착했습니다. 짝이 용돈을 넉넉히 받았다며 자랑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속에서 불이났습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짝이 말했습니다. "나 오늘 수학여행 때 가져갈거 사러 가는데 같이 안갈래?"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기 싫어서 친구를 따라갔습니다. 한창 아이쇼핑 하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괜히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약 30분 후 다시 벨이 울렸습니다. 엄마였습니다. 이번엔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습니다. 화낌에 배터리까지 빼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괜히 화를 낸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방은 옆집 언니에게 빌릴 수도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었습니다. 아참! 엄마가 오늘 일나가셨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평소처럼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드라마가 나와야 할 시간인데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속보였습니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불이 번져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계속 지하철 참사에 대한 뉴스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습니다.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 연결음만 계속되었습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 꺼버렸던 핸드폰을 다시 켰습니다. 문자가 다섯 통이나 와 있었습니다. 엄마가 보낸 문자도 두통이나 있었습니다. 엄마가 보낸 첫 번째 문자를 열었습니다. "용돈 넉넉히 못 줘서 미안해. 쇼핑센터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중이야. 신발하고 가방 샀어."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두 번째 문자를 열었습니다. "미안하다. 가방이랑 신발 못 전하겠어. 돈까스도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 내 딸아... 사랑한다..." 엄마도 지하철 참사의 희생이 된 것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학교 여학생입니다. 그저 평범한 학생입니다. 남들이 갖고 있는것 갖고 싶고, 똑같이 멋부리고 싶은 나이입니다. 그녀가 집안 형편을 잘 알았다면 오히려 감사하고 만족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이렇게 화내고 불평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엄마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문자에는 엄마의 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절절합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이와 같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도 이렇습니다. 독생자를 아끼지 않고 내어주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못해주실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학생의 어머니에게 나름대로의 형편이 있었듯이, 하나님께도 우리를 향하신 선하신 뜻이 있습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해야 합니다.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서로의 어떤 허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 4장8절)" 하나님의 우리를 향하신 사랑을 기억한다면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기억한다면 못마땅한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못마땅한 상황도 만족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 있는 동안 우리가 힘써 해야 할 일은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것입니다. 조건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덧입은 사람이라면 그 사랑의 힘으로 누구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5:12)’ 후회 없는 삶이란?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삶입니다. |
| 
|
종된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