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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사와 구속사에 대한 짧은 에세이(1)
- 이 글을 올리면서 - 아래의 글은 세속사와 구속사에 관한 짧은 에세이이다. 말은 짧다고 했지만 사실 '한글'로 8페이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세속사와 구속사라는 큰 제목을 놓고 볼 때 짧은 글이라는 것이다. 이글을 여기 올리는 이유는 본글의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하나님 안에서 좀더 진지하고 의미있게 여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글의 처음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나의 BC 시대의 간증에서 시작한다. ======================================================= 세속사와 구속사에 관한 짧은 에세이 “...요셉도 다윗의 집 족속인고로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를 향하여 베들레헴이라하는 다윗의 동네로 그 정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하러 올라가니....”(누가복음 2:4-5) 1979년 10월 26일 아침 신문 1면에는 ‘박대통령 유고’라는 커다란 기사제목이 나왔다. 그날 나는 회사 업무 차 동숭동 마로니에 길을 낙엽을 밟으면서 자동차보험조합을 다녀오고 있었다. 나는 그날 신문기사를 생각하며 마뜩한 정신충격을 느끼면서 ‘드디어 한 독재자가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내 머릿속에는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였고 다른 하나는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박대통령과 나의 인생의 운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1975년 4월 학내에서 유신반대 시위를 하다가 긴급조치에 걸려 학교에서 그때까지 제적된 상태에 있었다. 내 인생의 격변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내 인생 스토리 속에 세속사와 구속사의 만남의 시작이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그것은 본격적으로 내 인생 속에 하나님이 침투해들어오는 사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하나님은 ‘박대통령 유고’라는 그 신문 머릿기사를 시작으로 나에게 다가 오시고 나를 만나시고 나를 당신의 구속사 속으로 끌어오셨다. 학교에서 제적된 후 나의 생활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적된 이후 관할 경찰서의 형사가 집으로 방문해와 나와 대화를 하며 나의 사상성과 생활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형사는 데모하는 학생들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라 나를 까다롭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이 일은 정말 내 마음 속에 참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나라로부터 감시받는 사람이 되었다니 말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몇 주 되지 않아 나는 충북 지방병무청으로부터 신검통지서 전보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병무청에 내려가 담당 공무원과 면담을 했다. 내가 데모한 학생 아무개가 맞느냐, 군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 당시 앓고 있던 폐결핵을 이야기 했다. 나는 폐결핵 때문에 1년 휴학을 했었고 그 당시 완전히 치유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담당공무원은 바로 나를 차에 태워 조치원 국군통합병원에 데려가 X-ray를 찍게 했다. 그리고 계급이 대령인 군의관 - 아마 그가 병원장이었던 것같다 - 과 서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나의 병적기록 카드의 신검사항 난에 ‘갑종’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병무청에서는 내게 일주일 후 입영하라는 입영통지서를 발급해주었다. 당시 나는 제적을 당한 후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몇 번 마셨었는데 그때 나아가던 폐결핵이 악화 되어 가고 있었다. 영장을 발급받을 당시 나는 사실 군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내 폐의 상태는 동공이 생길 정도로 병이 심했다. 그러나 군통합병원에서는 나의 폐의 건강상태를 첵크하고도 바로 ‘갑종’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판정을 내려주고 병무청에서는 그런 내게 입영장을 내어준 것이다. 나의 건강상태가 어떠하든 그들은 정부 방침대로 그렇게 한 것이었다. 나는 소위 말로만 듣던 강제징집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이렇게 나처럼 강제징집에 되어 군에 들어간 학생들 중 더러는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고, 최전방으로 끌려가 죽도록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어쩌면 내게 곧 다가올지도 모를 죽음을 생각하며 담담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죽을 마음의 준비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은 생각해보니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다니!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구나! 이제 나는 어떻게 될까? 일주일후 나는 입영했다. 영내 어느 길가에 함께 들어간 장정들과 줄지어 서 있는데 지나가던 훈련병 누군가가 우리 앞을 지나가면서 ‘너희 중에 데모하다고 들어온 놈 있냐? 죽은 줄 알라’고 말했다. 훈련 중 데모한 사람들을 괴롭히는가 보다. 과연 소문대로 뭔가 큰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 일 말이다. 그런데 그날 입영한 사람들 중에는 나처럼 데모하고 강제입영 된 학생이 두 명 더 있었다. 하나는 서울사대 다니던 학생이었고 다른 하나는 건대 ROTC를 하고 있던 학생이었다. 입영 첫날에 입영한 사람들 모두를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다시 했다. 입영은 했지만 지금 과연 훈련에 적합한가 각 사람의 건강상태를 다시 체크하는 것이었다. 그때 의무대 군의관은 몸이 아픈 사람은 말하라고 해서 나는 그에게 나의 폐결핵을 말했다. 그러자 그는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며 ‘내일 조치원통합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고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 병원은 일주일전에 갔던 똑같은 병원이었다. 그리고 그날 입영장정들이 각 내무반에 배치된 후 저녁 때에 서울 사령부에서는 내가 입영했는지를 확인했고 데모한 다른 두 학생들과는 내무반을 달리 배치했다. 그놈들 같은 내부반에 모여 있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날 한 사병과 함께 조치원 통합병원으로 정밀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거기서 나는 한 젊은 군의관으로부터 ‘병종’ 곧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는 나의 병 상태를 살펴 그대로 판정을 내려준 것이다. 내 병적카드에는 일주일전 날짜에 ‘갑종’ 판결 도장이 찍혀있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그 도장 아래 ‘병종’ 판결이 찍히게 되었다. 그 군의관은 나에게 학생이냐며 이제 군 면제 받았으니 돌아가서 안심하고 건강회복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병영에 입영한지 사흘째 되는 날 나는 귀향통지서를 받고 병영을 빠져나와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무엇인가 내 인생의 아주 큰 위기 하나가 지나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때 폐결핵 때문에 귀향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훈련 도중 내내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나는 비교적 소신파에 속하는 편이라 그때 고개 숙이지 않고 데모한 것을 잘못했다고 말하지 못하다가 어쩌면 정말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군을 빠져 나온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어섰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 가면서 이제 건강회복에 힘쓰며 언젠가 복학할 날을 대비해 열심히 공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3 개월후 그때가 10월쯤 되었던 것 같은데 나는 다시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입영했다. 그때 나는 지난번과 같이 폐결핵을 말하고 또 신체정밀 검사를 받았다. 똑같은 병원의 지난 번 그 군의관은 나를 보면서 ‘몸이 그런데 왜 다시 들어왔느냐’며 또 ‘병종’ 판결을 내려주었다. 나는 다음날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날밤 늦게 내무반장이 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나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뭔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대화 도중 그는 내가 데모로 강제 징집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에게 ‘너는 이번에 나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군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자기 손톱과 발톱 상한 것은 보이면서 자기는 삼선개헌 반대로 군에 끌려왔는데 아직까지 제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삼선 개헌이 1969년이고 내가 데모로 그렇게 된 때가 1975년이니까 6년이 지난 것이다. 그동안 그는 군생활을 하면서 방첩대에 수시로 끌려가서 손톱 발톱 등 몸 이곳 저곳에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그동안 그가 배운 말은 “예, 예,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를 제대시켜준다고 했단다. 그는 당시 병장계급장을 달고 있었고 내무반장까지 할 정도가 되어 이제는 정말 방첩대에서 놓여있는 것같았다. 나는 그 다음날 ‘너는 나가면 절대 군대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듯한 가운데 귀향통지를 받고 군부대를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은 병역면제이지만 이번에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또 언제 영장이 나올 줄 모르니까 말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정부 관리대상 리스트에 확실히 올라갔구나 하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 나는 병무청으로부터 다시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았다. 심한 좌절이 왔다. 끈질기게 괴롭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신체검사에서는 내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을종’ 판결을 내주었다. 그때는 입영통지서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일년후 나는 방위병 근무 소집영장을 받았고 그렇게 해서 나는 험산준령 넘듯 병역을 마치게 되었다. 마침내 군에서, 통제에서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제대하면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학교였다. 그당시 데모했던 학생이라해도 보통 군제대후에 복학을 시켜주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데모로 제적된 사람은 복학이 안된다고 한다. ‘이 정권이 바뀌기까지는....’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복학의 꿈을 포기했다. 도무지 이 정권이 언제 바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친구의 소개로 한 회사에 들어가 무역부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아침 나는 그렇게 박대통령 유고의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복학을 하게 될까? 과연 유신정부 때 데모로 제적된 학생들이 모두 복교가 허락된다는 정부방침에 나는 포기했던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나는 그 당시 교회를 다니지 않았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막연하게나마 하나님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당시 주기도문을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뭔가를 몰라도 ‘이렇게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자주 주기도문을 외우며 지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을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하면서 말이다. 1980년 나는 대학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하나님, 이제 나를 어떻게 하실건가요?” 내가 대학을 복학한 이유는 다른 것 없었다. 철학책을 많이 읽고 나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제 책을 마음껏 읽게 되어 그것이 감사했다. ‘4년 내내 도서관에서 책만 읽고 나오자.’ 그것으로 대학생활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복학을 해보니 캠퍼스는 어두선하기만 했다. 학생들은 전두환 문제로 거의 매일 학내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복학 후 학기 초에 같이 복학한 학생들 모임에 두어번 나가보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함께 데모대를 만들고 이끄는데 끼어들지는 않았다. 내 목표는 대학 4년 내내 도서관에서 책읽다 졸업하는 것, 이미 이 방향을 굳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이 또 생긴다. 전두환이 5.17 휴교령을 내려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이다. 그리고 계엄사령부에서는 데모했다가 복학한 학생들을 다시 잡아들인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내게 어디로 도망가 있으라고 한다. 그러나 어디로 도망갈 수 있는가. 집에 그냥 있으면서 나를 잡으러 오면 잡혀가기로 했다. 며칠 후 신문을 보니 함께 만났었던 복학생들 몇 사람들이 다시 수배되고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학내 데모에 가담한 일이 없어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다 싶었고 나는 가족들의 만류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두문불출해 공부만 했다. 그런데 휴교 기간 하나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휴교령에 내리기 며칠전 같은 과의 한 여학생이 내게 순복음 교회 최자실 여사가 쓴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였다’는 책을 빌려주었었다. 나는 그런 책에 취미가 없었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 빌려준 책인데 안보겠다고 그 자리에서 되돌려줄 수는 없는 일이라 그 책을 일단 받았다. 그리고 그 책을 집에 두었다가 일주일 후 잘 봤다며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책을 받은지 며칠후 휴교령이 내린 것이다. 그리고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가니 집에 틀어박혀 혼자 공부하는 것이 지겨워졌다. 나는 뭐 재미있는 거 없을까 하고 내 방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다가 책꽂이에 있는 그 책을 보았다. ‘나는 할레루야 아줌마였다.’ 나는 호기심에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하면서 그 책을 뽑아들고 그 안에 사진도 보고 한 두 페이지 읽다가 ‘재미있네’ 하면서 그만 단숨에 그 책을 다 읽고 말았다. 그런데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죄인이라는 것,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 죽으신 구주라는 것, 그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깜짝 놀랄 일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하나님을 믿어야한다는 절박한 생각을 가지고 혼자 금식하고 성경을 읽었으며 그해 8월 여의도에서 했던 민족복음화 대회에 스스로 나갔다. 그리고 거기서 빌브라이트 목사의 인도로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때 한경직 목사님 설교도 들었었다. 한경직 목사님은 대학 캠퍼스는 전도의 어장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 (2)로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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