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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의 맛을 알게 되다
===================== 꽃차의 맛을 알게 되다. ===================== 한 달 전 부터인가 급작스럽게 위장이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언젠가 오래전부터 위장이 좋지 않았었고 또 건강 검진을 받으면 위염이 있다는 진단을 받아왔었다. 최근에는 만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해 아니 내 위가 안좋단 말인가 하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사실 식사를 하고 나면 위가 팽팽해진 것을 느끼고 이내 부은 듯 복부전체와 함께 조금 부풀어 오를 때가 자주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런 것에 그리 신경을 쓰지않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다 먹고 살았다. 어떤 때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려왔다. 그럴때면 ‘ 야, 이거 나는 커피를 마시면 안되겠구나’하면서 잠시 커피를 끊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면 아프니까 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위가 좀 괜찮다 싶으면 슬그머니 커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이내 커피를 살짝 살짝 마셔본다. 마치 내가 커피 마시는 것을 위가 알아채리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러다가 커피를 마셔도 별일이 없는 것같으면 이제 커피를 마셔도 되겠구나 하고 안심하고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위가 아파온다. 마치 칼로 위를 베어내는 듯 아플 때가 있다. 그러면 커피 마신 것을 아주 깊이 후회한다. 그 커피 한잔을 못참아 이 고생을 하는가 하며 다시 커피를 끊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남을 부러운 듯이 바로 보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 커피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향기를 너무 좋아 했고 또 어떻게 하면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궁리를 하기도 했다. 선교사님들이 원산지 고급 커피를 선물로 보내오면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나는 그 커피를 받아들고 메이커를 보고 ‘야, 이거 정말 맛있겠다.’하며 앞으로 커피를 맛있게 마시게 될 것을 꿈꾸며 좋아했다. 몇 년전 베네주엘라에 가서는 그곳에서 커피 메이커를 하나 사오기까지 했다. 왜 그런지 그곳의 커피메이커가 제대로 된 것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서 한국에 돌아오니까 그런 거 한국에 많은데 뭐하려고 그렇게 먼데서 사왔느냐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게 커피 메이커가 있다는 사실로 인해 행복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쎈타 내 연구실에 갖다 놓고 선교사님들이 보내준 커피를 맛있게 끊여먹었다. 쎈타 1층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디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냄새가 나느냐며 내 방을 찾아오면 나는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듯 커피를 한잔씩 따라 주기도 했다. 종종 사람들과 식사 후에 차를 마실 때 자기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며 녹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아니 이 맛있는 커피를 놔두고 녹차를 마시다니!’ 하면서 그들 보란 듯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어떤 사람은 내가 커피 마시는 것을 보면 그 커피가 너무 맛있어 보인다며 일부러 자기도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위에 탈이 나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되었으니, 또 커피를 마시면 기쁨 대신에 고통을 느끼게 되었으니 얼마나 슬프고 섭섭한 일이겠는가! 나는 위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기도 했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커피를 마시면 안된단다. 그리고 밀가루 음식이 또 위에 나쁘단다. 밀가루 음식도 나쁘다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빵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출출하면 빵을 사다 먹는다. 빵 가게 앞을 지나가면 그 빵들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특별히 덩킨 도너츠 집 앞을 지나가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는 덩킨 도너츠 집에 들어가 도너츠와 함께 커피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적이 몇 번 있다. 그때 나는 행복했다. 피곤을 잊고 몸과 마음이 쉬는 듯 해지고 몸의 컨디션도 좋아지는 것같았다. 그런데 이제 빵까지 먹지 말아야한다니! 확실히 언제부터인가 빵을 먹고 나면 속이 안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의사가 밀가루 음식이 위에 안좋다는 말을 듣고 난후 어쩌다 빵을 먹으면 유달리 그런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빵은 위에 안좋은가 보구나....’ 그런데도 나는 전에 처럼 빵을 먹었다. 그까짓 것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빵을 먹으면 위가 급속히 무기력에 빠지고 이내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매사에 의욕을 잃게 되었다. 나는 이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추고 심지어 누워 있기까지 해야 했다. 어떤 때는 한나절 내내 아무 것도 못할 때가 있었다.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도무지 할 수 없었다. 이제 커피도 못마시지 맛있는 빵도 못먹지... 도데체 무슨 재미로 이 세상을 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정말 세상에 먹을 만한 것을 둘러보면 다 밀가루로 만든 것이다. 실제 슈퍼에서 파는 과자들도 다 밀가루로 만든 것인데 그걸 먹으면 확실히 속이 안좋아진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일체의 커피와 밀가루로 만든 과자, 빵을 먹지 않았다. 속이 편해졌다. 배가 더 이상 더부룩하지 않았고 위가 붓지도 않았다. 식사량도 조금 줄였다. 그랬더니 위가 편해지고 동시에 마음도 편해졌다. 커피를 못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 하여간 그걸 마시고 고생하느니 이대로 편히 지내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여전히 뭔가를 마시고 싶었다. 식사 후에 그리고 책을 보다가 일을 하다가 종종 무엇인가를 마시고 싶었다. 이제 커피는 안되겠고..... 해서 집에 무엇이 있는가 하며 여기저기 서랍을 열고 뒤져보았다. 집에는 선교사님들이 보내준 각종 차(tea) 들이 많이 있었다. 홍차가 있었고 일본 녹차, 그리고 인도 차도 있었다. 그리고 각종 서양 차들이 있었다. 포장지에 예쁜 꽃이 그려진 꽃차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것을 보니 차가 들어 있는 종이 박스 뚜껑에 ‘위염’, ‘감기’,‘신경’ 이라고 한글 만년필 글씨가 쓰여진 독일차가 있었다. 독일에 가 계신 곽마리아 선교사님이 내 동역자가 위가 안 좋은 것을 알고 선물로 보내준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위가 안좋을 때, 감기 걸렸을 때, 또 신경이 예민해졌을 때 마시면 된다는 표시였다. 나는 거기 써진 ‘위염’이라는 말에 쏠낏해 그것을 꺼내 쎈타에 가져다 놓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은 허브 차였다. 냄새가 독특하고 맛도 없어 처음에는 ‘ 꼭 이런 것 마셔야하나’ 하며 그만 두려고 했지만 그래도 위염에 좋다고 해서 좀 인상을 써가면서 그 차를 마셨다. 정말 맛이 없었다. 속까지 느식거렸다. 나는 풀잎으로 만든 차들을 애초부터 싫어했었다. 선교사님들이 이런 것을 선물로 보내주면 ‘이것은 무슨 차인가’ 하고 호기심에 물에 타 마셔보지만 항상 맛이 밋밋하고 맛이 없었다. ‘아니 서양 사람들이 이게 뭐가 좋다고 마시지?’, 그것도 마치 고급차라도 되는 것처럼 멋진 디자인 포장을 해서 파는 것을 보면 잘 이해가 안되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꽃차는 완전히 맛이 아니었다.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 꽃차를 마시는 사람들, 또 그것을 선물로 보내는 선교사님들까지 좀 이상하게 생각되어지기까지 했다.( 나에게 꽃차를 보내주신 선교사님들께 미안...^^ ) 그래도 위염에 좋다니까 인상을 쓰면서 마리아 선교사님이 보내주신 그 허브차를 한잔 두잔 마시다가 어느덧 일곱 여덟잔을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나는 갑자기 ‘ 어, 이 차가 참 맛있네!’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 이것 봐라. 이것도 계속 마셔보니까 맛이 괜찮네..’ 그리고 꽃차도 가져다 마셔보았는데 그것도 맛이 괜찮았다. ‘어, 이것도 그런데로 맛이 괜찮은데!’ 이러다가 나는 드디어 꽃차를 마시게 되었다. 꽃차가 입에 붙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내 입이 꽃차에 컨디셔닝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뭔가 마시고 싶으면 꽃차를 마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꽃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커피가 보기 싫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이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면 ‘아, 그 몸에 안좋은 커피는 왜 마셔?’ 하면서 커피 마시는 것 자체는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맹맹하게만 느껴졌던 맛없는 꽃차가 드디어 내 주차(main tea)가 되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위염 때문에 커피 대신 꽃차를 맛있게 먹게 될 줄을! 나도 몰랐다. 그러니까 사람은 남이 이것을 좋아하든, 저것을 좋아하든 자기 기준과 취향을 따라 함부로 판단하면 안된다. 때려 죽여도 이해 안 될 것 같은 것도 정말 죽을 맛을 한번 겪으면 이해되는 것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 실론티 캔 녹차를 마시는 사람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는 좀 이해하겠다. 그거 맛있게 먹는 사람에게는 정말 맛있는 것일 것이다. 내가 싫어하니까 그 사람도 당연히 싫어할 것이라는 자기 중심의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그 사람이 좋아하면 그것을 깊이 인정해 주어야겠다. 한나라 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열린 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을 도저히 이해 못한다. ‘우째 저리 생각이 없어 열린 우리당을 지지하는가’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열린 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긴다. 자기 편견에 사로잡혀 있으면 학벌과 사회 지위에 상관없이 다 상대방이 이상하고 덜 되 보이고 자기만 정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꽃차를 마시게 되면서 감사하게 되는 것은 이제는 내가 꽃차를 마시는 사람, 또 그것을 선물로 보내는 사람들의 진심을 깊이 마음으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과 취향과 입맛을 인정해줄 줄 아는 것- 이것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출발이고 교회의 출발이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것, 이것을 맛있고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그 사람 기준으로 인정해주어야한다. 그러러면 커피도 만들고 꽃차도 만드신 하나님 , 한나라당을 만들고 열린 우리당을 만드신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마음으로 영접해야하지 않을까? 하나님은 세상에 모든 것을 가지 가지 형태로, 사람도 가지 가지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만드셨다. 하나님은 바벨탑에서 인간에게 각종 언어를 주셔서 자기와 다른 말을 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통하기 위해 그 나라 언어를 배우는 수고를 하게 만드셨다. 죽어도 못알아 듣겠는 그 말을 공부해 알아듣고 서로 만나게 하셨다. 세상은 단일하지 않다. 거기서 하나님은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시는데, 그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희생하고 사랑하고 섬기기를 배우길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은 각기 다른 만민을 위해 죽으신 것이 분명한 만큼 말이다. 그래서 꽃차를 마시게 되었다는 것은 내가 남들 이해를 위해 한발 더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 ■ 신성진: 저도 이제 커피를 끊고 둥글레차를... --[05/04-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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