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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크리톤'을 읽고
(문예출판사 ‘소크라테스의 변명’ 에 수록/ 황문수 옮김) <크리톤>은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있던 소크라테스와 그에게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과의 대화를 플라톤이 기록한 것이다. 10장 정도 밖에 안 되는 굉장히 짧은 분량이라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짧은 대화문을 통해서 소크라테스의 위대한 사상과 그의 훌륭한 성품의 많은 부분을 엿볼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소크라테스가 문답법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해 나가는 논리 전개 방식의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다. 정말이지 가성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는 아테네가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신성모독, 청년들을 타락시킨 자라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혔다. 그가 사형집행을 하루 이틀 정도 앞두고 있던 때 그의 친구인 크리톤이 찾아와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도와줄 테니 탈옥을 하라고 권유한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해야 하는 여러 이유를 들었는데 소크라테스는 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실제 내용을 좀 변형하여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크리톤: 자네가 죽으면 내가 돈을 써서 자네를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비난할걸세. 자네도 알다시피 다수의 의견은 존중해야 하네. 소크라테스: 우리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따르고 그 의견을 두려워해야 할까? 아니면 분별력이 있는 한 사람의 의견을 따르고 그 의견을 두려워해야할까? (중략) 그렇다면, 우리는 많은 사람이 우리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괘념하지 말아야 하네. 오직 정의와 부정의를 분별할 줄 아는 한 사람, 그 사람이 말하는 것, 그리고 진리를 존중해야 하네. 크리톤: 아테네에서만이 아니라 어디를 가든 그곳 사람들은 자네를 좋아할 걸세. 테살리아에는 내 친구들이 있는데, 만일 자네가 그들에게 간다면 그들은 자넬 존경하고 보호해줄 것이며 아무도 자네를 괴롭히지 않을 걸세. 소크라테스: 가장 가치있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그리고 훌륭한 삶은 올바르고 명예로운 삶인데 이 점에도 동의하는가? 크리톤: 동의하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우리는 나쁜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 아닌가? 또한 해를 입더라도 보복을 해서는 안 되겠지. (생략)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탈옥을 나쁜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어찌됐든 국가는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버이와 같은 존재이며(만일 국가가 없었다면 자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설사 어버이가 자신에게 해를 입힌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부모에게 보복하는 것은 옳지 않듯이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신은 아테네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 가서 살 수 있는 자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껏 한평생 아테네를 떠나지 않고 살아왔다. 그것은 곧 아테네를 사랑하며 아테네의 법률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아테네의 법에 동의를 해 놓고 지금 와서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법을 비난하고 깨뜨리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는 것이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하지 않고 죽기로 결심한 근본적인 이유이다. 결국 크리톤은 소크라테스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죽음이 그 대가일지라도 자신의 양심과 진리를 지키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에게서 참된 지성인의 모습을 본다. 참고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적이 없고 <크리톤>에 나타난 그의 말과 사상이 와전되어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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