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출판사- 시공사, 열린책들)
버지니아 울프가 쓴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설명하는 글에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소설이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서술 기법으로 쓰여졌다는 말이다. 이 말 때문에 오랫동안 이 소설을 읽지 못 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졌다니 왠지 난해하고 어려워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들어 시공사 출판사 것으로 읽은 뒤에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연이어 한 번 더 읽었다. 다른 출판사 것으로 읽은 이유는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글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분위기,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라고 한다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드는 그런 느낌이라고. 행복했던 한 때, 후회스러운 한 때와 추억 속의 인물을 떠올리는. 그러다가 문득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50대에 접어든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정부 고관의 아내다. 소소한 질투심, 혐오감,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것, 약간의 고독감 이런 몇 가지 내적인 문제들 외에 외적으로 그녀에게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클라리사는 저녁 때 있을 파티를 위해 아침에 손수 꽃을 사러 나간다. 도로의 혼잡, 다양한 사람들, 거리의 풍경들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집에 돌아와 저녁 때 입을 드레스를 수선하던 중 30년 전 첫사랑 피터 월시가 느닷없이 방문한다. 피터는 인도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피터는 그녀가 냉정하고 속물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었다. 그녀 또한 피터를 사랑했지만 그와는 사소한 것까지 모든 것이 공유되어야했기에 그러한 사랑에 답답함을 느끼고 그를 떠났다. 피터를 떠난 클라리사는 리처드 댈러웨이를 선택했다. 열정적인 사랑과 흥미로움은 없지만 리처드를 선택한 삶은 안정적이고 그녀가 원하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약간의 고독과 무료함이 따르긴 했지만 말이다. 피터를 선택했더라면? 하는 공상에 잠시 빠지기도 하지만 ‘피터는 역시 아니야.’ 라는 결론을 지으며 피터,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추억을 떠올린다. 저녁 파티에 많은 사람들이 초대되어 온다. 대부분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몇 끼어있다. 그녀가 파티를 여는 이유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화합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거기에서 만족을 느끼고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확인한다. 클라리사가 아침에 꽃을 사러 나서면서부터 시작된 소설은 저녁 때 파티가 마무리 되면서 끝난다. 단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있었던 일이라기보다는 앞서 말했듯이 작중 인물들의 의식의 흐름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들, 과거의 회상, 순간의 느낌들 말이다.
클라리사 말고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셉티머스가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인물이다.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인 셉티머스는 전쟁(제1차세계대전)에 참가하여 혁혁한 무공을 세우고 훈장도 받지만 뜨거운 전우애(혹은 그 이상의 감정)를 나누었던 상관의 죽음을 목도한 뒤 정신이상증세를 보인다. 밝고 명랑한 이탈리아 처녀인 레치아와 결혼도 하였으나 셉티머스의 정신병이 심각해져 그들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가 않다. 레치아는 유명하다는 의사들에게 셉티머스를 데려가 보지만 환자의 인격에는 관심이 없는 의사들에게 실망만 하고 돌아온다. 셉티머스가 자살을 언급하자 레치아는 더욱 불안해지고 의사는 그를 외딴 정신병원에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셉티머스는 정신병원으로 가야될 위기에 처하자 창문 밖으로 몸을 던져버린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삶, 영혼, 자유를 지키고자 선택한 행위였다. 클라리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셉티머스와 클라리사를 연결시키고 있다. 클라리사의 파티에 초대된 의사가 클라리사에게 셉티머스의 자살사건을 언급하는 것으로 말이다. 자신의 파티에서 자살 얘기를 들은 클라리사는 대단히 불쾌하게 여기지만 셉티머스가 지키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간파하며 자신의 삶과 비교해본다. 클라리사와 셉티머스는 지위, 성별, 연령,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상반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고 더 나아가 본질적으로는 같은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셉티머스는 전쟁 후유증으로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 하는 등 현실의 삶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클라리사는 별 문제 없는 것 같으면서도 인생이라는 것을 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 평온하게 지니고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깊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삶을 두려워했지만 삶을 사랑했고 그것을 지키고자 했다. 그런데 클라리사는 파티를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순간 순간 존재의 기쁨을 느끼며 즉, 어떻게든 살아냄으로써 삶에 대한 사랑을 이루었고 셉티머스는 죽음으로써 그것을 이루어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인간의 삶과 영혼, 자유는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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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북웜
종된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