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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F > 안암 > 컬럼 > 나는 독서왕(2세 환영!!!)
ㆍ작성자 Jesuslove
ㆍ작성일 2016-01-18 (월) 13:36
ㆍ추천: 1  ㆍ조회: 1549      
ㆍIP: 59.xxx.24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고

(출판사 - 육문사)

    교육에 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한스 기벤라트라는 소년은 독일 시골 마을의 촉망받는 수재다. 낚시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밭에서 서리를 하는 등 평범한 소년으로서의 감수성도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의 기대와 압박에 고통스러워하며 학업을 감당한다. 그러다 신학교에서 반항적인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느라 선생님들과 수도원 학생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성적도 떨어져 더 이상 희망이 없게 되자 신학교를 자퇴한다. 아버지는 크게 실망을 하지만 자식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기술공이라도 되게 하려고 소질도 없고 육체적으로도 허약한 한스를 기계 견습공으로 만든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 하고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고통스러워했던 한스의 말로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한스는 이미 싸늘하고 조용한 몸으로 컴컴한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구역질도, 수치심도, 고통도 이미 그에게서 사라져 버리고 어둠 속에서 이리 저리 밀리며 떠내려가는 그의 허약한 몸을 차갑고 푸른 가을밤이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가 자살을 했는지 실수로 물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한스는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나온다. 한스의 인생은 외부의 압력을 거슬러 힘차게 헤엄쳐가지 못 하고 죽음으로써 떠내려가고 말았다. 이 책을 읽고 부모로서, 교사로서 자녀와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녀로서, 학생으로서 부당한 압박을 받는 입장에 있다면 자신을 지킬 줄도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우정을 나누었던 반항적인 친구, 헤르만 하일러도 신학교를 자퇴 하는데 자퇴 후 두 사람의 운명은 너무나도 달랐다. 하일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그 정열적인 소년은 뒷날 여러 가지 천재적인 업적과 방황을 거친 끝에 인생의 고뇌를 통한 힘든 수련을 쌓아 끝내는 영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그래도 당당한 한 사나이가 되었다.”
    이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 있는 인물과 사건을 경험하고 그대로 기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세계를 정말 통찰력 있게 잘 담아내었다. 그리고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전적 소설이기에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약력을 보니 신학교에 입학했다가 몇 개월 뒤에 탈주했고, 자살시도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 뒤에 기술공이 되었다가 다시 서점 직원이 되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인 헤세도 한스와 같이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나보다. 그래도 그가 한스 같이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고 하일러같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서 다행이다.  
   비극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 소설을 읽고 슬픈 기분은 별로 들지 않았다. 자신의 공명심을 자식이나 학생에게 투영하여 그들을 못살게 구는 어른들을 풍자하는 소설같이 느껴졌고 그래서 오히려 희극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스가 죽은 후 한 어른이 내뱉었던 다음의 말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모르겠단 말이오. 그렇게 똑똑해서 만사가 잘 되어 갔었는데 말이오. 학교도, 시험도, 그리곤 갑자기 불행의 연속이니!”
이름아이콘 mk
2016-02-22 22:32
 내가 대학을 다닐 때가 70년대인데 그때가 헷세 탄생 100주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헷세에 대한 많은 문학 비평을 읽었었어요. 그리고 그즈음에 헷세의 글을 거의 다 읽었어요. 싯다르타, 데미안, 수레바뀌 밑에서, 황야의 이리, 지와 사랑, 청춘은 아름다워 ... 당시 삼중당에서 문고판을 많이 냈었는데 그의 책을 읽으며 친구와 헷세에 관해 토의하곤 했지요. 누구보다도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한 소년적 감성의 글이 그의 소설 전체 분위기를 지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는 시타르타 같은 불교적 사상에 심취하고 구도적인 소설을 써갔었습니다. 그의 글은 인생의 의미를 알고자 고뇌하는 많은 문학 소년들을 자극했고 나도 거기에 영향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사르트르, 까뮈 읽고... 그러다가 고뇌하고 그러다가 대학을 복학해서 성경공부하고 인생 방황이 끝났어요. '수레바뀌 밑에서'라는 책이름을 보니 그 때 그 시절 떠오릅니다. '문학사상'이라는 월간잡지에서 그의 특집 읽었던 기억도 나고.... 하여간 ... 그래요... 그의 소설, 제목이 선명했던 그 책들 만져보고 싶네요.. 새삼 구원의 은혜가 감사하고요...  열심히 글을 읽으시니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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