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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읽고
(출판사 – 소담출판사) 문학 용어에 ‘카타르시스’라는 말이 있다.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뜻한다. 이 용어를 고등학교 때 처음 알게 됐던 것 같은데 카타르시스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말도 안돼. 비극을 보면 슬프고 우울해지지 어떻게 마음이 정화가 되고 우울함이 해소되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이 책 테스를 읽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처음 읽었을 때,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아니었다. 그 때는 마냥 슬프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세 번째로 읽었을 때는 앞서와 다른 감정을 느꼈다. 분명 슬프기는 슬픈데 이 슬픔이 싫어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담담하게 마주보게 되었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해졌다. 이런 게 ‘카타르시스’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원제는 Tess of The D’urberviles(더버빌가의 테스)다. 그런데 국내에서 번역된 책을 보면 대부분 그냥 ‘테스’라는 제목을 쓰고 있고 극히 드물게 ‘더버빌가의 테스’라고 원서 그대로 번역한 책을 본다. 나는 ‘테스’라는 제목보다 ‘더버빌가의 테스’라는 제목이 더 적절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테스가 겪게 되는 비극이 테스의 가족이 몰락한 명문귀족인 ‘더버빌’의 후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고, 테스가 더버빌가의 후손이라는 것은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으로 이끌어가는 주요 매개체(혹은 동력)가 되기 때문이다. 술주정뱅이에 무능한 테스의 아버지는 어느 날 우연히 동네 목사로부터 자신이 명문 더버빌가의 후손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테스의 부모는 근처 마을에 더버빌이란 성을 쓰는 부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맏딸인 테스를 보내 그 집과 자기네집이 친척이라는 것을 알리고 도움을 받고자 한다. 그런데 테스는 그곳에서 만난 알렉 더버빌이란 나쁜 남자에게 유혹당하여 사생아를 낳은 뒤 인생의 고뇌를 겪게 된다. (알렉 더버빌은 진짜 더버빌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 가문의 성을 산 사람이다.) 테스는 혼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죽고, 사람들은 테스에 대해 손가락질한다. 그러한 시선을 견딜 수 없었던 테스는 마을에서 떨어진 목장으로 가 그곳에서 일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사는데 거기서 에인절 클레어 라는 반듯한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테스는 자신의 과거 때문에 클레어를 피했지만 클레어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 첫날밤에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그런데 테스의 예상과 달리 남편은 테스의 과거를 용서할 수 없다며 테스를 버리고 떠난다. 테스는 계속해서 클레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클레어가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힘겹게 막노동을 하며 생활을 해 나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개심하여 전도사가 된 알렉 더버빌을 만나게 되는데, 더버빌은 테스를 보자 다시금 욕망이 되살아나 그에게 껍데기에 불과했던 신앙을 벗어던지고 테스를 쫓아다닌다. 테스는 그가 너무 싫지만 자신과 가족의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그를 받아들이고 마는데, 그러고나서 얼마 안 있어 클레어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테스를 찾아오자 테스는 더버빌이 너무 미운 나머지 더버빌을 죽여버린다. 더버빌이 테스에게 너의 남편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하면서 자신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테스는 자신이 곧 죽을 줄 알면서도 그 마지막 며칠간을 사랑하는 남편, 클레어와 행복하게 보낸다. 그러나 결국 테스는 경찰에게 붙잡히고 사형을 당한다. 테스의 비극은 여러 사람에 의해 일어났다. 부모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시골처녀인 테스를 잘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남의 집에 보냈고, 게을러서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네는 명문귀족인 더버빌가의 후예라고 큰소리만 친다. 그리고 테스의 불행을 알면서도 테스가 희생해서라도 자기네들을 먹여살려주기만을 바란다. 테스를 유혹한 바람둥이 알렉 더버빌은 말할 것도 없고, 반듯한 청년처럼 그려진 클레어조차도 테스를 배반하였다. 이 소설에서 사람들은 부정한 과거를 가진 테스를 다 손가락질 한다. 테스의 잘못으로 저지른 죄(그것을 죄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가 아닌데도 테스를 욕한다. 안타깝게도 테스 자신도 자기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며 무척 괴로워한다. 소설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오는데 이 문장 속에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하려는 말이 집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도덕의 가치는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기 때문에 죄악을 싫어하는 다른 여자와 마찬가지로 테스도 르무엘 왕의 찬사를 받을 값어치가 있는 여자라는 것을 테스에게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고, 클래어 자신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무엇이 도덕이고 누가 도덕적인 사람인가. 누가 진짜 죄인인가. 이런 물음을 갖게 되는데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도덕에 대한 관념, 인습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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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북웜
종된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