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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출판사 – 열린책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별 생각 없이 읽어서 책을 읽고도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다시 읽을 때는 형사가 범죄 현장에서 범죄의 단서를 찾기 위해 돋보기를 들고 현장을 세심히 살피는 그런 태도로 읽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주인공인 뫼르소는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였다. 책에는 살해동기가 뚜렷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뫼르소가 그냥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작가가 그 이유를 드러나게 제시하지 않았을 뿐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았다. (작가는 그것을 교묘하게 숨겨놓았으리라) 또한, 뫼르소의 살인 행위로부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을 것 같았고 나는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게 되었다. 일단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뫼르소는 양로원에 계신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양로원을 찾아가 장례를 치른다. 그런데 그는 관뚜껑을 열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빈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셨으며 밤샘을 하지 못해 잠을 잔다. 이뿐 아니라, 그는 어머니의 나이도 모르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크게 슬퍼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장례식 다음 날에는 해변에서 여자와 수영을 즐기고 코미디 영화를 본다. 어느 날, 같은 건물에 사는 레몽과 함께 해변에 놀러가는데 레몽이 때린 여자의 오빠(아랍인)가 그 곳에 나타나 레몽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레몽과 아랍인은 한 판 붙은 뒤 서로 헤어졌는데 뫼르소가 혼자서 다시 해변으로 나갔을 때 그 아랍인을 보고 권총으로 쏘아 죽인다. (뫼르소는 레몽과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 아랍인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뫼르소는 붙잡혀서 감옥에 갇히고 재판을 받는데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보인 행동과 그 뒤에 보인 행동들로 미루어 보아 무정한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증인들의 말과 검사의 주장이 근거가 되어 그는 사형을 언도 받는다. 뫼르소는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죽였다고 말할 뿐 별다른 자기 방어를 하지 않고, 인간은 어차피 죽는거라며 항소도 하지 않은 채 죽음을 받아들인다. <생각해 볼 점: 뫼르소는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1) 표면적 이유: 태양 때문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알제리의 태양은 작품 처음 부분부터 끝 부분까지 중요하게 등장하는 소재다. 어머니의 장례 운구차를 따라가면서도 뫼르소는 강렬한 태양 때문에 정신을 잃을 뻔 하고, 해변에서 수영을 즐길 때도 따가운 햇살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르던 순간에도 강렬한 햇빛은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그는 경련을 일으키며 권총을 쥔 손에 발작적으로 힘을 주어 총을 쏘게 된다. 다음은 태양과 살인의 관계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태양 아래서 이마가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열기 전체가 나를 짓누르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섰다. 열기의 뜨겁고 거대한 입김이 얼굴 위로 느껴질 때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바지 주머니 속의 주먹을 꽉 쥔 채, 태양과 태양이 내게 쏟아 붓는 이 뚫을 수 없는 취기를 이겨 내기 위해 온몸을 긴장했다....태양으로 전율하는 해변 전체가 뒤에서 나를 압박했다.....아랍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태양의 뜨거운 기운이 뺨에 와 닿았다. 나는 눈썹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나는 특히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팠고, 피부 밑에서 머리의 혈관 전체가 한꺼번에 쿵쿵거리며 때리는 것 같았다...그러자 아랍인이 여전히 자리에 누운 채로 칼을 빼 들었다. 단검 위에서 빛이 분출했다.....그러자 모든 것이 흔들렸다. 바다로부터 짙고 뜨거운 숨결이 실려 왔다. 내게는 마치 하늘이 통째로 열리면서 비오듯 불을 내리붓는 것 같았다. 나의 존재 전체가 송두리째 팽팽하게 긴장했다. 나는 경련을 일으키며 권총을 쥔 손에 발작적으로 힘을 주었다....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 버렸다. 2) 이면적 이유 -태양(햇빛)이라고 하면 대개는 밝음이나 희망, 고마운 존재 등으로 인식하고 문학작품에서도 그런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 반대의 의미로 등장한다. 주인공에게 태양은 너무나 강렬해서 눈이 부시고 그 열기로 숨이 막히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존재, 자신을 압박하는 존재, 즉 자신의 편안함과 자유를 빼앗는 존재인 것이다. 태양은 주인공에게 제거 대상이고 결국 주인공이 쏜 것은 사람(아랍인)이 아니라 태양, 자신의 자유를 빼앗는 대상인 것이다. 여기에는 자유와 반항을 중시하는 작가의 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이 밖에도 이 작품에서 생각해 볼 점들이 많지만 나는 내가 제일 궁금했던 ‘살인의 이유’, ‘태양과 살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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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북웜
종된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