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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슈바이처의 ‘나의 생애와 사상’을 읽고
(출판사 – 문예출판사) 슈바이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늦은 나이에 의학 공부를 하고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 선교사로 헌신했다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 책을 읽고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슈바이처는 독일계 프랑스인으로 철학, 신학 방면에 있어서 뛰어난 학자요, 훌륭한 파이프오르가니스트였다. (특히 바흐의 오르간곡 연주에 있어서는 세계 일인자로 손꼽힌다.) 철학과 교수이자, 교회 목사였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선교 잡지에서 아프리카 선교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서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때 그의 나이 30세였다. 가족, 친지, 지인 모두가 그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하며 그를 말렸다.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은 그것 말고도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도, 유럽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너의 선택은 무모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슈바이처는 굳은 결심을 하고 그가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자신만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목사로 선교를 가지 않고 의료 선교를 가려는 이유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사랑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가 의학 공부를 마치는데는 7년이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아프리카로 가기 전에 결혼도 하였는데 그의 아내는 그의 아프리카 의료 선교에 좋은 동역자가 되어 주었다. 아프리카에 병원을 세우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는데 그는 연주회와 강연회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모았고, 후원금도 많이 받았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여 포로로 끌려가기도 했는데 풀려난 뒤 유럽으로 돌아가 자금을 모금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다시 아프리카로 갔다. 그의 아내는 건강이 좋지 못 하여 이번에는 혼자서 가게 됐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함께 파견되어 같이 의료 선교를 하였는데 나중에는 동료들에게 병원을 맡기고 귀국을 하게 되었다. 다재다능하고 교수로서 충분히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명성과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힘든 공부를 다시 시작한 뒤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헌신한 그의 삶은 참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반, 혹은 그 이상은 학자로서 그가 연구한 신학과 철학의 내용, 파이프오르간과 그 제작에 관한 내용이 차지하고 있어서 조금 어렵고 딱딱하기도 하다.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살 때도 일과를 마친 밤에는 늘 학문적 연구에 몰두하고 책을 썼는데 나는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학자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책 끝 부분에 있는 맺음말에서는 그의 사상과 세계관을 분명하게 펼치고 있는데 권위에 의해 강요된 진리가 아닌 독자적인 사고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깊이가 있는 자유로운 사고는 주관주의에 빠지지 않는다고 함) 생에 대한 외경심의 개념과 중요성 등을 얘기하고 있다. 슈바이처의 삶을 이끈 것은 생에 대한 외경심이었고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생에 대한 외경심을 설명하는 부분을 그대로 발췌해서 적어본다. (나는 다음 말들을 계속해서 묵상해 보고 싶다.) “생에 대한 외경심의 관념은 인간과 세계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현실적으로 제시된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해준다. 세계에 대한 인간이 아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 자신과 마찬가지로 생명 의지의 현상이라는 것뿐이다. 인간은 이 세계와 수동 또는 능동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생명 전체 속에 일어나는 사건에 예속되었는가 하면 또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생명을 저해하거나 촉진할 수도 있고 파괴하거나 보존할 수도 있다. 인간이 그의 생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세계에 대한 자신의 자연적인 관계를 정신적인 관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수동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체념을 통하여 세계와 정신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참다운 체념은 인간이 세계 사건에 예속되었으면서도 그의 생존의 외면을 이루는 운명에서 내면적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다. 내면적 자유란 곧 인간이 모든 고난을 극복함으로써 심화하고 내면화하고 정화되고 조용하고 평화스런 존재가 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체념을 거친 사람만이 세계를 긍정할 수 있다. 능동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자신의 삶을 자기만을 위해 살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모든 생명과 하나라고 느낌으로써 세계에 대해 정신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모든 생명의 운명을 자신 속에서 체험하게 될 것이며 그들에게 가능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 의해 실현된 생명의 촉진과 구제를 가장 큰 행복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만일 인간이 자신의 생명의 신비와, 세계 속에 충만해 있는 생명과 자신의 관계의 신비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면 자신의 생명과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모든 생명에 대해 생의 외경심을 느끼고 이를 윤리적 세계 긍정과 인생 긍정을 통해 행동으로 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의 생존은 모든 점에서 자기만을 위해서 살 때보다 더 힘들겠지만 동시에 더 풍부해지고 더 아름다워지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의 생존은 이제 무위도식이 아니고 삶은 진정한 체험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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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북웜
종된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