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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를 읽고
(출판사 – 열린문학) ‘피그말리온’이란 희곡을 읽고 희곡이 재밌게 느껴져서 “이번엔 어떤 희곡을 읽어볼까” 하다가 고른 작품이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이다. ‘시라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군인이자 시인이자 뛰어난 검객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이하 시라노)는 기형적으로 길쭉한 코를 가지고 있는 추남이다. 그는 사촌 여동생 록산을 사랑하지만 추남인 자신은 록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 한다. 그리고 록산이 자신과 같은 부대에 있는 잘생긴 크리스티앙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숨긴 채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노력한다. 크리스티앙 또한 록산을 사모한다. 그런데 그는 교양이 없어서 록산에게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 하고 록산은 이에 실망한다. 그러자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서 록산에게 열렬한 연애편지를 써주고, 크리스티앙이 록산에게 할 말을 지도해 준다. 시라노 덕분에 크리스티앙은 록산과 관계가 발전하여 그녀와 결혼을 한다. 그러다가 얼마 후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은 전쟁터로 출전하게 되는데 전쟁터에서도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매일 편지를 써서 적진을 뚫고 록산에게 편지를 부친다. 어느 날 록산이 음식을 가지고 전쟁터를 방문하고 크리스티앙은 록산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싶어 하지만 시라노가 만류한다. 결국 크리스티앙은 맹렬한 싸움에서 죽고 말고 시라노는 록산에게 진실을 고백하지 않는다. (크리스티앙이 그녀에게 써 준 편지는 모두 시라노가 쓴 것이며 시라노가 록산을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다.) 미망인이 된 록산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14년 간 수도원에서 지내는데 시라노는 매주 토요일 빠짐없이 그녀를 찾아가 세상 소식을 들려준다. 어느 토요일, 시라노는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하여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도 아픈 몸을 이끌고 어김없이 록산을 찾아간다. 그가 모자를 눌러쓰고 아프지 않은 척 연기하여 록산을 속이지만 록산은 그가 아프다는 것과 그가 크리스티앙을 대신해서 절절한 사랑고백이 녹아있는 편지를 써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록산이 시라노의 진심을 알고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시라노는 숨을 거두고 만다. *작품 속 명대사 1. (시라노의 초라한 옷차림에 대해서 비꼬는 귀족에게) 시라노: 내가 가진 우아함은 정신적인 것이오. 경박한 귀족처럼 잡스런 치장을 하지 않소. 겉모습 치장은 덜해도 정성은 더 들이지. 나라면 게을러 깨끗이 씻지 않은 이마. 눈가에 아직 잠이 매달린 몽롱한 의식, 구겨진 명예, 거덜 난 양심으로 외출하진 않을 거요. 번쩍이는 것은 아무것도 달지 않았지만 난 독립심과 솔직함을 장식 삼아 당당하게 걷소. 내가 코르셋으로 꼿꼿이 세우는 것은 늘씬한 허리가 아니라 내 영혼이오. 리본이 아니라 혁혁한 무공으로 장식을 하고, 콧수염과 더불어 정신을 말아 올린 채, 난 무리와 패거리들을 관통하며 진실이 박차처럼 울려 퍼지게 하오. 2. (록산에게 진실을 털어놓자고 시라노를 설득하면서) 크리스티앙: 그래요, 전 온전히 저 자신으로 사랑받고 싶어요. 아니면 아예 사랑받지 못하거나! 3. (머리를 다친 뒤 죽음을 앞두고) 시라노: 낙엽! 정말 아름답게 떨어지는군! 가지에서 땅까지 그 짧은 여정 동안, 그것이 마지막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기에, 낙엽은 땅 위에서 썩어 가리라는 공포에도 그 추락이 비상처럼 우아하길 원하는 거요! 작가는 17세기 프랑스의 실존인물 ‘시라노’를 모티브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플롯도 흥미롭고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희곡이었다.(시라노의 재기발랄하고 화려한 말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희곡 한 편만 놓고 본다면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희곡이라고 생각한다. 록산을 감동시킨 것은 화려한 말솜씨도,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헌신적이고 진실한 사랑이었다. 중반부까지는 극이 유쾌하게 전개되다가 중간 이후부터는 차츰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시라노가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추한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 하는 시라노도 불쌍하지만 상대방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느라 지친 크리스티앙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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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북웜
종된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