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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F > 안암 > 컬럼 > 지성과 영성(이창무 목자님)
작성자 이창무
작성일 2009-08-07 (금) 18:18
홈페이지 http://changmoo.net
ㆍ추천: 0  ㆍ조회: 2884      
IP: 121.xxx.176
고대 출신 선생님들
물리 선생님

고등학교 때 고대 물리학과를 졸업하신 물리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이 분의 별명은 기차 화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차 화통을 삶아 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그걸 삶아 먹으면 나옴직한 성량을 가지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나 우렁찬 소리를 내시는지 몇 반 건너 수업 중이라도 그 수업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습니다.
성량이 작은 여자 한문 선생님이 수업하시는 시간에 그 선생님이 옆반에서 수업을 하시면 이 시간이 한문 시간인지 물리 시간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보통 목소리가 큰 사람도 작게 이야기할 때는 그래도 작은 소리를 내는 법인데 이 분은 일정하게 늘 큰소리만 내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화를 내셔도 화를 내시는 건지 그냥 말씀하시는 건지 도통 분간이 가질 않았습니다.

수학 선생님

또 고등학교 때 한 수학 선생님이 고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신 분이 새로 부임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특징은 혀가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혀가 짧아서 발음이 부정확하여 "알파"는 "아바", "벡터"는 "배더"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웅얼 웅얼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를 기울여 듣지 않으면 잘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좀 듣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피곤해졌습니다.
교사로서 큰 핸디캡을 안고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가르치려고 노력하시는 편이었습니다.

영어 선생님

고대 출신 선생님 중 가장 압권은 고등 학교 2학년 때 영어 선생님으로 고대 영문과 출신이었습니다.
그 영어 선생님의 성은 약간 특이하게도 피씨였습니다.
피씨라면 '인연'이라는 수필을 쓴 피천득이라는 수필가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그런 성을 가진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분의 본래 이름을 부르는 적은 좀체로 없었습니다.
주로 우리는 그분을 '피돼지' 또는 '피바다'라고 불렀습니다.
'피돼지'는 그분이 뚱뚱했기 때문이고, '피바다'는 그분이 한 번 몽둥이를 들었다가는 그 반은 곧 피바다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분의 수업 방식은 매우 독특했습니다.
그분은 일단 수업 시간에 들어오면 매우 정성스럽게 그리고 멋있는 필치로 오늘 배울 단원의 제목을 썼습니다. 그리고 테이프를 카셋트에 넣고는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교탁 옆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것이 수업의 전부였습니다.
저는 일년 내내 그분에게서 문법이나 독해를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테이프만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험에는 문법이나 독해 문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아주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그분은 간혹 테이프를 갈아 끼우다가 엉뚱한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시바스 리걸이란 좋은 술이 있거든...
근데 그 술을 어떤 병에 담는지 니들은 아냐..?"

한 친구가 이 질문에 조그만 소리로 '크리스탈인데'라고 말했습니다. 혼잣말이었는데 그 선생님이 이 말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분은 갑자기 버럭 화를 내시면 시바스 리걸은 도자기에 담지 크리스탈에 안 담는다면서 그 친구더러 종 칠 때까지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그분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분의 특이한 행동은 소풍 가기 전날에도 목격될 수 있었습니다. 소풍 전날 종례 시간에 자기 반 학생들 번호를 부르며 내일 선생님을 위해 싸올 음식의 이름을 불러 주었습니다.
"1번 통닭" "2번 깁밥" "3번 과일....."
그분은 매번 소풍 때만 되면 상다리 부러지는 큰 상을 받아서 게걸스럽게 드시곤 했었죠.

한 번은 제가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날 하교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선생님도 퇴근하다가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야... 내가. 지금 닭도리탕이 먹고 싶은데.. 말이야.."
"저.. 지금 돈이 없는데요..."
"알았어.. 임마.. 가 봐라..."
"..............네........휴우"

졸업 후 들은 이야기로는
학부모에게 민원이 들어서 한 번 큰 말썽이 났었고,
그래서 학교에서 이 선생님에게 더 이상 담임을 주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암튼 제 인생에 이분보다 더 뻔뻔한 선생님은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 합니다.

제가 다닌 고등 학교에서 고대 출신 선생님들이 대략 위와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대에 입학 원서를 쓰면서 약간 께름칙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고대 출신 선생님이 어떻게 이렇게 하나 같이 다 독특하신지...
나도 그 학교 가면 웬지 그렇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우리 목자님들 중에서도 중 고등 학교 선생님들이 계실텐데 학교에서 모습은 어떤 모습이실지 살짝 궁금해지네요...

이름아이콘 mk
2009-08-07 20:06
`이창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고대 출신 선생님들'- 괜찮은 제목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라면 나도 할 말 있지요.
저는 중학교 때 고대에서 오신 교생 선생님에게 볼따귀를 주먹으로 맞은 적이 있지요.
수업시간에 어쩌다 입에서 휘파람 비슷한 소리가 나왔는데 그게 조용한 교실에 내가 놀랄 정도로 희안하게 크게 들렸어요. 그때 교생 선생님이 나오라고 하더니 나를 때렸습니다. 어 이것 봐라, 교생이 사람치네..  그러나 그 교생선생님과 저는 이후 사이가 좋아졌어요. 아직 얼굴도 기억하는데요.
그런데 저도 대학 4학년 때 그 학교에 가서 교생실습을 했는데 하두 말안듣고 떠드는 놈 몇 놈 팼습니다. 그때 내가 교생 선생님에게 맞던 십 몇년전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중학교 때 수학선생님이 고대출신이셨습니다. 무지게 순하신 분이셨지요. 제가 1학년때는 수학을 참 못했었는데 작심하고 도서관에서 참고서를 차근히 풀면서 이후 수학을 잘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제가 이 선생님하고 친했어요. 한번은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너무 안들어 선생님은 짜증을 내다가 수업 도중 나가셨어요. 좀 황당사건이었지요. 제가 그때 미술반이었는데 우리 미술반에 잘 놀러오시고 그랬습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이 칠판에 자를 대고 그래프 그려가면서 1차 함수 가르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선생님은 하얀 자개 바탕에 졸업년도 '1967'-1968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안남-이라는 글씨와 빨간 색의 한자로 '고대'라고 쓰여진 벅클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바지의 그 벅클이 우리 눈에 선명하게 보였었습니다. 십여년 후 미술반 동문회 때문에 모교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 운동장을 지나가시던 그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참 기뻤습니다.  쪼끄마신 분이셨는데 그때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은 성이 '차'씨였습니다. 고대 생물학과를 나오셨는데 평소 수업을 재미있게 하셨습니다. 아이들과 농담도 하시다가 어떤 말에는 갑자가 화를 내시면서 '너 일루 나와' 하면서 그 아이들 몸둥이로 때려패셨습니다. 우리는 그때 재미있는 소리도 선생님과 할때는 정도껏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선생님, 한번 화가 나면 무서웠어요.  이분은 종종 자신이 '차'씨인 것을 자랑하셨지요. 고대 가서 물어봐라 내가 얼마나 유명한가 하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뭐 우리가 물어볼 길이 있나요. 또 할일 없다고 그런 거 물으러 고대를 가나요? 당시 19살에 국가 대표로 뽑힌 '차범근'도 차 씨라고 하면서 자신을 포함해 차씨에 인물 많다는 식이었지요. 술은 당시 유행하던 조니워커를 좋아하시고 그 술 이야기도 좀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친구들은 졸업 후 선생님 댁에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졸업한지 그 다음해인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랐었지요.  
 
그리고 국어 선생님도 고대 출신이셨습니다. 이분은 고3 때 우리 반을 가르치셨는데 실존주의 문학을 가르치시면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고 너무 진지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인간이 처한 '극한상황'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선생님의 진지하고 진실된 문학 강의 덕분에 저도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 선생님은 '극한상황'이란 말을 많이 쓰셔서 별명이 '극한 상황'이었습니다. 졸업하고 재수하면서 이 선생님이 가장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 그 선생님의 진지한 인생론  때문이었던 것같습니다. 그래서 이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도 했지요. 이 선생님은 제 편지 받고 학교 한번 찾아오라고 답장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한번 찾아 뵈었지요.

2,3 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고대 영문과 나오신 영어선생님이셨습니다. 영어를 잘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제가 고 3 때 마음 한번 굳게 먹고 학교 안가고 땡땡이(-_-  이런말 쓰면 안되는데...)를 쳤습니다. 시간 잡아 독서실에서 수학정석의 미적분을 하루 종일 다 다시 한번 풀면서 정리 좀 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하필 학교 안 간 그날 다른 아이들까지 덩달아 땡땡이를 친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결석이 갑자기 많아진 것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반 아이들을 풀어  학교 안온 놈들 다 데려오라고 했답니다. 저도 그때 수배 대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도 모르고 독서실에서 열심히 수학을 풀고 있는데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친구 한명과 다른 또 한명의 친구가 갑자기 나를 찾아와 '너 이제 죽었다' 하면서 히히덕거리며 자초지종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것들이 왜 하필 내가 결석한 날 이렇게 빠지고 그래~' 하면서 정말 이제 죽었구나 하며 참담한 심경으로 가방 보따리를 싸들고 친구들에게 연행(?)되어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시간이 담임선생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간이 콩알만해져서 조마조마해하며 수업 시간을 맞았습니다. 어떻게 살길은 없을까? 그러다가 수업 도중 선생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태연히 '선생님. 이 문장이요... 어쩌고 저쩌구 '하면서 말입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나를 힐끗 보더니 질문에 답하시는데 뭐 인상쓰실 수 있겠어요? 그러면서 그날 사건이 종료되었습니다. 저의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화난 선생님에게는 질문을 하라. 그러면 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 덕분이었는지 그날 땡땡이 치다가 체포되어온 아이들도 다 무사했습니다. 이 선생님은 이후 교감, 교장까지 하시고 지금 은퇴하셨습니다. 반창회 친구들은 1년에 한번 정도 선생님 모시고 식사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또 없나?
학교 다닐 때 아주 희안한 선생님 몇분 계셨었는데 그분들이 고대출신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 여기서 중단할랍니다.  

뭐 이창무 목자님의 경우 처럼 좀 특이한 선생님은 없었지만 하여간 재미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니까 갑자기 머리가 상큼해지는 것같네요.

한마디: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이창무 목자님이 겪으신 고대 출신 선생님들도 약간씩은 다들 좀 특이하신 것 같네요. 8/10 16:39
   
이름아이콘 이유빈
2009-08-11 00:50
제가 겪은 고대 출신 선생님은 정말 최고로 좋으셨어요!!............ 고창훈 선생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아이콘 손정희
2009-08-11 14:24
저도 한 분 생각나네요
고등학교 때 30대 초반의 남자 물리 선생님이셨는데, 몸매 전체가 H라인으로 아주 마르고 호리호리하셨어염

여느 물리 선생님이 그러시듯 그 선생님 별명도 ‘쟤물포’였죠
( ‘쟤물포’ -> 쟤 때메 물리 포기 했다 ㅡ,.ㅡ;;)
그런데 2학년 때인가 능력 별 보충 수업,, 아무튼 뭐 그런 이름으로 성적대로 반을 나눠서 보충을 했는데
그 때 공부 좀 잘 하던 아이들이 물리 질문도 하고 그러니까
완전 신나셔서 다소 오버스러운 감이 없지 않게 열심히 가르쳐 주셨어요
그 때 느꼈죠,,’아, 저 선생님도 참 외로운(?) 인생을 사셨구나.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저렇게 원하고 계셨어...’라고..

그리고 2학년 여름방학 때는 물리 방학 과제로 어디든지 다녀와서 육하 원칙에 맞게 보고서를 작성해서 내라고 하셨어요
당시 숙제 안 해 가면 죽는 줄 알았던 저(ㅡ,.ㅡ;;)는 친구 한 명과 함께 기차표를 사서 춘천에 다녀 왔어요
소양강 댐에도 가서 부침개도 먹고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고 잘 다녀 와서 과제를 했는데
선생님이 개학 후에도 과제를 걷지 않으시더라고요
그 때 느꼈죠,,’아, 이렇게 우리에게 추억을 주시려고 했던 것인가?’..

아무튼 나중에 대학 동기가 모교에 과학 선생님으로 가서 그 선생님에 대해서 여쭤 봤더니
요리 공부하러 가신다고 학교 그만 두시고 온 가족이 캐나다로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목자님 칼럼을 보고서 그 물리 선생님이 생각이 나서 저도 몇 자 적어 봤는데,,
왠지 전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네요..ㅋㅋ
이창무 고대 출신 선생님 추억담 릴레이가 된 듯 합니다. ^^
물리와 요리 같은 리자 돌림이군요.
8/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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