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이스라엘을 괴롭게 하였으니
1절에 ‘많은 날이 지나고 제삼년에’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눅 4:25을 보면 ‘엘리야 시대에 하늘이 삼 년 육 개월간 닫히어 온 땅에 큰 흉년이’ 들었다고 합니다. 가뭄이 한창이라 기근으로 시달리던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임했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엘리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너는 가서 아합에게 보이라 내가 비를 지면에 내리리라.” 전에 엘리야는 아합왕에게 가뭄을 예언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번에는 가뭄이 끝날 것임을 예언하기 아합왕을 만나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통해 가뭄의 시작과 끝을 예언하시면서 자연의 섭리를 주관하는 신이 바알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 자신이심을 아합왕에게 나타내려 하셨습니다. 가뭄의 피해는 특히 사마리아지역에서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사마리아는 소위 자연의 풍요로움과 생산의 풍부를 보장한다는 바알 숭배의 중심지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가뭄과 기근에 시달렸다는 것은 결국 바알 숭배의 허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마리아를 비롯하여 나라가 가뭄으로 인한 심한 기근을 겪자 아합왕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아합왕이 왕궁 맡은 자 오바댜라는 사람을 불렀습니다. 성경은 오바댜가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는 사람이라 합니다. 아마도 바알 숭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궁궐 내의 고위직책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문은 그의 신앙을 보여주는 사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세벨 여왕이 선지자 생도들을 죽이려 할 때, 오바댜가 적극 나서서 선지자들을 숨겨주고 먹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오바댜는 그 일로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었지만, 선지자들에게 이세벨의 손길이 미치기 전에 재빨리 손을 쓰면서 하나님의 사람들을 보호했던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그에게 아합왕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가뭄을 해결할만한 물 근원을 찾으러 함께 가자했습니다. 그런데 5절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합왕이 백성들의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물을 찾았다기보다는 자신의 권력에 기반이 되는 말과 노새를 잃지 않기 위해 물을 찾으려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합왕은 하나님은 물론 백성들도 섬기지 않았던 왕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도 아합왕을 만나라고 명령하셨고, 동시에 아합왕의 마음도 주장하셔서 오바댜와 함께 엘리야를 향해 길을 나서도록 이끄셨습니다. 6절을 보십시오. 아합왕과 오바댜는 각자 물 근원을 찾기 위해 이 길, 저 길을 나누어 다니며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오바댜가 엘리야를 만났습니다. 오바댜는 엘리야를 알아보고 인사했습니다. “내 주 엘리야여 당신이시니이까.” 엘리야가 대답했습니다. “그러하다 가서 네 주에게 말하기를 엘리야가 여기 있다 하라.” 오바댜를 만난 엘리야의 첫 마디는 아합왕에게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엘리야는 오바댜의 행색을 보고 가까운 곳에 아합왕이 있음을 눈치 챘고, 그를 바로 만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엘리야의 이런 반응에 오바댜는 당황했습니다. 9~10절입니다. “내가 무슨 죄를 범하였기에 당신이 당신의 종을 아합의 손에 넘겨 죽이게 하려 하시나이까”하며 오바댜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그의 말을 유추해 볼 때, 아마도 당시 엘리야에게 전국적인 수배령이 내려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합왕이 엘리야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잡으면 당장 죽이려 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엘리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합을 만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자 엘리야는 죽음을 무릅쓰고 담대하게 아합왕을 찾아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바댜는 생각하기를 자신이 왕에게 알리러 간 사이 엘리야가 혹시 겁을 먹고 마음이 변해서 도망가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했습니다. 도망이 아니더라도 만일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아합의 손에서 보호하시고자 직접 다른 곳을 데려가 사라져 버린다면 괜히 아합왕에게 원성만 사고 자신이 죽게될까 겁이 났던 것입니다. 오바댜는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말하며 엘리야에게 긍휼을 구했습니다. 물론 오바댜의 걱정은 괜한 염려와 두려움일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엘리야의 명령을 하나님의 뜻으로 믿고, 단순하게 순종하여 아합왕에게 곧장 달려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오바댜가 믿음이 없거나 마음이 연약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평소 왕궁의 신하들이 모두 바알을 따르며 ‘예스’라고 할 때, 하나님을 섬기며 ‘노’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과거 이세벨이 선지자 생도들을 죽이려 할 때, 그들을 숨기며 위험을 무릅썼던 사람이었습니다. 단,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감당하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겸손히 긍휼을 구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섭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나아오는 사람을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십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겸손히 인정하고, 자비를 구할 때 긍휼을 베풀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바댜의 사정을 들은 엘리야는 자신이 직접 아합에게 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아합왕을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기에 엘리야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엘리야가 오바댜와 함께 아합왕 앞에 섰습니다. 아합왕이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을 괴롭게 하는 자여 너냐.” 아합은 엘리야를 향해 적개심을 불태웠습니다. 그는 가뭄의 원인이 엘리야에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에 하나님의 명령으로 전한 가뭄의 예언이 일종의 이스라엘을 향한 엘리야의 저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엘리야가 대답합니다. “내가 이스라엘을 괴롭게 한 것이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의 집이 괴롭게 하였으니 이는 여호와의 명령을 버렸고 당신이 바알들을 따랐음이라.” 이스라엘이 가뭄으로 괴로운 이유는 아합왕과 그 아버지 집이 여호와의 명령을 버렸고 바알들을 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합은 바알을 비를 주관하는 신으로 받아들였고, 바알을 잘 섬기면 풍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가뭄을 통해 바알이 비를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주관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셨습니다. 엘리야는 이런 아합왕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바알 선지자 450인과 아세라 선지자 450인을 모아 모든 백성이 보는 앞에서 갈멜 산에서 한판 승부를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엘리야는 단독으로 900명의 거짓 선지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려 했습니다. 오늘 본문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스라엘의 우상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가적인 심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엘리야와 아합왕에게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통해 아합왕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을 바로 깨달아 우상숭배를 멈추고, 이스라엘을 향한 심판의 역사를 멈추기를 원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우리에게 적용해본다면 어떨까요? 우리 삶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고난들이 꼭 죄에 대한 심판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혹시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에게 있지는 않는지, 나의 죄가 내가 속한 공동체를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회개하고 변하는 것이 내가 속한 가정과 학교, 직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내가 엘리야와 비슷한 처지일수도 있습니다. 내가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담대하게 말씀을 전해서 사람들이 죄를 뉘우치도록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신앙생활의 모습이 항상 이 두 가지를 오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2014년 설입니다. 그런데 저는 명절을 맏이하면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정복음화를 위해 가서 말씀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며, 3일 기간 동안 나를 부인하고 가족들을 섬기고, 순종해야 하는데 그럴 것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본문에 나오는 오바댜처럼 ‘하나님, 자신이 없습니다. 못하겠습니다. 제가 아직 어른이 아닌가 봅니다.’하며 긍휼을 구하고 피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변하지 않는 가족들을 비난하며 싸우고, 나의 잘못보다는 가족들의 잘못을 더 크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을 보니 명절을 어떻게 맞이해야하는지 방향을 잡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가정복음화에 실마리, 꼬투리로 삼으셨는데 오히려 가족들이 나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지 않도록 엘리야처럼 담대하게 말씀을 전하고, 저의 마음가운데 가족을 향한 쓴 뿌리들을 회개하고 겸손히 잘 섬기고 와야겠습니다. 비단 명절과 가족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제가 속한 요회와 공동체, 직장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하나님의 뜻을 펼치는 선한 통로로 사용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