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F > 안암 > 컬럼 > 나는 독서왕(2세 환영!!!)

ㆍ작성자	Jesuslove
ㆍ작성일	2024-04-19 (금) 21:15

ㆍ추천: 0 ㆍ조회: 39

ㆍIP: 1.xxx.3

(에세이) 손자와 할머니

퇴근 후 저녁시간, 피아노학원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신호등을 건너자 한 청년이 교회 다니라며 교회 홍보지와 낱개로 포장된 작은 쿠키 하나를 건넨다. 나는 웃으며 그 청년에게 “저도 교회 다녀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주는 것들을 받았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청년은 우렁찬 목소리로 “할렐루야”라고 말했다. 꽤 어려보이는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피아노 학원에서 데리고 나온 뒤 집에 가는 길에 신호등 앞에서 아까 그 청년을 다시 만났다. 청년은 내가 아까 만났던 아줌마라는 것을 안다. 그는 나의 아이들에게 쿠키를 먹으라고 주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그 청년에게 말을 건넸다. “와, 정말 대단하세요.” 그 청년은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나는 그 청년이 참 대단해보였고, 더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노방전도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음은 나와 청년의 대화다.

나: 모태 신앙이세요?
청년: 네.
나: 와, 모태 신앙이 더 어려운데, 대단하시네요.
청년: 아니에요...
나: 언제 예수님 만났어요?
청년: 중학교 때 만났습니다. 중학교 때 제가 죄인인 것을 발견했어요.
나: 그렇군요. 그 계기가 뭔가요?
청년: 교회에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는데 그때 말씀을 듣고 변화되었습니다.

신호등은 이미 초록불로 바뀌었다. 그런데 나는 건널 생각은 않고 그 청년과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 저는 UBF 교회 다녀요.
청년: 아, 들어봤어요.
나: 어떻게 아세요?
청년: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 학교(OO중) 나왔는데 제 친구들 중에 UBF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나: 오, 그렇군요. 대학생이세요?
청년: 네.
나: 뭐 전공하세요?
청년: 수학교육이요. (웃으며 살짝 찡그린다.) 공부가 정말 어려워요.
나: 그렇죠. 대학교 수학은 엄청 어렵죠. 다니시는 교회는 생긴지 얼마나 됐어요?
청년: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으니까 20년은 넘었습니다.
나: 그렇군요. 몇 명 정도 교인이 있어요?
청년: 30명 정도 있습니다.
나: 와, 30명밖에 안 돼요? 저는 많은 줄 알았어요. 매주 나와서 많은분들이 전도하시더라고요. 작지만 정말 강한교회네요.
청년: 네, 하하. 감사합니다.

청년과 내가 대화하는 동안 신호등이 몇 번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대화를 마무리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나는 청년에게 “안녕히 계세요” 라고 인사하고 돌아섰다. 아이들 손을 잡고 신호등을 건넜는데 아까 그 청년과 같은 교회에 다니시는 것으로 추정되는 할머니께서 나에게 교회 전도지를 주시려고 했다. 나는 “저기 건너편에 있는 저 청년한테 받았어요. 안 주셔도 돼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쟤는 내 손자야”라고 말씀하셨다.

와, 젊은 청년이 혼자서 스피릿 넘치게 전도하는 것에도 충격 받았는데 그 손자의 할머니도 건너편에서 전도하시는 모습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손자와 할머니가 같이 길거리에서 전도를 하는 모습이라니.

청년의 얼굴도 정말 선해 보였는데, 할머니의 얼굴은 “나 예수 엄청 잘 믿는 사람”이라고 써 있는 것만 같았다. 부러웠다. 할머니도, 청년도. 예수 잘 믿는 것이, 거리에서 전도하는 그 용기가. 할머니의 믿음이 손자에게까지 이어진것이. 적어도 50년이상 차이나는 다른 세대가 한 공동체에서 신앙생활하며 예수안에서 하나인것이.

할머니와도 헤어지고 집으로 가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저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모르는 사람들한테 예수님 믿으라고 말하는 용기가 말이야.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할까?”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근데 우리 무슨 과자 사서 나눠줄까?”

풋. 웃음이 나왔다. 전도할 때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과자의 종류였던것이다.

나는 “아무거나. 우리가 원하는 것 사면 되지.”라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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