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F > 안암 > 컬럼 > 나는 독서왕(2세 환영!!!)

ㆍ작성자	Jesuslove
ㆍ작성일	2016-05-09 (월) 21:36

ㆍ추천: 2 ㆍ조회: 1027

ㆍIP: 211.xxx.12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출판사 – 민음사)

예전부터 이 책이 유명한 책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에 읽어보았을 때는 이해가 잘 안되고 재미가 없더니만 다시 읽어보니 공감이 많이 가고 재미있었다. 똑같은 책인데도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게 신기하다.
이 소설은 홀든 콜필드라는 16세 소년이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사립 고등학교에서 5과목 중 4과목에 낙제를 받고 퇴학당한 뒤 부모님께 혼날까봐 뉴욕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 하고 이 곳 저 곳을 방황하며 보낸 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콜필드는 전에 다녔던 엘크튼 힐스 사립 고등학교가 속물들로 가득 차 있어서 그곳을 떠났는데, 새로 전학 온 펜시 고등학교 또한 그곳과 크게 다르지 않아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난다. 콜필드는 학교나 선생들, 친구들, 교육방식 등에서 보이는 모든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것들을 미워한다. 밖에서 방황하던 콜필드는 어린 여동생이 보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집에 들어가는데 여동생 피비가 오빠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콜필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 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 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콜필드의 꿈은 일반적인 학생들의 꿈과는 다르다. 변호사인 아버지처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진다거나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어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그가 여동생은 끔찍이도 아끼고, 또 어린애들이 호밀밭에서 놀고 있을 때 지켜 주고 싶은 게 꿈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는 어린 아이들만큼은 좋아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들은 가식적이지 않고 위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싫어한 것은 어른이 아니라 위선과 가식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동경한 것은 진실하고 순수한 세계였고 그는 어린 아이들이 영원히 그러한 세계에 살도록 지켜주고 싶어 했다. 콜필드가 여동생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 벽에 성적인 욕이 낙서돼 있는 것을 보고 콜필드는 여동생이 그것을 볼까봐 걱정돼 낙서를 지운다. 그런데 학교 건물 곳곳에 그런 낙서가 돼 있는 것을 보고는 낙서를 지우는 것을 포기해버린다. 이 지구상에는 그런 낙서가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고 자신이 다 지울 수는 없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여기서도 그가 얼마나 어린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힘으로는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그것은 포기나 현실타협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서 콜필드가 한 단계 성숙해진 것이라고 본다.

나는 이 소설이 꽤 마음에 들었다. 어렵지 않게 술술 잘 읽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허황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담백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또 주인공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반항적이면서도 행동이 과격하거나 파격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결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자기가 비판했던, 그리고 티격태격하며 다투었던 속물적인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자기에게 사기를 치고 돈을 빼앗아갔던 사람까지도 그립다고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한편의 잔잔한 성장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mk 2016-05-18 11:49	내가 대학교 때 데모하고 잡히던 날 제 가방에는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있었습니다. 지금 기억으로는 노란 색 하드카바 책이었던 것같습니다. 경찰 안에 있는 감옥에 며칠 갇혀 있다가 나와서 이 책을 학교 도서관에 반납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대학 4년 동안에 일주일에 책 한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그때 바로 이 책을 대출받아 읽고 있었어요. 후에도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위의 정리된 글을 보니 이제 책이해가 좀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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