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F > 안암 > 컬럼 > 나는 독서왕(2세 환영!!!)

ㆍ작성자	Jesuslove
ㆍ작성일	2016-05-20 (금) 21:07

ㆍ추천: 4 ㆍ조회: 4169

ㆍIP: 211.xxx.11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출판사 – 문학동네)

‘이방인’으로 처음 접했던 작가인 카뮈의 또 다른 작품 ‘페스트’를 읽었다.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알제리 해안에 있는 오랑이라는 평범한 도시다.(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부, 지중해에 면한 아랍계 나라로, 1830년부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62년에 독립하였다. 카뮈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서 어느 날 갑자기 건물과 거리 곳곳에서 죽은 쥐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죽은 쥐의 숫자가 수천 마리 이상으로 불어나고 몸에 이상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사람들도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의사들은 ‘페스트’라는 진단을 내린다. (페스트는 중세시대 유럽 인구의 1/3을 앗아간 무서운 전염병이다.)평범했던 도시는 더 이상 평범한 도시의 모습일 수 없었다.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와의 왕래가 차단되고 도시는 폐쇄된다. 그리고 페스트 환자는 격리 수용소에 수용되고 환자의 가족들조차 격리조치 된다.

페스트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피곤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 리외, 낮에는 시청에서 비정규직 직원으로 일하고 저녁때는 보건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성실한 노인 그랑, 신문기자로 오랑시에 왔다가 도시가 폐쇄되는 바람에 아내를 만나지 못 해 불안해하는 랑베르(랑베르는 불법적인 방법으로라도 도시를 탈출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는데 나중에는 마음을 바꿔 도시에 남아 페스트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로 한다.), 페스트 속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설교하고 페스트에 걸린 뒤에도 의사의 치료를 거부하며 죽어간 파늘루 신부, 의사 리외를 도와 환자들을 돌보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지만 역시 페스트의 폭력을 비켜갈 수 없었던 지식인 타루, 페스트가 기승을 부리자 공권력의 감시가 느슨해져 활개를 치고 다니는 범죄자 코타르가 소설을 이루는 인물들이다. (그는 페스트가 기승을 부릴수록 쾌활해지고, 페스트가 물러가자 낙담에 빠져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고 체포된다. 나는 성실하고 헌신적인 다른 인물들보다도 소설 속에서 이방인 같았던 독특한 캐릭터인 코타르가 제일 흥미로웠다.)

‘페스트’를 표면적 의미에서 단순하게 한 도시를 휩쓴 몹쓸 전염병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징성을 지닌 여러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페스트는 인간에게 불가항력적인 존재로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찾아와 사형선고를 내린다는 점에서 페스트를 ‘죽음’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죽음은 절대적으로 공평하고 정의를 실현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선고를 내리기 때문이다. 실존주의에서는 죽음을 삶의 부조리로 본다. 그런데 이 죽음에 굴복하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우고 반항하며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 때 인간은 죽더라도 죽음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 승리했다고 본다. 카뮈가 이 소설 <페스트>를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주제의식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는 공동 운명체의 의식을 가지고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주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우리’를 추구한다. 이런 모습은 리외나 그랑, 랑베르, 타루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볼 수 있다. 카뮈는 ‘나’를 넘어서 ‘우리’가 되는 인간, 절대적인 위협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 성실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생각하였고 이 소설을 통해 그러한 인간들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mk 2016-05-22 00:05	이제 까뮈로 가셨군요.^^ 최근에 묻지마 살인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이 되어 연일 메스컴에 오를 때 저는 이 사건과 성격이 조금 다르긴해도 카뮈의 '이방인'생각이 났었습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멀쩡한 대낮에 자기와 관계도 없는 사람을 죽여놓고, 왜 죽였냐고 물으니까 '태양이 뜨거워서'라고 말했었지요. 실존주의 소설에는 물, 바다가 잘 나옵니다. 물은 불안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작가가 가진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의식이 소설 속에서 바다로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까뮈의 '이방인'이나 '페스트', 사르트르의 '구토' 등에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이것과 함께 시지프스 신화 코드를 염두에 두고 실존주의 문학을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위의 서평 마지막 부분에서 '절대적인 위협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 성실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인간' 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시 반대편으로 돌이 굴러떨어져도 오늘 또 그 산꼭대기로 성실하게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인간 - 실존주의자들은 절망 속에서 이런 자기 존재에 대한 대책으로 '성실'을 택했어요. ^^ 감사합니다. 그런데 건강하셔야 합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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