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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고
(문학동네, 심채경 지음, 1판 1쇄 2021년 2월 22일, 1판 22쇄 2023년 12월 5일, 271쪽, 15,000원)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아이들에게 ‘달’에 대해 가르칠 때 관련 자료를 유튜브에서 찾아 보았다. 그러던 중 어떤 예쁜 여성 천문학자가 달에 대해 설명한 영상을 보았다. 그 과학자의 이름은 ‘심채경’이었다. 그렇게 천문학자 심채경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성 천문학자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서 그녀가 쓴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책 날개 안쪽에 적힌 그녀의 프로필을 옮겨 적어본다. 심채경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우주탐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신분을 바꿔가며 20여 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과 성간과 달과 수성을 누볐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 언제 회신될지 모를 신호를 우주에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과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 자연 그리고 우주를 동경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고등학생이 “저는 ‘천문학과’에 갈래요.” 라고 말한다면 부모님, 선생님, 주변 어른들 중 십중팔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쯧쯧,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 돈은 어떻게 벌려고 저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러한데, 저자는 어떻게 천문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천문학쪽에 관심이 많아 위대한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었을까. 아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시간에 선생님이 연주 시차를 설명할 때였다. 별의 연주시차를 설명하기 위해서 선생님은 칠판에 옴싹 달라붙어서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애쓰며 점 두 개를 칠판에 찍고는 돌아서서 이토록 흥미진진한 것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순간, 무미건조한 중년 아저씨의 눈에서 반짝, 소년이 지나갔다고. 술이나 산해진미도 아니고, 복권 당첨도 아닌데, 지난 십 몇 년 동안 한해에 예닐곱 반에서 똑같은 설명을 했을 텐데 어째서 연주 시차 따위가 저 사람을 그리 즐겁게 하는 것인지 몹시도 궁금했다고. 일 년 뒤 저자는 지구과학 경시대회에 나가서 상을 탔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갔더니 그런 귀여운 교수님들(이것은 저자의 표현이다.)이 또 있었다고. 저자는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 오는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고 말했다. 저자가 어떻게 천문학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는 프롤로그에 나오는 내용인데 나는 이 책에서 이 내용이 가장 인상깊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좋았다. 그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고 나에게도 그처럼 몰두할만한 분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저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너무 좋아서 하는 것 말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을 머금고 있는 것’) 지금은 그녀의 이력이 화려하게 느껴지지만 학부생으로서, 대학원생으로서, 박사후 연구원으로서, 비정규직으로서 얼마나 삶이 불안정했고 힘들었는지 저자는 이 책에서 상세히 말해주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 뒤엔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려움들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책 제목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인데 이것은 저자가 지은 것이 아니고 편집자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이것은 이 책이 아닌 다른데서 얻은 정보이다.) 마케팅을 생각해서 좀 흥미롭게 지은것 같은데, 그래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통해 관측자료를 보며 연구하고 분석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과학자의 삶을, 천문학자의 삶을 조금 엿보게 되어 즐거웠다. 저자는 책과 영화, 음악,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녀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풍부한 이과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글도 재밌게 잘 쓰고, 어려운 과학 이야기도 친근하게 풀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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