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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F > 안암 > 컬럼 > 나는 독서왕(2세 환영!!!)
ㆍ작성자 Jesuslove
ㆍ작성일 2016-03-27 (일) 20:43
ㆍ추천: 16  ㆍ조회: 3154      
ㆍIP: 211.xxx.15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읽고

(출판사 – 스마트북)

     어렸을 때 동화책으로 읽었고 몇 년 전에 영화로 나왔을 때 본 작품이다. 성인용 책으로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었다. 읽어보고 싶지 않아 일부러 읽지 않았다. 왜냐하면 줄거리를 다 알고 있어서 재미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얼마 전에 얇은 레 미제라블 영어동화책을 읽었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감동이 밀려오다니. 그것도 얇은 영어동화책에서 말이다. 정말 위대한 작품은 압축을 시키거나 변형을 가해도 그 가치와 위대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 서야 레 미제라블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진짜 제대로 읽으려면 5권으로 된 것을 읽어야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부담이 되어 1권(600쪽)으로 된 것을 읽었다. 나중에 5권짜리에도 도전 해 보고 싶다.
     저자인 빅토르 위고는 정치에 깊숙이 참여한 인물이다. 국회의원을 지냈고, 공화제를 옹호했으며 1851년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반대한 죄목으로 국외로 추방당해 19년간 망명생활을 하였다. ‘레 미제라블’은 우리말로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위고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 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처절한 삶을 보여주고 약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이 소설의 일부 등장인물은 실존했던 사람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미요리스라는 인정 많은 신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미요리스 신부는 출소한 죄수를 하룻밤 묵게 해주었다. 그런데 그 죄수가 은식기를 훔치는 행위로 그 주교의 은혜를 갚았을 때, 미요리스는 경찰에게 자기가 그 값진 식기를 그 사람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장발장이란 인물 또한 실제 인물에 바탕을 둔 것이다. 사회 정의와 프랑스의 형사제도에 관심이 많았던 위고는 감옥을 돌아다니며 죄수들과 면담하곤 했다. 구스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는 위고에게 자기가 아이들에게 줄 빵을 훔치러 어느 집에 침입했다가 감옥에 보내진 경위를 말했다. 그러나 소설 속의 장발장과는 달리, 구스는 감옥에 있는 동안 교도관을 살해하여 사형 당했다. 위고는 구스를 동정했다. 교도관이 구스에게 아주 잔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고는 <레 미제라블>에서 최종 결과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코제트와 마리우스도 현실에 있었던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이다. 이상주의자인 마리우스는 위고 자신을, 코제트는 그의 아내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낸 불쌍한 장발장. 출소한 그를 사람들은 경멸하고 냉대하는데 미리엘 주교만이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어 그를 감화시킨다. 세상을 증오했던 장발장은 새 삶을 살기 시작한다. 장발장을 끝까지 추적했던 자베르 경감은 또 한 명의 불쌍한 사람이다. 그는 율법적인 사람으로 율법을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자신이 그 율법을 지키지 못 하자 자기모순을 견디지 못 하고 자살해버리고 만다. 위고는 어떻게 자베르 같은 인물을 생각해냈을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베르는 율법적인 인간의 전형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자베르를 나쁜 사람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도 매우 불쌍한 사람이었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은혜의 세계, 사랑의 세계를 몰라서 불쌍한 사람이다. 나는 자베르가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자베르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정죄하고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율법을 지키지 못함을 굉장히 괴로워한다. 어떤 것이 선인지 알지만 선을 행하지 못 하는 자신. 모순된 자신을 보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베르라는 인물에 대해 이번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은 율법으로만 살 수 없음을, 은혜의 세계가 반드시 필요함을 깨달았다. 한편, 미혼모인 팡틴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코제트를 맡기고 돈을 벌러 가는데 테나르디에 부부는 어린 코제트를 학대하고 하녀처럼 부려 먹으면서 팡틴을 속여 돈을 많이 뜯어낸다. 팡틴은 그것도 모르고 돈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머리털을 팔고, 앞니를 팔고, 더 이상 팔게 없자 몸까지 판다. 팡틴은 딸을 보지도 못 하고 결국 병으로 죽고 만다. 가련한 여인이여...팡틴의 불행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부부에게서 구출해 내어 지극히 사랑하고 돌봐주었다. 그런데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고, 자신의 전부였던 코제트가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지자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극도로 미워한다. 그렇지만 장발장은 이내 마음을 바꿔 맹렬한 싸움터에서 총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는 마리우스를 필사적으로 구해낸다. 그 뒤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결혼을 하고 장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뒤 쓸쓸히 사라진다. 장발장의 과거를 안 마리우스는 장발장과 왕래도 끊고 멀리하는데 장발장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고 코제트와 함께 다시 장발장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 때는 이미 장발장이 병이 깊어 이생에서의 삶과 작별하려하고 있었다.


“난 너희들 둘을 깊이 사랑한다. 아 이렇게 죽는 것은 고마운 일이야. 벽난로 위에 있는 두 개의 촛대를 코제트 너에게 물려주마. 은으로 만든 것이지만 내게는 금이나 다이아몬드로 된 것보다 더 소중하다. 나는 그것을 내게 주신 분이 천국에서 내게 만족해하시는지 그것은 모르겠어. 나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그 테나르디에 부부는 악한이었어. 하지만 그들을 용서해야 해. 코제트야, 이제 네 어머니의 이름을 말할 때가 왔다. 어머니는 팡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계셨어. 그 이름을 잘 기억해 둬.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무릎을 꿇어야 해. 어머닌 몹시 고생하셨어. 그러면서도 너를 무척 사랑했고, 네가 행복한 만큼이나 어머님은 불행하셨지.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야. 하느님은 하늘에 계셔. 우리 모두를 내려다보고 계시지. 이제 나는 곧 작별을 고하게 될 거야. 언제까지나 사랑하거라. 이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나는 행복하게 죽는다....”


     아, 감동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이 정확하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아마도 이 책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고도 그것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그런데 장발장은 주교의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정직하게 행동하는 대가로 현재의 부와 명예를 잃고 다시 감옥에 가야한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했고, 자기가 깔려 죽을지도 모르는데도 마차에 깔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마차 밑으로 들어갔으며, 악한인 테나르디에가 돈을 계속 요구할 때도 계속 주었고, 사랑하는 코제트를 빼앗아간(?) 마리우스를 받아들였고, 진실을 얘기하면 존경을 잃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게 되는데도 진실을 얘기했다. 나는 은혜를 잊지 않은 삶을 살았던 장발장에게 깊이 감동받았다. 사실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도 어려운데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왜냐하면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은 불행하게 살면서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했던 팡틴을 보며 마찬가지로 희생적인 삶을 사신 나의 어머니가 떠올라서 슬펐다.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과 대조되는 나의 무심함, 은혜를 모르고 사는 나 자신을 생각하니 역시 슬펐다. 장발장이 말했던 것처럼 한 사람의 행복과 다른 사람의 불행은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누군가가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예수님이 고난 받으심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고, 평화를 얻고, 생명을 얻은 것처럼...)그러므로 은혜를 아는 자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은혜에 보답하는 자가 되어야겠다.
이름아이콘 mk
2016-04-01 10:11
 감동적인 글이에요. 감사합니다. Uncle Tom's Cabin 읽고 독후감 좀 써주세요. 나는 이거 영화로만 보고 소설을 못읽었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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