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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읽고
(출판사 – 열린책들) 볼테르는 18세기 계몽주의(인류의 무한한 진보를 믿으며 이성의 힘으로 현존질서를 타파하고 사회를 개혁하는데 목적을 두었던 시대적 사조)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자신의 철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철학적 콩트’ 분야를 창조했는데, 그 대표작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이다. 이 작품은 캉디드라는 순진하고 단순한 청년의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인생을 통해 당시 유행하던 낙관주의 사조를 공박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독일 베스트팔렌의 툰더텐트론크 남작의 성에는 남작과 남작부인, 남작의 딸(퀴네공드), 남작의 아들, 남작의 조카(캉디드), 가정교사(팡글로스)가 살고 있다. 팡글로스 선생은 우리의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캉디드는 팡글로스 선생의 말을 그대로 믿고 그를 추종한다. 그러다가 캉디드와 남작의 딸 퀴네공드 양이 눈이 맞자 남작은 캉디드를 성에서 쫓아내 버린다. 성에서 쫓겨난 캉디드는 정처 없이 걷다가 불가리아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군대로 끌려간다. 거기에서 군사 훈련을 받으며 별 잘못도 없이 매를 맞고 감옥에 갇혔다가 사면된다. 그 무렵 불가리아와 아바르족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네덜란드로 간 캉디드는 길거리에서 종기투성이에 코끝이 문드러진 거지를 만나는데 그는 팡글로스 선생이었다. 팡글로스 선생의 말에 의하면 전쟁 중에 남작의 성에 있던 사람들(남작, 남작의 부인, 남작의 딸, 아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매독에 걸려서 이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캉디드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세계가 최선의 세계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묻지만 팡글로스 선생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그래도 이 세계는 최선의 세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 뒤 캉디드와 팡글로스 선생은 세계 곳곳을 여행을 하다 폭풍우와 난파, 지진, 죽을 뻔한 여러 고비, 가지고 있던 재물을 도둑맞는 등 온갖 고난을 겪는데 그런데도 팡글로스 선생은 이 세계가 최선의 세계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죽은 줄 알았던 퀴네공드 양과 그의 오빠가 알고 보니 죽지 않아서 나중에 다 같이 만나게 되고, 마르틴이라는 철학자와 퀴네공드 양의 시중을 들던 노파, 캉디드의 시중을 들던 카캄보라는 하인이 합류하여 공동체 비슷한 것을 이루어 살게 된다. 퀴네공드 양 또한 이곳저곳으로 팔려 다니며 온갖 고난을 겪는 동안 외모가 추하게 변했는데 캉디드는 약속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퀴네공드 양과 결혼을 한다. 캉디드는 하도 사기를 당해서 그에게 남은 재산은 달랑 작은 농가 한 채 뿐이었고 아내는 날로 외모가 추해지고 성미가 까다로워졌으며 노파도 심술이 사나워진다. 카캄보는 하루 종일 일하느라 고단하고 팡글로스는 독일의 대학에서 재능을 떨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였다. 마르틴만이 인간은 어디서나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믿으며 인내심을 갖고 모든 것을 감내하였다. 캉디드와 마르틴과 팡글로스는 때때로 형이상학과 도덕에 관해 논하였는데 마르틴은 “헛된 공리공론은 집어치우고 일이나 합시다. 그것이 삶을 견뎌 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실천에 옮겨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해서 많은 소출이 생겼다. 팡글로스는 아직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못 하고 이 세계가 최선의 세계이며 어떤 일에는 필연적으로 이유가 있게 마련이라고 주장하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선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건들이 연계되어 있네. 만일 자네가 퀴네공드 양을 사랑한 죄로 엉덩이를 발길로 차이면서 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또 종교 재판을 받지 않았더라면, 또 걸어서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지 않았더라면, 또 남작을 칼로 찌르지 않았더라면, 또 엘도라도에서 가지고 온 양들을 모두 잃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여기서 설탕에 절인 레몬과 피스타치오를 먹지 못했을 것 아닌가” 이에 캉디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 곳곳에서 당시 사회, 종교, 문학, 철학, 과학, 정치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비판하여 통쾌함과 웃음을 준다. 그러나 낙관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이야기 전개가 너무 억지스럽고 그 설정 또한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낙관주의는 단순히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만든 세상은 완벽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최선이라고 보는 시각을 말한다.) 캉디드는 성경에 나오는 욥을 떠올리게 하는데 볼테르는 이 작품에서 욥과 같은 인물을 설정해 놓고 “이래도 하나님은 선하십니까?” 라고 묻는 듯하다. 나는 욥기를 끝까지 읽으면 욥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 하나님이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주실 줄 알았다. 그렇게 해 주시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 그런데 고통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욥에게 하나님은 갑자기 생뚱맞게 온갖 자연 현상에 대해서 늘어놓으시며 그것의 비밀을 네가 아느냐고, 네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예를 들어, 하마와 악어(성경에는 베헤못과 리워야단이라는 표현으로 나옴)가 얼마나 힘이 센지를 장황하게 설명하시며 누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이 생뚱맞아 보이는 얘기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런 동물들에게조차 쩔쩔매는 사람이,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섭리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제어할 수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전능자와 더불어 잘잘못을 다투겠느냐는 것,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다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욥은 결국 회개하였다.(하나님을 원망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 회개라니...욥의 수준이 정말 높다.) 그래도 볼테르가 지은 철학적 콩트인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의 사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우의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방식이 굉장히 세련되고 기법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는 책이기 때문이고 마지막 이유는 좀 황당하긴 하지만 줄거리가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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