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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Jesuslove
ㆍ작성일	2016-08-12 (금) 12:22

ㆍ추천: 6 ㆍ조회: 2059

ㆍIP: 218.xxx.142

‘만화 플라톤 국가’를 읽고

(손영운 글, 이규환 그림/ 김영사)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다음과 같이 말 했다고 한다.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 이 말을 통해 서양철학에서 플라톤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떠한지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의 사상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어쨌든 그는 서양철학의 기본적인 틀을 만든 위대한 철학자임에는 틀림없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소크라테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크라테스는 유명한 철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은 반면, 플라톤은 30여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 저서의 대부분에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덕분에 소크라테스는 책 한 권 남기지 않았음에도 제자를 통해 그의 사상이 후세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플라톤 저서의 또 한 가지 특이점은 모두 인물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플라톤이 쓴 책들을 ‘대화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가’도 대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인데 소크라테스와 6명의 인물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담고 있다. 대화의 처음 화제인 노년의 삶이 재산문제로 이어지다가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엇이 올바름인가’하는 주제로 이어지고 소크라테스가 국가 차원의 올바름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개인의 올바름보다 규모가 큰 국가 차원에서 올바름이 무엇인지 알기가 더 쉽고 국가의 올바름을 통해 개인의 올바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발언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책을 쓴 사람은 플라톤이므로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은 결국 플라톤의 사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플라톤은 사람들이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여 살면서 국가가 형성되었다고 하면서 이 국가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각자의 능력과 기질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를 이루는 구성원들은 통치자 계급과 수호자 계급(군인 계급), 시민 계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통치자 계급은 지혜가, 수호자 계급은 용기가, 시민 계급은 절제가 그 계급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이런 계급 구도가 유지되려면 계급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통치 계급을 위해서는 특별히 엘리트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 계급 사이에서는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아래 계급에서 위 계급으로 올라 갈 수는 없다. 플라톤의 사상은 한마디로 엘리트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철인(철학자.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통치하는 국가가 이상국가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데, ‘만약 통치자가 자신의 권력과 재물에만 눈이 멀어버린다면 과연 국가가 잘 운영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플라톤은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다 생각을 해 놓았다. 통치자들과 수호자들은 사유 재산을 가질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필요한 만큼 국가에서 공급해준다. 사유 재산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에 있어서도 소유 개념이 없다. 통치 계급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배우자와 자녀를 공유해야 한다.(정말 충격적인 발상이다.)그래야 사사로운 일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치자가 될 사람은 10세 때부터 50세까지 무려 40년 동안이나 엄격한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하고, 테스트에 통과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통치자가 되고, 통과하지 못 한 사람들은 통치자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된다. 그러면,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그럼, 누가 수호계급(통치계급과 수호계급을 합해서 수호계급이라고 한다.)이 되려고 하겠는가. 그냥 속 편하게 시민계급이 되지.” 이에 대해 플라톤은 그래서 수호계급 사람들이 자기들의 사명을 가슴 깊이 인식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희들은 특별한 존재다.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너희의 귀한 영혼 속에는 신들이 내린 신성한 금과 은이 들어 있다. 너희가 없으면 국가가 운영이 안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플라톤은 한 국가의 통치자가 될 사람은 ‘선(善)의 이데아’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이데아’ 이론은 플라톤의 대표적인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데아는 존재하는 것들의 참 모습,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각기관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오로지 지성으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선(善)의 이데아는 지식과 진리의 근원이자 최고 이상인데 이것은 훈련된 철학자만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데아 이론을 ‘동굴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 비유는 매우 유명하다. 동굴 안에서 한쪽 벽만을 보도록 묶여져 있는 죄수들이 있는데 그들은 동굴 입구에 있는 횃불을 통해 동굴 벽면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이 실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한 죄수가 풀려나 밖으로 나간 뒤 태양을 보고, 그 빛으로 바깥에 있는 실제 사물들을 보면서 동굴 속에서 자기가 본 그림자는 실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동굴로 돌아가 다른 죄수들을 설득하여 밖으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그들은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반발한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 얽매여 그것이 참된 이데아인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이데아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데아란 존재의 참 모습, 본질이고 선의 이데아는 지식과 진리의 근원이자 최고 이상이라고 하는데 무언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플라톤이 방향을 제시해 준 것 같기는 한데 뭔가 끝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존재의 참 모습이 무엇이냐고요? 지식과 진리의 근원이 무엇이냐고요?” 라고 플라톤에게 묻고 싶었다. 이데아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나는 이데아를 ‘하나님 나라’로 생각해보았다. 죄수가 동굴 안에 묶여 있었듯이 우리도 죄로 인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하나님과 단절되었고, 현실이란 감옥에 갇혀 현실세계밖에 볼 수 없었는데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예수님으로 인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의 본질(이데아)은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이고, 지식과 진리의 근원이자 최고 이상은 하나님 나라이다. 플라톤이 생각한 이데아와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이데아를 하나님나라로 생각하니 뭔가 딱딱 들어맞는 것 같고 명쾌하다.
그리고 플라톤은 철인정체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민주정체는 매우 안 좋게 여겼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주정체를 채택하고 있는데 왜 플라톤은 민주정체를 안 좋게 보았을까. 그것은 당시 아테네에서 참주(독재자)를 몰아내고 귀족 정체 대신 민주 정체를 실시했는데 정직한 사람들보다 언변이 좋은 선동가들에 의해 정치가 좌지우지 되는 등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도 아테네 시민들로 구성된 법정에서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고 죽었기 때문에 플라톤은 더더욱 민주정체를 싫어하였다.
만화책인데도 불구하고 플라톤의 ‘국가’는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글로 정리하는 것도 힘들어서 쓰는 것을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써야 산다(?)”는 생각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쓰기는 썼다. 그런데 대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플라톤이 앞서와 같은 이상국가의 형태를 제시한 것은 그렇게 할 때 모든 인간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그런데 나는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을 읽으면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인간은 감정이 있고, 욕망도 있고, 능력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소중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노력과 환경에 따라 능력이 개발될 수도 있는데 플라톤은 그런 것들은 다 무시하고 단지 국가의 효율성만을 위해 인간을 도구처럼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지혜롭고 훌륭한 통치자가 나라를 운영해야 국민 전체가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처음부터 계급을 나누고 그 계급에 맞는 교육만을 시키고 자유도 없이 국가가 모든 것을 엄격히 통제 관리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나는 플라톤과 이 책 ‘국가’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다. 왜냐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좀 어렵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사상은 옳을까 틀릴까, 그 근거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하는 즐거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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