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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읽고
(출판사 – 홍신문화사) 일본의 진실한 기독교인인 아야코는 문학을 통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애쓴 작가이다. 예전에 미우라 아야코를 한창 좋아했을 때 그녀가 쓴 책들을 많이 찾아서 읽어보곤 했었다. 이 작품은 그녀를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해 준 그녀의 데뷔작이다. 2007년도에 처음 이 책을 읽은 뒤 2018년 올해 초에 다시 읽어보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안과의사인 무라이는 병원장 쓰지구치 게이조의 아내인 나쓰에를 사모하여 종종 게이조의 집을 찾곤 했다. 어느 날은 게이조가 없을 때 나쓰에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나쓰에는 무라이의 유혹을 거절하면서도 단둘이 있고 싶은 욕망을 뿌리치지 못 하여 집에 있던 어린 딸 루리코를 바깥으로 내쫓는다. 둘 사이에는 별 일이 없었지만 밖으로 나갔던 루리코는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다가 집 근처 강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루리코를 죽인 범인은 홀로 갓난 아기를 키우던 사이시라는 남성으로 밝혀졌는데 그는 유치장에서 목을 매 자살을 하고 만다. 게이조는 아내와 무라이가 집에서 단 둘이 있었을 때 루리코가 살해당한 것을 알고 아내와 무라이를 증오한다. 루리코가 죽어 마음이 쓸쓸했던 나쓰에는 아기를 입양하여 루리코라고 생각하고 기르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게이조는 아내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루리코를 죽인 범인의 아기를 다른 아기라고 속여 입양한다. 입양된 아기의 이름은 요코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쓰에는 요코를 끔찍이 아끼고 예뻐한다. 아내가 요코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어 일부러 범인의 아기를 입양하였지만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범의 자녀를 보는 것은 게이조에게도 역시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게이조는 요코를 한 번도 안아주지 않고 무심하게 대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나쓰에는 우연히 남편의 일기장을 보고 요코가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남편이 자기를 증오하여 그런 일을 꾸몄다는 것을 알자 그녀 또한 남편을 증오하고 그때부터는 요코에게 못 되게 군다. 게이조와 나쓰에 사이에는 루리코의 오빠인 도루라는 아들이 있는데 도루만이 요코를 진심으로 사랑해준다. 요코는 양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 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어른스럽고 밝고 씩씩하게 잘 자란다. 어떤 계기로 인해 요코도 자기가 입양된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사실을 알고도 요코는 모른 척 하고 변함없이 양부모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대학생이 된 도루가 친구인 기다하라를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기다하라와 요코는 서로 좋아하게 된다. 질투를 느낀 나쓰에는 둘 사이에 주고 받는 편지를 가로채는 등 훼방을 놓고 급기야는 요코와 기다하라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요코는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것을 밝힌다. 요코는 자신이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데에 큰 죄의식을 느끼고 음독 자살을 시도한다. 요코가 혼수상태에 빠져있을 때 사실은 요코가 살인범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쓰에는 참회를 한다. 요코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것을 내비치면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에서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군데군데 심어놓았다. 게이조는 아내의 부정을 안 뒤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고뇌한다. 인생에 회의를 느낀 그는 기독교 신앙에는 자신이 모르는 인생을 바칠만한 고귀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막연히 느낀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망설이고 우물쭈물하기만 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평생의 과제로 삼고 살아가고 싶어 하면서도 그러지 못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선교사의 모습에 감동을 받고도 어떤 실천을 하지 못 한다. 심지어는 교회에 가 보려고 교회 앞까지 갔다가도 들어가기가 망설여져 다시 되돌아오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좀 안타까웠다.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 하는 게이조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 크게 공감이 되기도 했다. 요코가 살인범의 자식인 것을 안 뒤로 나쓰에는 요코에게 온갖 못된 짓을 저질렀다.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 하고 요코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학예회 때 모두 흰 옷을 입고 오라고 했는데 요코가 창피를 당하도록 흰 옷을 만들어주지 않았으며 요코가 졸업생 대표로 읽을 답사를 백지로 바꿔치기 하기도 했다. 요코는 자신을 미워하는 어머니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고 그 시련들을 씩씩하게 헤쳐나갔다.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캐릭터를 그렸을텐데 나는 나쓰에의 캐릭터가 좀 아쉬웠다. 나쓰에는 못되기만 하고 요코는 착하기만 해서 이 소설이 꼭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어린 아이들이 보는 유치한 동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코를 착하게만 그린 것은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빙점’은 요코가 자신이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고 내뱉은 말이다. 요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꾹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절대로 나쁘지 않다, 나는 올바르다, 때 묻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버텨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저는 제가 의지하고 설 땅을 잃어버렸습니다. (생략) 지금 요코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살아온 요코의 마음에도 빙점(氷點)이 있었다는 것을!” 새어머니가 그렇게 못 되게 굴어도 미워하지 않았던 요코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요코는 단지 자신에게 살인범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한 것이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인하여…….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무리 착하고 올바르고 성실하게 살아도 인간은 누구나 마음에 빙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즉 (원)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게이조와 마찬가지로 요코도 인생에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해결책을 알지 못 한다. 그래서 요코는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이 소설은 1963년 아사히 신문사가 주최한 창간 85주년 기념 1천만 엔 현상 소설 공모전에서 1등으로 당선된 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기독교 인구가 미미한 일본에서 이런 소설이 성공할 수 있었다니 놀랍다. 더군다나 전업 작가도 아니고 가정주부였던 아야코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었는데 말이다. 아야코가 고백했듯이 이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인한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이 소설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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