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파괴의 여신 카미유 클로델’을 읽고
(은미희 지음/ 이룸 출판사)
읽고 있던 미술 에세이 책에서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이 소개되어 있어서 카미유 클로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카미유 클로델은 뛰어난 미모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조각가였는데 안타깝게도 로댕의 연인이자 조수이자 모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미술 에세이 책에서 카미유 클로델이 소개된 부분은 세 장밖에 안 됐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책 자체가 거의 없거니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이 청소년 평전으로 나온 책 밖에 없어서 청소년 평전으로 나온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재밌는(?) 사실은 미술 에세이 책 세 장에 들어있는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정보의 양과 200페이지짜리 평전에 있는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정보의 양이 똑같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얼마 안 되는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정보에 소설적인 상상력을 가미해서 지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끝까지 읽은 이유는 생소한 어휘가 많아서 어휘 공부나 하자하고 읽은 것이다.)
카미유 클로델은 1864년에 프랑스의 한 유복한 가정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카미유의 어머니는 사내애였던 첫 아이를 생후 2주 만에 잃은 뒤 우울증에 시달렸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다시 임신했을 때 사내아이이길 간절히 바랬는데 카미유가 딸로 태어나자 카미유를 극도로 미워했다. 카미유 또한 고집이 센 아이여서 어머니의 말을 순순히 듣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어머니가 그녀를 더 미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카미유는 어렸을 때부터 흙을 뭉쳐서 조각을 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카미유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가 당시 유명한 조각가였던 알프레드 부셰에게 데려갔다. 그 때 카미유의 나이 15세였다. 당시 미술계에서는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루한 관습이 있었다. 카미유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국립 미술학교에서 입학을 거절당하고 사립 미술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1884년경에 로댕을 만나 그의 조수로 일하게 되는데 이 운명적인 만남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된다. (이것은 마치 프리다 칼로가 디에고 리베라를 만난 것과 같다. 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야 했다.)로댕을 만났을 당시 카미유는 19세였고 로댕은 43세였다. 그러나 둘은 24세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진다. 카미유는 단순히 로댕의 제자가 아니었다. 로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조각가였다. 유명한 작품전에서 수상도 몇 번 하고 신문에도 소개된다. 로댕은 예술적으로 카미유의 조력을 많이 받았다. 그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그녀를 모델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으며 작품을 할 때 그녀의 조언을 많이 구했다. 그런데 로댕은 로즈 뵈레라는 20년 넘게 사귀어 온 여자가 있었다. 그는 로즈 뵈레가 있는데도 카미유를 만났고, 카미유를 만나면서도 로즈 뵈레와의 관계를 청산하지 않았다. 이러한 로댕의 태도는 카미유에게 상처가 되었고 둘은 사이가 나빠지게 된다. 후에 로댕은 카미유를 버리고 로즈 뵈레에게 가버린다. 로댕이 자신을 배신하고, 또한 그녀가 예술계에서 인정받는 것을 로댕이 견제하자 카미유는 극도로 분노한다. 그녀가 독창적으로 만든 작품을 출품 했을 때도 사람들은 그 작품에 감탄하면서도 분명 로댕이 손 봐 줬을거라고 멋대로 재단한다. 이처럼 자신의 작품이 독립적으로 인정받지 못 하고 로댕과 연결지어 생각되는 것에 카미유는 분개했다. 가족과 연인으로부터 버림받고 세간의 수군거림에 늘 시달렸던 카미유의 정신은 황폐해져만 갔다. 더군다나 물질적으로도 궁핍해 가난에 쪼들리며 살았다. 도무지 씻지 않은 산발한 모습에 피해망상증이 심해져서 카미유의 가족들은 카미유를 정신병원에 수용시켰고, 그녀가 회복된 뒤에 정신병원에서 나가게 해 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았다. 카미유는 아무도 찾지 않는 열악한 정신병원에서 30년간이나 살다가 79세의 나이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천재 조각가였던 그녀의 삶은 왜 이렇게 비참했을까. 여자였기 때문이었을까. 시대를 잘 못 타고난 탓일까. 아님, 로댕 때문이었을까. 사랑 없는 가족들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선택과 고집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결과이리라. 로댕이란 큰 나무의 그늘에 가려 빛을 못 본 비운의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그녀의 작품은 하나같이 애잔하다. ‘중년 또는 성숙’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작품이 가장 유명한데 한 남성이 자신에게 애원하는 젊은 여자를 버리고 나이든 여자에게 이끌려 가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누가 봐도 로댕과 그의 오래된 연인 로즈 뵈레, 그리고 카미유의 삼각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로댕은 이 작품이 주물로 완성되지 못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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