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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이 교양이다'를 읽고
(저자: 사이토 다카시/ 출판사: 한빛비즈) 나는 우리말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꼭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따로 메모해놓기도 한다. 우리말을 더 잘 알고 싶고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어휘가 늘지 않는 것 같아 좀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어휘를 늘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어휘 관련 책을 검색하던 중 일본인 교수가 쓴 “어휘력이 교양이다”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2017년 3월에 출간된 신간이다. 이 책을 사서 보기는 좀 아까워서 도서관에 비치희망도서로 신청을 했더니 도서관에서 이 책을 사 주어서 빌려서 읽었다.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나서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이 되었다. 약간 계륵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간이 도움이 되는 말들이 있어서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더군다나 내가 신청해서 도서관에서 산 책인데....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어휘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떤 사람이 쓰는 어휘를 보면 그 사람의 교양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휘력이 부족하면 사람들과 대화할 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휘력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는 어떤 단어를 썼는데 그 단어의 뜻을 모른다면 난감하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어휘력을 키울 수 있을까? 먼저는 어휘의 인풋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아웃풋으로 연습을 해야 그 어휘가 내 것이 된다. 인풋과 아웃풋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인풋은 입력하다는 뜻이고 아웃풋은 출력하다는 뜻인데 이 책에서는 인풋, 아웃풋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으므로 나도 인풋 아웃풋이라고 쓴다.) 인풋의 방법에는 독서가 제일 좋지만 드라마, 영화, 인터넷, TV 교양 프로그램, 노래 가사 등으로도 어휘를 단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독서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인풋을 했으면 아웃풋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저자는 음독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 방법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효과가 있을 것 같이 생각이 되었다.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공부할 때 늘 소리 내어 글을 읽었다는 것을 생각해봐도 알 수 있고, 배우가 그 많은 대사를 외울 수 있는 것도 눈으로 여러 번 보거나 글로 써서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말을 함으로써 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지만 책 전부를 소리 내서 읽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주요 장면이나 좋은 문장들이 모여 있는 부분을 발췌해서 음독하라고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작가의 문체를 따라서 글을 써 보는 것을 권하였다.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해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사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전혀 니체를 접한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 소리 내어 읽기를 시킨다. 처음에는 생소한 표현에 고전하던 학생들이 소리 내어 읽으면서 점점 니체 특유의 리듬에 익숙해진다고 한다. 그런 후 저자는 학생들에게 “주말 에세이 과제는 니체의 문체로 써 오세요”라고 하는데 니체의 ‘니’자도 모르던 학생들이 다음과 같이 니체의 글 같은 문장을 써 온다고 한다. “이 늙은 초속의 사람이 숲에 있어, 아직 그 말을 전혀 듣지 못했소. 신은 죽었다, 는 그 말을. 친구가 자네들에게 있어 지상의 축제이듯이! 초인의 예감이듯이!” 좋은 문장을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훌륭한 작가의 글을 읽고 그 사람의 문체를 흉내 내서 글을 써 보는 것도 어휘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어휘력을 기르는 것과 관련해서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 번째는 어휘를 과연 어디까지 공부해야할까? 하는 것이다. 어휘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어느 정도까지 익혀야할까. 그 범위와 수준을 정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어휘를 많이 익힌다고 하여도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글을 쓸 때 나는 자연스럽게 쓰는 그 어휘가 사람들에게는 너무 생소하여 거부감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든다는 점이다. (또는 현학적으로 보이거나) 실제로 그런 경험들이 있다. 대화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단어를 툭 내뱉었는데 너무 문어적이라고, 그리고 생전 처음 듣는 단어라는 지적을 몇 번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저자는 어휘는 많이 알면 알수록 좋은 것이고, 어휘를 공부하지 않는 것은 반지성적인 태도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어휘를 모르는 게 문제지 많이 알아서 문제겠는가. 내가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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