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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출판사 – 소담출판사) 사르트르는 실존주의 철학자이고 이 소설도 그러한 철학에 기반하여 쓰여졌다는 것을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이해하기는 참 힘들었다. (철학책인지...문학책인지...)그리하여 나는 이 책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혹은 욕심)을 내려놓고 “끝까지 읽어나 보자” 라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서른 살에 연금 생활을 하는 앙트완 로캉탱은 롤르봉 후작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자료를 찾아 정리하기 위해 도서관을 드나들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카페에 가거나 거리를 거닐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몇 마디 주고받는 것이 그의 인간관계의 전부다. 친구라곤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물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며 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자신도 물수제비를 하려고 돌을 집어든 순간 구토 증세를 느낀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구토 증세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는 구토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일기의 내용이 이 소설의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로캉탱은 사물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깊이 사유를 하는데 인간의 존재는 우연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의 구토 증세의 원인은 바로 그가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헤어졌던 옛 애인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의 구토 증세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녀 또한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그리고 역사 속 인물인 롤르봉 후작의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작업을 그만 둔다. 다음은 소설 속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존재하는 것들은 이유 없이 태어나서 연약하게 그 목숨을 유지하다가 우연한 만남에 의해 죽는다. 본질적인 것, 그것은 우연이다. 존재는 필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 무의미한 존재의 하나라도 없애기 위해서 자살이나 할까 막연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죽음 자체가 무의미한 짓이었을 것이다. 나는 영원히 무의미한 존재였다. 여기서 우리의 귀중한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먹고 마시지만, 존재의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나는 존재할 권리가 없었다. 나는 우연히 생겨나서 돌처럼, 풀처럼, 세균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내 생명은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뻗어 나갔다. 위 문장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에는 허무의 색채가 아주 짙게 드러나 있다. 존재의 무의미함을 견디지 못 하고 죽으려고 하는데 죽는 것도 무의미해 죽지 못 한다니 도대체 무의미의 끝은 어디인가. 사르트르는 신이 있다면 인간은 신의 의도대로 살아갈 텐데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창조해가고 있기 때문에 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이 그 뜻이다. 인간의 본질을 미리 생각하고 규정해서 만든 신이 없고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정말이지 답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작가는 그러한 답이 없는 삶, 고독하고 혼란스러운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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