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읽고
(출판사 - 육문사)
프랑스 작가 모파상이 쓴 ‘여자의 일생’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잔느’는 외동딸로 유복하고 귀하게 자랐다. 소녀시절을 수도원에서 보냈고, 수도원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기대되는 줄리앙이란 청년과 결혼을 하였는데 결혼 후 줄리앙의 태도는 돌변하여 아내에게 함부로 대하고 외도를 한다. 잔느는 처음에는 너무나 놀라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에 빠졌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부모님과 자식(아들)에게만 마음을 주기로 하고 남편이 무슨 짓을 하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사랑하는 잔느의 부모님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잔느는 또 다시 큰 슬픔에 빠진다. 그리고 곧이어 남편도 세상을 떠난다. (줄리앙은 함께 불륜을 저지른 여자의 남편의 손에 죽는다.) 이제 잔느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아들, 뽀올 밖에 없다. 잔느는 이 아들에게 사랑을 쏟아 붓지만 아들은 엄마 몰래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무리하게 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도박을 하여 빚을 잔뜩 지는 등 잔느에게 근심을 주고 그녀의 재산을 다 탕진해버린다. 아들의 부인은 딸을 낳은 뒤 몇 일 만에 죽고, 아들은 그 아이를 잔느의 손에 맡긴다. 잔느가 이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미친 듯이 키스를 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잔느는 누구보다도 그 사이가 가깝고 사랑을 주고받아야 할 존재인 남편과 자식에게 배신을 당한 가련한 여인이다. ‘잔느는 인간 각자의 정신은 평생토록 고독한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쓰여 있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을 때 잔느는 매우 강한 여성인 것 같다. 불행을 많이 겪고 슬퍼했지만 그 슬픔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고꾸라져버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갈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결코 꺾이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남편이 실망을 주면, 부모에게로 희망의 눈을 돌리고, 부모가 실망을 주면 자식에게로 눈을 돌리는 등 그녀에게는 삶의 행복에 대한 포기치 않는 끈질김 같은 것이 있다. 자식마저 실망을 주었을 때는 새로 태어난 손녀에게 소망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잔느가 뽀올의 아기에게 미친 듯이 입맞춤을 했다는 표현이 잔느의 인생에 있어서 새롭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생겼음을 암시해준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슬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것을 생각하지 못 하고 소설을 보면 주인공의 인생이 너무 비참하게만 느껴지고 슬프게 느껴질 것이다. 중학생 때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그렇게 느꼈다. 그때는 이 소설에서 그 이상의 것은 보지도 생각지도 못 했다. 그런데 지금은 주인공이 겪는 비극보다 그 사람이 그것을 헤쳐 나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온다. 잔느가 비정상적으로 아들에게 집착할 때도 나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잔느가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보려고 애를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느에게 한 마디 해 준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줄 것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일어난 불행은 당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게 아니에요. 그러나 당신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군요. 정말 대단해요. 나는 그런 당신을 응원합니다.” 라고. 인생은 ‘그래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던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았고 거기에서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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