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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참회록'을 읽고
(출판사-동서문화사) 유튜브를 통해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님의 톨스토이에 대한 강연을 들었는데 그 분이 강연을 참 잘하셔서 그런지 톨스토이에 관심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강연 중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소개하시며 작품 중 한 문단을 발췌해서 읽어주셨는데 그것을 듣고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석 교수님이 읽어주신 대목은 다음과 같다. <공포와 혐오와 마음의 아픔을 느끼지 않고는 나는 그 시대를 회상할 수가 없다. 나는 전쟁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 죽이기 위해서 남에게 결투도 신청했다. 노름 때문에 돈을 크게 잃은 적도 있다. 농민들이 땀 흘리며 수확한 것으로 무위도식하면서 그들을 처벌했다. 간음도 했고, 사람을 속였다. 기만, 절도, 만취, 폭행, 살인 등 내가 하지 않은 죄악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은 소설이 아니라 톨스토이의 자전적 글이다. 그는 부유한 지주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고 불후의 대작인 전쟁과 평화, 안나카레니나를 비롯하여 많은 작품들을 썼으며 돈과 명예를 얻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많은 자녀도 두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였지만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죽음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하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 답을 찾지 못 해 방황하였다. 다음은 톨스토이의 <참회록> 중 일부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는 회의의 순간이, 생활의 운행이 정지해 버리는 것 같은 순간이 나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그러한 회의의 순간이 점점 빈번하게, 또 늘 같은 형태로 되풀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한 자리에 흘러 떨어지는 먹물 방울처럼, 해답 없는 이 의문은 나의 내부에 뚝뚝 떨어지더니 시꺼먼 큰 얼룩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것이 유치하고 어리석은 의문이기는커녕 인생의 가장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라는 것, 게다가 아무리 머리를 짜도 나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대답은 없었다. 나는 내가 서 있는 기반이 엉망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의지하고 설 아무것도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살아 온 생활의 바탕이 이제 깡그리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제 나에게는 살아갈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뿐이었다.> 참회록을 쓸 당시 톨스토이의 나이는 50세였다. 모든 것을 다 누려보았으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죽음을 생각하니 미치도록 두렵고 허무하더라는 톨스토이의 고백은 마치 솔로몬의 전도서를 읽는 듯했다. 허무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은 무엇인가에 대해 톨스토이가 찾은 답은 솔로몬이 전도서에서 말한 결론과 같다. 톨스토이처럼 많은 것을 누려본 것은 아니지만 나도 과거에 인생의 허무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참회록>을 읽으며 톨스토이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 참으로 와 닿았다. 그가 말했듯이 인간의 이성과 지혜, 그로 인한 과학적 지식과 발견 등이 아무리 놀랍고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거기에는 ‘나란 어떤 존재이며 왜 살고 있는가’의 의문, 그리고 인간의 죽음 문제를 해결해 줄 만한 지식이 없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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