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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읽고
(출판사 – 더클래식. 현대어로 번역이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는 쉬우나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듦.) 고전들 중에는 어렵고 재미가 없는데도 고전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억지로 읽게 되는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너무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처럼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작품성이 있으면서도 재미가 있어서 좋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 ‘오셀로’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셀로는 베니스의 장군으로 무어인(피부색이 검은 이슬람계인)이다. 오셀로의 기수인 이아고는 오셀로의 부관이 되기를 원했는데 캐시오가 그 자리에 오르자 오셀로와 캐시오 둘 다에게 앙심을 품고 두 사람을 해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로더리고는 오셀로의 아내인 데스데모나를 좋아했었는데 오셀로가 그녀와 결혼하자 오셀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이를 알고 있는 이아고는 캐시오와 오셀로를 제거하는데 로더리고를 이용하고자 한다. 이아고는 밤에 보초를 서는 캐시오에게 술을 먹여 그가 취하도록 만든 뒤 로더리고를 시켜 캐시오에게 싸움을 걸게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소동이 일어나자, 상관인 오셀로가 이를 알게 되고, 캐시오의 관직을 박탈한다.(이아고의 1단계 작전 성공) 그런 다음 이아고는 캐시오에게 데스데모나를 찾아가 복직을 간청해보라고 조언을 하고, 오셀로에게는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오셀로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캐시오가 충직한 부하인 것을 알고 있는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에게 캐시오의 복직을 간곡히 청하는데,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캐시오를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오해를 하고 더욱 분노한다. 이아고의 아내인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의 시종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남편이 시키는대로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훔쳐서 남편에게 갖다 주고, 이아고는 그것을 캐시오의 방에 갖다 둔 뒤 오셀로가 그것을 보게 만든다. 오셀로는 아내와 부하의 간통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라고 생각하여 이성을 잃고 거의 미쳐버린다. 오셀로는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 할 폭언을 퍼붓고 죽이겠다고 한다. 성품이 고결하고 아름답고 착한 여인인 데스데모나가 자신은 작은 잘못도 한 적이 없다고,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질투심에 이미 눈과 귀가 멀어버린 오셀로는 결국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만다. 에밀리아(이아고의 아내)가 남편의 잘못을 폭로하자 이아고는 아내를 죽이고, 진실을 알게 된 오셀로는 자신의 잘못을 비통해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로더리고는 이아고의 꾐에 넘어가 캐시오를 죽이려다가 오히려 죽임을 당하고, 캐시오는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이아고는 재판에 넘겨져 곧 죽을 운명을 맞는 것으로 극이 끝난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고 죄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다 비극의 소용돌이에서 비참한 운명을 맞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읽고 나서 내가 항상 가장 먼저 보이게 되는 반응은 “응? 이게 뭐지?” 라는 어리둥절함이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1+1=2 라는 당연한 공식처럼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배워왔는데 셰익스피어의 비극들은 그 공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작품을 무슨 공식으로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그냥 “아~슬프구나” 하고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럼 작가는 독자들이 읽고 슬퍼하도록 만들기 위해 비극을 쓴다는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고민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내가 생각하기에 셰익스피어는 작품을 통해 무슨 교훈을 주려고 한다기보다 “자 보세요. 이것이 인생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가 보여주는 인생은 판타지에나 나올법한 인생이 아니다. 마음이 연약하여 갈팡질팡하는 인간, 욕망하는 인간, 시기와 질투심으로 괴로워하는 인간,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홀랑 넘어가는 인간, 복수심이 끓어오르는 인간, 죄 짓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괴로워하는 인간, 죄 짓고도 괴로워하지 않는 인간, 진실한 인간, 의로운 인간, 충성스러운 인간, 착한데도 억울하게 죽는 인간, 나쁜 짓 많이 하고도 잘 사는 인간 등 우리가 “맞아. 그래그래” 라며 끄덕일 수 있는 인간의 모습,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극 중 인물은 내가 아는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고, 또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감이 많이 가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사건의 발단이자 인간을 악으로 몰아가는 것은 ‘시기심’과 ‘질투심’이라는 감정이다. 이아고는 부관이 된 캐시오를 시기해서 복수를 시작한 뒤 오셀로에게는 아내와 부하에 대한 질투심을 유발하여 오셀로가 이성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비중은 작은 인물이지만 데스데모나를 오셀로에게 뺏겼다고 생각한 로더리고도 시기심과 질투심으로 인해 이아고에 동조해 악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통해 시기심과 질투심이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오는지 보여주었다. 다음은 시기심이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그 영향력이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극 중 인물들의 대사이다. 이아고: “장군님, 질투가 무엇인지 아셔야 합니다! 제 먹이를 장난감처럼 괴롭히는 탐욕스러운 괴물이지요.” 오셀로: “오, 이제 평온한 마음과는 영영 작별이다. 행복이여 안녕!” 시기심이란 그것을 품은 사람을 괴롭히는 탐욕스러운 괴물이고, 평온한 마음, 행복과 영영 작별하게 만드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윗이 사울에게 쫓겨 다닌 것을 볼 때 예전에는 다윗이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다윗보다 사울이 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심에 사로잡혔던 사울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리고 평생 모차르트를 시기한 살리에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시기심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감정이입하여 마음아파하고 있을 때 이아고가 냉소를 지으며 나타나 갑자기 찬물을 확 끼얹는다. 이아고는 시기심으로 인해 괴로워하지도 않고, 무자비하게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아고에게서 반사회성 인격장애자(싸이코패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죄를 짓고 괴로워하는 맥베스와 참 대조적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정말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인간 백과사전이라 부를 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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