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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를 읽고
(저자: 고든&게일 맥도날드/ 출판사: IVP) ‘부부, 가족, 친구 사이에 친밀함을 키우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고든 맥도날드 목사님이 부인과 함께 공동으로 쓴 책이다. 사회학적, 정신의학적, 심리학적으로 친밀함의 문제에 접근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도 신앙적인 측면에 기초하여 친밀함의 문제를 풀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인간이란 원래 하나님과 친밀하고, 인간 간에(부부간에) 친밀하도록 지음을 받았다. 그러나 인간이 죄를 지은 뒤 하나님을 피하여 숨고, 자기의 마음을 숨기고, 서로를 비난하게 되면서 친밀함에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고든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음식이 위장의 연료라면 친밀함은 영혼의 연료이다.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육체에 기아가 찾아오듯 친밀함이 없는 영혼도 정신적 기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기 위해서는(친밀한 관계가 되려면)상대방에게 헌신해야 하고, 나의 속마음을 투명하게 내보일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려야 한다고 한다. 또한,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세워주려는 노력 없이는 친밀함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대화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친해지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화라고 다 똑같은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부부가 그 날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할 때, 객관적으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수준에만 머무른다면 그것은 친밀함을 느낄 수 없는 대화인 것이다. 존 포웰이 제시한 대화의 다섯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1단계: 상투적인 표현의 단계. “어떻게 지내니?” “그저 그래. 너는?” “아주 좋아” “잘 지내” 와 같은 대화. 2. 2단계: 사실과 보고의 단계. 대화의 양은 많지만 모두가 두 당사자의 삶과는 상관없는 일들에 대한 정보 교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인 반응이나 개입은 배제 된다. 이것은 인생의 친밀함을 나누는 대화는 아니다. 이는 회사 식당에서 두 동료 직원 사이에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나눌 수 있는 대화이다. 3. 3단계: 의견과 판단의 단계. 내면의 자아에 관련된 내용을 서로 나누게 됨.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경우, 그 말에는 내면의 생각이나 마음이 함께 실리게 된다. 상황과 처지에 대한 자신의 결론과 반응을 내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비판을 감수한다는 의미이며, 그로 인해 대화 속에는 모험의 요소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내 생각에는..” “내가 보기에는...” “내 의견을 말 하면” 등의 표현으로 시작하는 말. 4. 4단계: 감정과 직관의 단계.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왠지 모르지만 앞일이 어떻게 될까 두려워” “그냥 매사에 화가 나고 속이 상해” “모든 게 다 마음에 안 들어.” 등의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당신이 곁에 있으면 정말 좋아요” “오늘 같은 날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한 행복을 느껴요” 등의 긍정적인 감정도 표현할 수 있다. 상대가 이 단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말을 듣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은 나쁜 감정이야” 혹은 “그것은 좋은 감정이야” 하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표현한 이 사람에게 이 순간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4단계 대화의 경우에는 대답은 거의 필요가 없고 단순히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5. 5단계: 최상의 진실의 단계. 인정이나 책망, 고백이나 용서 등의 의사 교환을 하는 것. 꿈과 환멸도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다. 자신의 가장 깊은 갈망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또 상대가 자신의 말을 신중히 생각하며 귀하게 받아들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관계는 과연 특별한 관계이다. 5단계의 대화가 이루어지면, 위기를 만날 때 그것이 그 상황을 이겨낼 힘의 기반이 된다. 나는 주로 어느 단계 대화를 하는지 생각해 보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주로 2단계 수준에서 대화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밀함이 느껴질 수 없는 대화인 것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 깊은 고민까지 얘기할 수 있는 대화를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몇 몇 사람과는 5단계 대화까지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도 하다. 이 책에는 각 장마다 끝에 5문제씩 토론 문제가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하셨던 대화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번 주 당신에게 있었던 여러 대화들을 생각해 볼 때, 그 중 일단계나 이단계에 머물렀던 것은 몇 퍼센트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대화의 다섯 단계에 대한 설명이 당신의 대화 인식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지금까지 당신을 세워 주었던 사람들에 대해 얘기해 보고 그 이유를 말해 보라. 당신이 세워 주는 사람의 역할을 했던 적은 언제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타고난 기질상 민감하거나 투명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방법으로 관계의 다리를 놓아야 하겠는가” 등등의 생각할 여지가 많은 질문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을 여러 사람이 같이 읽고 토론 문제를 보며 함께 얘기를 나누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밀함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거나 친밀함에 적합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하여 친밀함이라는 산이 나에게는 에베레스트 산만큼이나 너무나 높아 보여서 이 산을 오르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친밀함이란 희생 없이,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친밀한 관계를 위해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수님은 친밀함의 대가셨다. 그 분은 누구하고도 거리낌 없이 대화하셨고, 어울리셨으며 제자들과 먹고 마시며 늘 함께하셨다. 때로는 제자들을 책망도 하셨고(이것은 5단계 대화에서 가능한 일이다.)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는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토로하시기도 하셨다. 예수님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시고 투명하게 자신을 내보이셨으며, 상대방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셨고, 사람들을 인정해주기도 하시고 꾸짖기도 하셨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친밀함의 모든 조건이 예수님께 있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하나님과 예수님과의 관계도 매우 친밀하셨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예수님이 이 땅에서의 사명을 감당하실 수 있으셨던 것도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고든 목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사람들과의 친밀함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할 것이다. 우리의 내면에 참 만족을 주는 진정한 친밀함은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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