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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과 은혜'를 읽고
(저자-폴 투르니에/ 출판사-IVP) 박영선 목사님의 추천도서 목록 중에 있기도 하고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기도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기독교인인 저자는 스위스의 내과 의사이자 정신의학자이며 영향력 있는 저술가이며 강연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신론자들조차도 격심한 죄책감을 갖고 있을 정도로 죄책감을 갖는 것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판단하고 비난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비판으로부터 오는 죄책감은 하나님의 판단에 의해 내적 지지를 받지 않는다면 거짓된 죄책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거짓된 죄책감과 참된 죄책감이라는 구분을 제시한다. 유일한 참된 죄책은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이나 하나님 외에 다른 어떤 것을 의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예로, 하나님은 살인하지 말라고 하셨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하셨다.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경우의 살인은 하나님이 명령하신 것이기 때문에 책잡을 수 없는 살인이라고 말 하고 있다. 특정한 행동이 사회에서 비난받을 만한 것인가 아닌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명령인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즉, 판단의 기준은 사람이나 사회의 도덕, 관습이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명령)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방어 본능이 있기 때문에 비난을 받으면 자기 정당화라는 방어적 반사 작용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고 책망을 받을 때 즉각 굴복하고 논쟁도 없이 자신에게 내려진 평결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오히려 병든 사람이라고 한다. 그 사람은 자기 방어 본능을 억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본문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진정한 참회는 그토록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치열한 방어를 마치고 긴 투쟁을 거친 후에만 참회에 이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죄에 대한 자각이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커질 때, 또한 그것이 인간의 비판이 아닌 우리 자신의 존재의 심연에서부터,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통으로부터 그리고 성령님의 재촉으로부터 솟아오를 때 비로소 우리는 참회에 도달하게 된다. ” “건강한 사람의 경우, 비판은 정반대의 효과를 낳는다. 비판자의 자비심과 그가 가진 의도의 순수성과 상관없이, 그러한 비판은 자기 정당화라는 굽힐 수 없는 메커니즘을 가동시킨다. 이 방어 메커니즘은 자연 법칙과 같은 정확성과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즉, 그것은 개가 위협을 당하면 이를 드러내고, 토끼에게 총을 겨누면 달아나는 것만큼이나 여실히 드러난다. 공격이나 도망은 비난에 대한 즉각적이고 불가피한 반응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비난이 낳는 가장 비극적인 결과는 그가 낮아짐과 은혜에 이를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그를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대신에 그 잘못 속으로 그리고 자기 정당화라는 메커니즘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가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한다. 그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고, 우리를 반박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면, 그런 일은 조용히 회상하는 가운데, 혹은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 누군가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일어난다.” 저자는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것은 유토피아적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도 죄책감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양심의 억압, 반사적 자기 합리화, 타인에게 죄책감을 투사하는 것은 거짓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을 밝히며, 심리학적 관점이나 성경적 입장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죄인임을 진정으로 인식하고 회개하며, 회개하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 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개종 후에도 여전히 죄책감을 경험하며, 더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로마서 7장에서 바울이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치 아니하는 바 악은 행하는도다....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라고 말 한 것을 보면 바울도 이 문제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어서 바울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라고 고백하며 승리에 찬 노래를 하고 있다. “죄에 대한 감각이 격렬하고 예리할수록 은혜에 대한 인식 역시 격렬하고 기쁜 것이 된다. 자신에 대해 가장 절망한 성도들이 은혜에 대한 확신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한다. 우리의 온갖 절망과 연약함과 타락에도 불구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받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율법 혹은 도덕률이 가진 제한적이고 억압적이며 치명적인 점은 그것의 비인격성이다. 율법에 의존한다는 것은 인격체가 아닌 사물에 의존한다는 의미이다. 율법은 명령하고 금지한다. 그러나 성경의 전체 메시지는 하나님이 살아 계신 인격체이시며 자신과 살아 있는 인격적인 관계를 맺도록 우리를 부르신다고 전하고 있다. 인격체는 말하고 격려하고 지시하고 이해하며, 깊고 통찰력 있는 지각으로 계속 인도해 주며, 형식적 행동 체계로부터 동기라는 더욱 심오한 체계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내가 이 여성에게 ”당신은 .....해야 합니다! 바로 잡아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견뎌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율법주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와 하나님 사이에 비인격적인 의무를 개입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하나님을 만났고 동시에 그분의 법 앞에 서게 되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 이것이 바로 비밀이다. 그로 인해 자신에게 훨씬 더 엄격해지지만 동시에 병적인 양심의 가책에서 해방된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접촉 가운데 우리 자신을 판단하는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허용 가능한 것은 무엇이며 원리상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율법주의적 관심사가 사라지고 우리의 행동에 대한 궁극적 동기로 강조점이 전환된다.“ “하나님을 자신이 선할 경우에만 자신을 사랑하고 죄를 범하면 사랑을 거두어 가시는 분으로 생각하는 것, 하나님의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이 거짓된 개념은 지금도 그분의 백성들 가운데 만연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바로 이 생각을 도말하시려고 오셨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며 우리의 선함이나 선행이 아니라 우리의 비참함과 죄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심을 보여 주신다.” ‘죄’와는 또 다른 문제인 ‘죄책감’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비판의 파괴적인 성격과 값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판단하고 가르치고 충고하는 태도가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며 죄책감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인격적이신 하나님을 만나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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