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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출판사 – 펭귄클래식 코리아)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가 1928년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강연문에 기초를 둔 에세이이다. 울프는 픽션을 활용해서 여성이 처한 환경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에게 오빠만큼 문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누이가 있었다고 가정을 하고 그녀가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하는 식이다. 짧은 기간이라지만 어쨌든 셰익스피어는 교육을 받았고, 극단에 입단하여 연극배우로서 명성도 떨쳤으며 자신이 원하는 글을 마음껏 써서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같은 재능을 가진 그의 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여자는 글을 쓰는게 아니라고 하며 아버지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하라고 하였다. 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아버지는 그녀를 때렸고(당시에는 여성이 부모나 남편에게 매를 맞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무작정 가출을 했다. 런던에 있는 극단에 가서 자신을 배우로 써 달라고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당하고 거절당했다. 그녀는 어찌하다 연극 감독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삶을 지탱할 수가 없어 자살을 한다. 이것은 버지니아 울프가 상상한 16세기에 문학에 재능을 가진 여성의 삶이다. 픽션의 의의는 거짓을 통해 진실을 보여준다는데 있다. 이를 생각해 볼 때 버지니아의 상상은 단순히 그냥 꾸며낸 이야기,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성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왜 여성 중에는 셰익스피어만큼 천재적인 작가가 없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울프는 전술한 바와 같은 가정을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을 펼칠 환경과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의 여성들은 많은 아이들을 낳고 돌봐야 했으며 해야 할 집안일들이 많았다. (아주 부유했던 소수의 여성들을 제외하고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없고, 자기만의 공간도 없었다. 혹여나 글쓰기에 재능이 있어 글을 쓴 여성들은 여자가 글을 쓴다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래서 남자이름 필명으로 글을 발표한 여성 작가도 있었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하며 사는 여성들도 있었다. 이것이 여성이 처한 현실이다. 이러한데 여성이 어떻게 글을 쓸 수가 있으며 어떻게 위대한 작가가 탄생할 수 있겠는가?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샬롯 브론테 같은 훌륭한 여성작가들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버지니아 울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인 오스틴은 자기만의 방이 없어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번잡스러운 공동거실에서 자신의 글을 누가 볼까봐 숨겨가며 소설을 썼다고...그리고 이 세 명의 여성은 모두 아이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가장 가난한 남성 작가도 할 수 있었던 짧은 여행조차도 이 여성들은 할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없었고. 소재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우울증을 겪기는 했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다. 그녀는 아이가 없었고, 숙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아 일을 하지 않아도 매년 일정한 수입이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여성에게는 그러한 어려움 위에 여성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어려움이 더해진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래서 이 에세이의 제목이 자기만의 방이다.) 그리고 칭찬이든 비난이든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지 말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 자신만의 글을 쓰라고 조언하였다. 비단 문학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의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비롯하여 비발디, 바흐, 헨델, 하이든,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리스트, 바그너, 생상스,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작 등등의 위대한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해 얘기하며 그들의 음악을 즐거이 감상하는 우리들은 여성 음악가의 곡은 들어보지 못 하였다. 다빈치, 고야, 고흐, 고갱, 렘브란트, 르누아르, 모네, 마네, 클림트, 세잔 등등 남성 화가들의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어도 도무지 생각나는 여성 화가가 없다. 음악과 미술의 재능은 오직 남성에게만 허락된 것이어서 그런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굳이 복잡한 사유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된다. 이 에세이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이미 얘기한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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