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고
(출판사 – 문학동네)
소설의 화자인 ‘나’(남성)는 대학교 예비과정 학생 때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어떤 남자를 만나는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 남자를 ‘나’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하고 따른다. 선생님은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한 인재였지만 어쩐 일인지 직업을 갖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은 부인이 있는데 ‘나’는 그 집을 드나들며 선생님 내외와 교제를 나눈다. 사실 선생님은 조용하고 고독한 삶을 사는 사람으로 ‘나’와의 교제를 그리 즐거워하지는 않는데 ‘나’는 선생님의 사상을 배우고 싶어 하고 적극적으로 교제를 나누고 싶어 한다. 선생님은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보이고 ‘나’는 그것을 알려고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선생님은 좀처럼 말을 해 주지 않는다. 사랑은 죄악이라는 둥,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유산문제를 잘 정리하라는 둥의 ‘나’가 이해할 수 없는 말씀만 하신다. ‘나’는 도쿄에서 유학중이었는데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학업을 중단하고 한 동안 고향에 내려가 지낸다. 그리고 고향에 있을 때 선생님으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선생님은 그 편지에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고백하고 ‘나’가 이 편지를 받았을 때쯤 자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한다. 선생님의 과거는 다음과 같다. 선생님은 유복한 집의 외동아들이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그 유산을 작은아버지가 가로챈다. 이 일로 인해 선생님은 인간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기고 인간에게 마음을 닫는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대학을 다니는데 미망인과 딸이 살고 있는 집에 하숙생으로 들어간다. 선생님은 자신의 대학 친구 K에게 자신과 같은 하숙집에 살자고 설득하여 같이 살게 된다. 선생님과 K는 둘 다 하숙집 딸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K가 친구인 선생님에게 이것을 고백하고 선생님은 괴로워한다. 아직 K는 하숙집 딸에게 고백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선생님은 선수를 쳐서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딸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하여 허락을 받게 된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K는 자살을 하고 선생님은 하숙집 딸과 결혼을 했지만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던 선생님은 결국 자살을 하고 만다.
돈 문제로 작은아버지에게 배신을 당하고 인간에게 환멸을 느낀 주인공(선생님)이 사랑 문제로 친구를 배신하여 친구를 결국 죽게 한 것을 볼 때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모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면 나도 그 사람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을 깨닫는 사람은 정말 자기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줄 알고 자기성찰을 할 줄 아는 대단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그런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누구나 그것을 깨닫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여기에서만 머무른다면(혹은 죄의식이 지나치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선생님)과 같이 인간은 죄의식에 사로잡혀서 고통하게 된다. 예수님을 판 유다가 나중에 죄의식에 사로잡혀서 자살한 것처럼 죄의식에 사로잡히면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불의에 빠지지 말고 예수님의 용서의 은혜를 붙들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 책에서는 그러한 해결책을 알려주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고, 차분하고 정갈하며, 예의와 인간의 도리를 중요시하는 분위기와 사상이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일본인들을 보면 어떤 일에 잘못이 있을 때 책임을 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인간의 도리를 목숨보다 더 중요시하기에 인간의 도리를 어기면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고 그 죄의 대가를 치를 수도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안다면, 인간은 의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모순된 존재라는 것을 안다면, 예수님께 나아가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을 예수님께서 용서해주시고 해결해주시리라는 것을 안다면. 소망이 없던 자의 인생에 광명이 비추이고 죄의식의 고통 가운데서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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