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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고
(출판사 – 더클래식. 처음에 민음사에서 나온 것으로 읽었는데 번역이 좀 어려워서 좀 더 쉽게 번역된 더클래식 출판사 것으로 한 번 더 읽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와 함께 ‘햄릿’은 읽어보지 않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가 이번 참에야 햄릿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 “아버지에 대한 복수극이구나.” “햄릿이 복수를 할까 말까 우유부단하게 망설이는구나” 라고만 생각했고 이 작품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작품의 줄거리와 유명대사(또는 문장)를 아는 것과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읽고 느낀 바로는 ‘햄릿’의 주제는 ‘복수에 대한 고뇌’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고뇌’이다. ‘햄릿’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햄릿의 아버지인 덴마크 왕이 갑작스럽게 죽자 왕의 남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이 되고 햄릿의 어머니는 클로디어스와 재혼을 한다. 햄릿이 이 일련의 사건에 의심을 품고 있던 중 선왕의 유령이 햄릿에게 나타나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독살했으니 복수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유령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던 햄릿은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왕이 독살되는 내용의 연극을 클로디어스가 관람하도록 하고 그의 반응을 살핀다. 연극을 본 왕이 소스라치게 놀라고 분노에 떨며 자리를 뜨자 햄릿은 유령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고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햄릿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숙부와 재혼을 한 어머니도 굉장히 미워하지만 어머니에게는 혀의 칼날로 찌를지언정 진짜 칼은 대지 않기로 한다. 왕비가 햄릿을 따로 불러 훈계하고 있는 사이에 왕의 신복 폴로니어스는 커튼 뒤에 숨어 이를 엿듣고 있다가 햄릿이 왕이라고 착각하고 찌른 칼에 맞아 죽는다. 그러자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어는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미쳐서 자살을 하고,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즈는 왕의 사주를 받고 칼 끝에 독을 바른 채 햄릿과 검술 시합을 벌인다. 그리고 왕은 햄릿이 마실 포도주에 독을 섞어놓는다. 검술 시합이 한창일 때 왕비는 독이 든 줄도 모르고 햄릿의 포도주를 마시다가 죽고, 햄릿은 독이 묻은 레어티즈의 칼에 찔린다. 싸움 도중 칼이 바뀌어 레어티즈는 독이 묻은 자신의 칼에 맞게 되고 결국은 햄릿과 레어티즈 둘 다 죽고 만다. 햄릿은 죽기 전에 왕에게 독약이 든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해서 왕을 죽인다. 처음에 햄릿은 자신이 왕을 죽일 경우 자신의 목숨도 무사하지 못 하다는 생각에 선뜻 복수를 하지 못 하고 망설인다. 이 때 햄릿은 죽음을 생각하며 고뇌한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상한가?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맞는 것과 밀려드는 역경에 대항하여 맞서 싸워 끝내는 것 중에. 죽는다는 건 곧 잠드는 것. 그뿐이다. 잠이 들면 마음의 고통과 몸을 괴롭히는 수천 가지의 걱정거리도 그친다고 하지. 그럼 이것이야말로 열렬히 바랄만한 결말이 아닌가? 죽는다는 건 자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꾸지. 아, 그게 걸리는구나. 현세의 번뇌를 떨쳐 버리고 죽음이라는 잠에 빠졌을 때, 어떠한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여기서 망설이게 돼. 이게 바로 지긋지긋한 인생을 그처럼 오래 끌고 가는 이유야. 단검 한 자루면 조용하고 편안해지는데. 누가 무거운 짐을 지고 피곤한 인생에 신음하며 땀을 흘리겠는가? 다만 죽음 다음에 겪을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심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어떠한 여행자도 돌아오지 못한 미지의 나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저 세상으로 날아가기보다는 차라리 현세의 익숙한 재앙을 참는 편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야.” 햄릿이 복수를 망설이는 이유, 즉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 뒤에 일어날 일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햄릿이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복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좀 고민했기로서니 그 사람을 우유부단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햄릿은 모든 가능성들을 다 따져보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짜 우유부단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다 저렇게 생각했다 계속 생각을 바꿔가면서 끝끝내 결정하지 못 하고 실천하지 못 하는데 햄릿이 고민 후 얼마 안 되어 폴로니어스를 왕으로 착각하고 찌른 것을 보면 그가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어느 평론가가(또는 관객이) 어떤 근거로 햄릿을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평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햄릿의 죽음에 대한 성찰은 무덤파기꾼들을 보며 햄릿이 친구에게 건넨 말을 통해서 또 한 번 드러난다. 광대: (해골을 던진다) 햄릿: 저 해골에도 혀가 있었고, 한 때는 노래도 했을 텐데. 저 친구 해골을 마구 내던지는군.우리들이 보는 눈이 있다면, 여기서 세상의 이치를 보겠구먼. 저 뼈들을 키우기 위해 들인 수고가 내던져지기 위해서밖에 더 있나? 광대: (해골을 또 하나 내던진다) 햄릿: 또 나오는 군. 저런, 저건 어떤 법관의 것일지도 모르지 않나? 그 고상한 궤변과 사건과 그 소유권 주장과 그 모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지금 저 무식한 놈한테 더러운 삽으로 골통을 얻어맞고도 왜 폭행죄로 고소를 못할까? 사람이 죽어 흙이 되면 얼마나 천한 쓰임새로 돌아가는가? 알렉산더는 죽었다. 알렉산더는 매장된다, 알렉산더는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진흙이야, 진흙을 반죽한다. 그러니 알렉산더는 반죽이 되어 맥주 통 마개로 변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황제 카이사르도 죽으면 진흙이 되어 바람을 막기 위해 구멍을 땜질하고 아, 세상을 풍미하던 그 흙도 겨울철 바람을 막으려 벽 구멍이나 때우다니. 위 대사에서는 인생의 덧없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며 고뇌하던 햄릿이 후반부에는 죽음을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을 보면 죽음에 대한 그의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죽음에 대해 담담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복수에 대한 결심이 더 확고해졌는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모두 다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햄릿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들에서 다루는 문제가 삶의 영역이 그 무대였다면 햄릿은 죽음의 영역까지 그 무대가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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