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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새벽기도메시지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시편 58편(11) 지난 주 금요일 밤 군산에 계신 저의 큰 외삼촌이 쓰러지셨습니다. 곧 깨어나셨고 뇌CT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놀란 식구들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라도 받아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져 저에게도 연락이 왔습니다. 몇몇 큰 병원을 알아보니 사정이 다 비슷했고 그래서 저는 있는 그대로 예약이 밀려 3월 중순은 돼야 검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식구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너 그 병원에 아는 의사 없냐?” 그러니까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순서 기다려 진료 받는 것은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나 해당되는 일이라는 딱 그 수준의 인식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직하면 손해 본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진료 하나 보려 해도 아는 의사부터 찾아 순서를 당기고, 변호사를 선임할 때도 담당 판사나 검사와 닿는 끈은 없는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이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들 생각 속에 이 세상은 불의하다, 불공평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경험적으로 지극히 타당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다는 고백하는 사람에겐 신앙적으로 다소 불편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과연 이 불의한 땅 가운데 살아계십니까? 우리는 불의와 불공정이 판을 치는 교회 밖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오늘 말씀을 통해 이 땅을 살아가야 할 신앙인으로서의 우리의 믿음과 자세를 새롭게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1절부터 5절까지에는 이 세상에 횡행하는 악행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말씀에 나와 있는 악인이 득세하는 모습과 악을 비호하는 통치자들, 잘못된 판결로 악을 정당화시켜주는 재판관들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과거에 이루어진 재판에 대한 재심판결이 잇달아 내려지고 있습니다.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사상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들이 2, 30년만에 재심으로 누명을 벗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의한 통치자나 재판관들의 문제가 비단 오늘날 한국 사회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비슷한 문제는 있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4절과 5절을 보면, 다윗은 불의한 통치자나 재판관들을 귀머거리 독사에 비유했습니다. ‘그들의 독은 뱀의 독 같으며 그들은 귀를 막은 귀머거리 독사 같으니 술사의 홀리는 소리도 듣지 않고 능숙한 술객의 요술도 따르지 아니하는 독사로다’ 한 마디로, 통제불능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를 쓴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었습니다. 왕이었던 다윗이 이렇게 말할 정도니 불의한 통치자나 재판관들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어지는 다윗의 행동입니다. 6절을 보십시오. ‘하나님이여, 그들의 입에서 이를 꺾으소서’ 다윗은 왕으로서 자신이 가진 권한과 자신에게 속한 군대를 총동원하여 불의한 지도자들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윗은 하나님을 부르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여, 그들의 입에서 이를 꺾으소서” 9절까지 이어지는 다윗의 기도는 간절하고 절박합니다. 우리는 이 다윗의 기도를 통해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이 세상의 악을 우리의 힘으로 대적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악행을 볼 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가 나고 분노합니다. 그러다가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좌절하고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우리가 세상의 악을 대했을 때 분노와 좌절이라는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는 이유는 나의 힘으로 대적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기자는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우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또 하나의 악마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악을 허용하거나 동조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해야 됩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 악과의 전쟁을 선포하지도 않으셨지만 악을 허용하거나 동조하지도 않으셨습니다. 투사의 길이 예수님의 길이 아닌 것처럼 악에 편승하여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것 또한 예수님의 길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적극적인 대적도 아니고 소극적인 동조도 아닌 제3의 길인 십자가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십자가는 이 세상의 악에 같은 악으로써 맞서는 것이 아닌, 자신을 내어놓음으로써, 희생으로써 맞서는 것입니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둘째로, 이 세상 악의 문제를 심판하시는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다 같이 10절과 11절 말씀을 읽겠습니다. ‘의인이 악인의 보복 당함을 보고 기뻐함이여 그의 발을 악인의 피에 씻으리로다 그때에 사람의 말이 진실로 의인에게 갚음이 있고 진실로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하리로다’ 우리는 진실로 하나님을 이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으로 믿습니까? 이것은 솔직히 엄청난 믿음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천국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믿는 것보다 이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우리가 만일 이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진실로 믿는다면 우리의 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질 것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명백한 악으로 인해 지금 당장 손해를 보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진실로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 능히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악에 편승하여 이득을 취하거나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 앞에서도 우리는 당당할 수 있고 적당히 타협하여 나 또한 이득을 취하려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제가 체험한 작은 사건으로 오늘 메시지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작년 6월 19일 저희 세한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아니었다면 세한이는 머리를 크게 다쳤거나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사고를 내고도 택시운전수는 현재까지 저나 세한이에게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보험회사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일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내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택시기사와 사건 처리만 할 뿐 피해자의 사정에는 너무나 무심한 경찰과 검찰, 일방적으로 택시기사 편만 드는 보험회사 직원을 상대하며 저는 분노하고 상처받고 좌절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로서 제가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적어도 택시기사만큼은 혼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택시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려고 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를 치는데 분노로 손가락이 떨려서 자판을 제대로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소장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제가 하는 일에 회의가 들어 결국, 소송 제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그 후 저는 아무 것도 안 했습니다. 세한이가 무사한 것에 그저 감사했습니다. 가끔 보험회사 직원이 합의하자면 전화를 걸어 화를 돋구었지만 그것도 무시했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안 했지만 하나님은 이 땅 가운데 살아계셔서 당신의 일을 하셨습니다.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택시기사는 신호 위반이 인정되어 결국 벌금 300만원을 받았습니다. 또 80만원에 합의하자고 하던 보험회사 직원이 이번 주중에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더니 자신의 경솔함을 반성했다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훨씬 높은 금액의 합의금을 제시했습니다. 비록 작은 일이었지만 저는 이 일을 통해 진실로 살아계신 하나님,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또 다른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자문해볼 때 솔직히 오늘 본문에 나오는 다윗처럼 “하나님이여 그들의 입에서 이를 꺾으소서” 기도만 할 자신이 제게는 여전히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진실로 이 땅에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세상의 악의 문제를 들고 당신 앞에 나오기를 원하십니다. 제가 이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악하고 타락한 세상이지만 살아계신 하나님,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온전히 구별된 삶 살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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