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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
새벽기도메시지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 출32:15-35(32)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 오늘 본문의 상황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상숭배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늘에서 당장 불이 내려와 이스라엘 백성을 태워버려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상숭배는 십계명 중에서도 제1계명과 제2계명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입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언약도 깨질 판이었습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모세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뛰어들어 이스라엘을 구원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모세에게서 중보자요, 참된 리더로서의 모습을 봅니다. 몹시 부담스러운 말씀이지만 겸손히 배우는 마음으로 이 시간 본문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내려올 때 그의 양 손에는 하나님이 친히 만드시고 글자를 새기신 두 개의 돌판이 들려 있었습니다. 참으로 고귀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돌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돌판을 받을 자격이 없었습니다. 모세가 자신의 두 눈으로 송아지 우상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을 때, 그는 크게 노하여 손에 들고 있던 그 돌판을 산 아래로 던져 깨뜨렸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장면을 보면서 깨진 돌판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글자를 새기셨을 뿐만 아니라 친히 만드신 돌판인데 이것이 깨지고 말았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깨진 돌판이 아니라 죄에 대한 모세의 분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자존심을 상하게 했거나 해를 끼쳤을 때 분노합니다. 이런 분노는 감정적이고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화입니다. 정말 분노해야 할 일이 터졌을 때라도 나만 괜찮다면, 나에게 별 다른 피해가 없다면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죄에 대한 분노는 감정적인 분노나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화와는 전혀 다릅니다. 죄에 대한 분노는 하나님의 공의로우신 성품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없다면 죄에 대한 분노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시기 때문에 죄를 묵과하지 않으시고 분노하십니다. 우리는 자주 죄에 대한 분노, 다시 말해 죄의 심각성을 잊은 채 살아갑니다. 죄가 만연한 세상을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처럼 마시고 공기처럼 호흡하는 것이 죄인데 그것에 일일이 분노하고 반응하다 보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악된 우리의 생존에 하나님의 은혜가 절실하고 우리는 주님의 은혜에 의지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죄에 대한 분노, 죄의 심각성까지 잊고 살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죄를 모세는 어떻게 다뤘습니까? 먼저, 모세는 금송아지 우상을 가져다 불사르고 부숴뜨려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그것을 물에 타서 백성들로 하여금 마시게 했습니다. 또, 백성들의 경거망동을 제지하지 못한 아론을 문책했습니다. 신명기 9:20을 보면 ‘여호와께서 또 아론에게 진노하사 그를 멸하려 하셨으므로’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백성들의 죄도 작지 않지만 그것을 막지 않은 아론의 죄는 더욱 큽니다. 무엇보다, 이 날 끝까지 회개하지 않은 백성 3천명 가량이 레위 자손의 칼에 죽었습니다. 죄와 싸우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피하고 싶고, 그냥 넘어가고 싶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부담스럽고 어렵다고 해서 죄를 그저 가볍게 다루고 넘어가면 공의가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더 큰 심판이 임할 수 있습니다. 우상숭배로 인해 흐트러진 이스라엘 진영을 정비한 후 모세가 한 일은 무엇입니까? 30절을 보십시오. ‘너희가 큰 죄를 범하였도다 내가 이제 여호와께로 올라가노니 혹 너희를 위하여 속죄가 될까 하노라’ 모세는 이스라엘의 속죄를 위해 하나님께로 올라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니까 속죄가 있기 전에, 하나님 앞에 서기 전에 뼈아픈 회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회개는 당연히 용서받을 것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용서는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우리의 죄에 대해 회개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 같이 31절과 32절을 읽겠습니다. ‘모세가 여호와께로 다시 나아가 여짜오되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 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 적절한 설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세의 이 기도를 협상이라는 관점으로 살펴보고 말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협상 분야에서 많이 쓰는 용어 중에 ‘BATNA’라는 것이 있습니다.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의 앞글자를 딴 것인데 말하자면 협상이 깨졌을 때를 대비한 최선의 대안을 의미합니다. 옛날 고려 시대 개성상인들이 중국 북경에서 중국 상인들과 인삼 판매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상인들이 담합하고 인삼 구매를 거부했습니다. 중국 상인들이 계속 인삼을 사지 않겠다고 나오면 천리 길을 걸어 가져온 인삼을 도로 가져갈 수밖에 없으니 결국 헐값에 내놓지 않겠냐는 계산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국 상인들의 예상과 달리 떠날 날이 다가오도록 개성상인들은 값을 내리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인삼 다발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이것을 본 중국 상인들이 기겁을 해서 인삼 값을 예년의 두 배로 쳐주고 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개성 상인들이 불에 태운 것이 인삼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간 도라지였다는 점입니다. 개성 상인들은 중국 상인들이 담합해 인삼 구매를 보이콧할 것을 알고 미리부터 인삼과 비슷하게 생긴 도라지를 준비해갔던 것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바트나입니다. 우월한 사람과의 협상에서 약자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기도하고 있는 많은 문제와 일에 있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상황이 변하고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릴 때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하나님을 움직일 힘이 있다면 좋으려면 그럴 힘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저 하나님의 때만 기다리며 두 손 놓고 있어야 할까요? 우리도 모세처럼 간절하게, 전심으로, 필요하다면 죽기살기로, 생즉필 사즉생의 자세로 기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 가장 소중한 것을 내걸어야 합니다. 적당히,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식의 기도로 우리가 하나님께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자신의 구원과 영적 생명을 걸고 범죄한 이스라엘의 용서와 회복을 위해 기도했던 모세와 같이 우리도 죽기살기로 기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목자의 기도이며 중보자의 모습입니다. 요한복음 10:11에서 예수님은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우리가 흠모하지만 우리가 정말 양들을 위해 우리의 목숨을 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걸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 이와 같은 심정 어린 기도로 우리가 기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역사하기 전에는 안 된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도제목을 놓고 하나님께 간절히 죽기살기의 자세로 기도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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