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지구 전적비
이 글은 책에 관한 것이 아니다. 바로 설악산 지구 전적비에 관한 한장의 사진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책보다도 더 감동적인 내용이 이 한장의 사진에 담겨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된다. 그것은 감동적인 영화를 글로 올린것과 똑같은 이유이다. 바로 이번 5월에 간 학생회MT에서 본 내용이다. 설악산 매표소를 지나가면 곰의 동상이 있고 그 바로 왼쪽에 있는 동상의 비문 내용이다.
다음은 위의 내용의 전문이다. "이 전적비는 중공군 1차 춘계공세 당시 국군 제1군단 예하 제 11사단 및 수도사단이 북한군 제5군단과 치른 설악산 전투를 기념하고 이 전투에서 산화한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것이다...(하략)" 이것은 안내를 위한 전문이다. 그래서 다소 내용이 부드럽고 누구나 이해가 가능한 듯하다.
그러나 이 동상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동상의 하단에 돌로 새겨져있는 비문에 있다. 위의 세번째 그림이다. 글씨가 잘 안보여서 생략없이 그대로 적는다. "여기 관동의 명산, 풍광 그윽한 곳에서 혈전이 있었던 것은 1951년 5월이다. 그해 2월에 삼척 부근에서 태백의 준령을 따라 북진한 국군, 수도사단(맹호부대)이 4월에 관모봉 한계령선에 이르러 백담사와 대승폭포 부근에 도사린 북괴 제6, 제12 사단과 대결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맹호들이 청봉을 단숨에 뛰어넘고 노호를 터뜨리며 적구를 향해 공격해 갔으니, 그날이 5월 7일, 적의 저항도 완강하였지만 더우기 높은 봉, 깊은 골이 첩첩하여 식량과 탄약이 미처 뒤따르지 못하매 악전고투가 계속되었다. 이에 공군 수송기의 공중 보급을 받아 가며 난관을 극복하고, 공격 개시 5일 만인 12일에 목표를 점령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때 인제에서 하진부리로 침습한 중공군이 대관령을 위협하므로, 수도 사단은 그 곳으로 달려가 그 적을 막아 낸 다음, 반격을 재개하여 5월 말에 일사천리로 이 곳을 다시 지나 6월 초에 향로봉을 점령하고 이어 건봉산을 장악함으로써 오늘의 휴전선인 남강 기슭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 때, 이 산천에 선혈을 뿌린 맹호의 이름은 일일이 밝혀 적지 못하거니와, 나라와 겨레를 위해 한몸 바친 젊은이의 넋이 여기 서려 있으니, 이제 청봉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사람들은 먼저 이 돌 앞에 고개 숙일 일이다."
이 비문의 내용과 동상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 봉우리를 오를수 있을텐데, 마음이 멈추어서 가지를 않았다. 저 동상의 군인 아저씨는 무엇을 바라고 저렇게 총을 들고 부르짖으며 고지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가. 정말로 설악산의 청봉 높은 봉우리들이 새삼스럽게 보였다. 지금 나와 우리 학생들이 이토록 즐겁게 2시간 코스로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는 경치는 오직 저 험악스럽게(?) 생긴 군인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센터에서는 양들이 자유롭게 말씀을 공부하고, 은혜도 누리며, 예수님의 제자로 자라날 것이다. 이 분들의 모든 행복 뒤에는 저렇게 고지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달려가신 예수님과 여러 목자님들의 헌신이 있을 것이다. 물질과 시간과 기도와 그리고 마음. 그러나 이 희생과 헌신 뒤에 이토록 아름다운 자유의 열매가 기다리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총을 들고 뛰어 갈 때다. 여름 수양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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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일
신성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