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를 읽고
(출판사 – 창비)
오랜만에 서점에 직접 가서 고른 책이다. ‘책 읽기’라는 단어를 보니 설레서, 그리고 전 대법관 김영란씨가 쓴 책이라는 데 호기심이 생겨서 별 망설임도 없이 얼른 이 책을 집어 들고 계산을 했다. 김영란씨가 스스로 기획해서 낸 책은 아니고 창비 출판사로부터 요청을 받고 강의를 한 뒤 후에 강의 원고를 정리하여 책으로 낸 것이다. 책이 얇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읽어보니 내용이 그렇게 가볍지는 않았다. 김영란씨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정의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이는, 그 분의 엄청난 독서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로 읽어 온 책은 문학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녀에게 직업에 도움도 안 되는 문학책을 왜 그렇게 많이 읽느냐고, 시간이 아깝지도 않느냐고 묻기 일쑤였고 그녀 자신도 자기가 읽는 문학서적들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녀가 읽은 문학책들은 그녀에게 공감능력을 키워주어 현실에서 사건을 보고 판결을 하는 자세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고 공평하게 판결해야 할 판사에게 공감능력이 왜 필요할까? 똑같이 생긴 집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정은 각기 다르듯이 똑같은 범죄라고 해도 그 범죄의 동기는 다를 수 있다. 가령 빵을 훔쳤다고 할 때, 배가 고파서 훔친 사람이 있고, 빵집 주인에게 원한이 있어서 훔친 사람이 있고, 자기 돈 내고 사 먹기 아까워서 훔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법관은 그런 개별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것을 문학적 재판관이라고 표현했는데 쉽게 말하면 문학작품을 읽는 독자처럼 재판관은 비판적 거리를 두면서도 그 사람의 처지와 감정을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문학이 상상력을 길러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상력이라는 것은 과학이나 예술분야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정의롭게 변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한다.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문학의 쓸모가 비단 이것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용기를 주고, 때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들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문학은 글쟁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의사에게도, 과학자에게도, 제품 개발자에게도, 정치인에게도, 상인에게도, 운동선수에게도, 가정주부에게도...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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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