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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출판사-세계사) 2077 책으로 이루어진 조선왕조실록을 누구나 읽기 쉽게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다.(약 500쪽) 조선을 개국한 태조부터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까지 총 27명의 왕들을 왕이 된 배경과 주요 업적, 주요 사건 중심으로 재밌는 삽화를 곁들여 잘 정리해 놓았다. 역사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 책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정도로 너무 재밌고 읽기가 쉬웠다. 명성답게 역사 강사인 설민석씨는 어려운 것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이 생존했을 때 만들어지지 않고 승하하고 난 뒤에 편찬이 시작되었다.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왕조차도 볼 수 없었던 국가기밀문서로 몇몇 왕들은 기를 쓰고 이를 보고자 했지만 사관과 신하들이 목숨 걸고 막았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기록물인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7명의 왕 중 단연코 1등으로 평가받을 왕은 세종이다.(재위기간 약 32년) 세종이 이토록 존경받는 이유는 업적이 많아서나 한글을 창제해서가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즉 애민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의 모든 업적은 오롯이 백성에 대한 사랑에서 탄생했다. 세종은 세금을 걷을 때도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했고, 7일이었던 노비의 출산휴가를 100일로 늘려주었다. 그리고 아버지 태종이 왕권강화를 위해 실시했던 6조직계제를 의정부서사제로 바꾸어 왕권과 신권이 조화를 이루게 했다. 세종은 어릴 때부터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는데 심지어 몸살로 열이 펄펄 끓을 때도 책을 읽었다고 한다. 게다가 세종은 일 중독자였다. 결국 지나치게 높은 학구열과 격무로 40대에 건강이 안 좋아지는데 특히 나중에는 앞을 잘 못 볼 정도로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몸이 아플 때 더욱 놀라운 업적을 쌓았는데 그게 바로 훈민정음 창제이다. 세종이 재위하던 30여 년 동안 백성들은 세종을 해동의 요순이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일 중독자인 세종 밑에서 신하들은 엄청 피곤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세종은 유능한 관료들을 데리고 국가를 경영하였는데 아무리 나이가 많고 병이 있다고 해도, 부모 삼년상을 치러야 한다고 해도 신하들의 사직서를 절대로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세종의 눈부신 업적 뒤에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고생고생한 신하들이 있었음을 알아야겠다. 세종에 관한 또 하나의 재밌는 사실은 세종이 육중한 몸매를 가진 고기 마니아였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아버지 태종이 죽으면서 유언을 남기길 “세종은 삼년상을 치르더라도 꼭 고기를 먹도록 하여라”고 할 정도였다. (원래 삼년상을 치를 때는 고기 반찬을 먹지 않는다.) 조선시대 훌륭했던 또 다른 왕은 영조의 손자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이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후 세손의 지위를 잃었지만 영조의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궁으로 돌아와 영조의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아버지 사도세자는 영조의 냉대를 받았지만 정조는 영조의 극진한 총애를 받으며 왕위에 오른다. 정조는 당파에 관계없이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자 하는 탕평책을 썼고, 왕립 도서관인 규장각을 설치하여 당파와 관계없이 유능한 인재들이 이곳에서 공부하도록 했다. 또, 정조는 어릴 때부터 매일 일기를 쓰는 등 글쓰기를 매우 좋아했고, 백발백중의 활쏘기 실력을 자랑하는 뛰어난 무예실력을 갖추었다. 즉, 정조는 지덕체를 고루 겸비한 왕이었다. 백성들의 자유로운 상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육의전을 제외한 모든 상인의 금난전권을 폐지하였고(신해통공),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화성을 축조하였다.(수원화성) 훌륭했던 왕들과는 반대로 연산군은 최악의 폭군으로, 전쟁이 났을 때 백성들은 나몰라라하고 도망가기 바빴던 선조, 인조 등은 무능하고 리더십이 부족한 왕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선말기 세도정치로 나라가 어지러웠던 시기의 왕인 순조, 헌종, 철종은 무능했던 왕으로,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가 망해가던 때의 왕인 고종과 순종은 비운의 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왕들에게서는 좋은 모습을 그렇지 않은 왕들의 모습은 반면교사 삼아 살아간다면 개인에게 유익함은 물론이요 조직의 발전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각 왕들에 대해 흥미 위주로 간략하게 다루기 때문에 깊이 있게 알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 책을 통해 흥미를 얻고 다른 책들을 통해 역사 지식에 대한 깊이를 보완해가면 좋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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