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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고 –2023. 1. 4 나는 이 책을 전에 두 번 읽었었는데 이번에 세 번째로 읽어보게 되었다. 다른 책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언급된 것을 보고 다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열린책들’이고 172쪽까지 있는 비교적 짧은 소설이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의 모든 문장을 입으로 소리 내어서 읽었다. 뫼르소라는 평범한 한 남자가 남의 치정 사건에 휘말려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그로 인해 수개월에 걸쳐 재판을 받게 된다. 판검사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아서 기소된 것인지 살인을 저질러서 기소된 것인지 헷갈릴만큼 아주 엉뚱한 것들만 심문을 하고 결국 뫼르소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심문내용과 그들의 논리를 쉽게 말하자면 이렇다. “너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도 않고 담배 피우고 커피나 마시고 장례식 다음 날에는 여자랑 수영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봤어. 너는 정말 나쁜 놈이야. 너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남을 놈이야. 너 같은 인간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무슨 말이 더 필요해. 그러니 너는 사형 판결을 받아 마땅해.” 이것이다. 내가 처음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뫼르소는 왜 살인을 저질렀나?”에 초점을 맞추어서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그것이 나의 주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것이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처음부터 중요한 일이 아닌데 과거에 내가 헛다리를 짚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 썼던 독후감이 부끄럽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비해 지금 작품을 보는 눈이 더 깊어졌고 발전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람은 성장하는데 그 의의가 크니까 말이다.)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바는 사회의 가치규범과 인습의 공고함. 그리고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개인을 가차없이 단죄하고마는 사회의 터무니없음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에 굴하지 않고 죽음까지 불사하며 끝까지 자기자신으로 남고자 했던 한 인간을 영웅적으로 그렸다.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을 때는 왜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 왜 이 책이 경쟁이 치열한 서점가에서 언제나 잘 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야 이 소설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알고, 그 의미를 알고 이 소설의 인기를 수긍하게 되었다. 살인의 행위를 옹호한다거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살인의 행위는 이 소설에서 작가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선택한 하나의 에피소드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이라는 행위는 다른 어떤 행위로도 대체될 수 있을 만큼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의 장례식이라든가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것, 담배, 커피, 여자, 코미디 영화 이런것도 다 마찬가지다. 다른 것으로 대체 가능한 알레고리일 뿐이다. 사회의 가치규범과 인습에 뫼르소처럼 맞설 용기가 나에게는 있는가? 어떤 때는 손해를 감수하고 용기를 내어보지만 또 어떤 때는 잠자코 순응하기도 한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실제로는 어떤 한 극단이란 별로 없다. 우리는 언제나 어느 정도 용감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비굴하기도 하다. 조금 더 용감한 쪽과 조금 덜 용감한 쪽이 있을 뿐이다. 그 지점을 조금씩 옮겨가는 것, 한 걸음 더 내딛는 것. 그것이 한 인간으로서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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