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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고
(출판사- 문학동네) 이 유명한 책을 나는 지금에서야 읽어보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좀 황당한 이유가 있다. 내 나이 8살 무렵, 아빠가 이 책을 사다 주셨다. 그리고 얼마만큼 읽었는지 매일 물어보셨다.(아니 확인하셨다.) 당시의 나는 이해도 안 되는 이 책을 꾸역꾸역 읽느라 무척 힘들었었다.(이해를 못 한 채 글자만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때 처음 깨달았다.) 그래서 내 기억 속에 ‘어린왕자’는 내용은 기억나지 않은 채 어렵고 재미없는 책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서른이 한참 넘은 나이에 새로운 자각을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인 어린왕자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비행 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을 하게 된 ‘나’는 수수께끼같이 알쏭달쏭한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나’에게 양을 한 마리 그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무심하고 현실적인 어른들에 의해 여섯 살 때 화가의 꿈이 좌절된 나는 어린왕자에게 힘겹게 양을 그려준다. 그런데 그려주는 양마다 퇴짜를 맞자 상자 한 개를 그려 준 뒤 거기에 네가 원하는 양이 들어있다고 말해준다. 뜻밖에도 어린왕자는 너무나 좋아한다. 나는 조금씩 어린왕자에 대해 알아간다. 그가 사는 별과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그의 생활, 그의 슬픔, 여러 별에서 겪었던 일 등을 말이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에서는 바오밥나무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바오밥나무 싹을 뽑아줘야 한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해지는 광경을 좋아하여 어느 날은 해지는 것을 마흔 네 번이나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어린왕자의 별에는 아주 소박한 꽃이 있다. 그 꽃은 겸손하지도 않고 자기의 가시 네 개로 호랑이 발톱을 당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린다. 어린 왕자는 꽃을 사랑했지만 꽃이 한 말들로 인해 몹시 불행해졌다. 그래서 그는 꽃에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여러 별로 여행을 떠났다. 이별의 순간에도 꽃은 거만하게 굴며 자존심을 부렸다. 그 뒤 어린왕자는 이치에 맞는 명령밖에 내리지 못 하는 왕이 살고 있는 별, 허영심 많고 숭배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별, 창피한 것을 잊기 위해 계속 술을 마시는 술고래가 사는 별, 단순히 더 많이 가지는데 목적이 있는 사업가가 사는 별, 아주 작은 별에서 하루 종일 가로등을 껐다 켰다 하는 사람이 사는 별, 탐험가들의 이야기와 증거로만 지리학을 하는 늙은 학자가 사는 별을 거쳐 지구에 왔다. 지구에서 어린왕자가 맨 처음 만난 것은 뱀이었다. 뱀은 그곳이 사하라 사막이라고 가르쳐주었다. 그 뒤 어린왕자는 정원에서 자기 꽃과 비슷한 수천 송이의 장미꽃을 보게 된다. 어린왕자는 자기가 가진 꽃이 유일한 꽃이 아님을 알고 몹시 슬퍼했다. 그 때 여우가 나타나 같이 놀자고하며 어린왕자에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라고. 그러면 자기는 어린왕자의 발소리만 들어도 마치 음악소리를 들은 듯이 굴 밖으로 뛰쳐나오게 되고 밀밭을 보고 어린왕자의 금빛 머리카락을 떠올리며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될거라고..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거라고 말한다.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어린왕자는 자기 별에 있는 꽃이 여러 꽃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다른 어떤 꽃들보다도 소중한 자신에게 하나뿐인 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꽃이 내게는 너희들 보다 더 소중해. 내가 직접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직접 둥근 덮개를 씌워준 꽃이니까. 내가 직접 바람막이로 막아 보호해준 꽃이니까. 내가 직접 벌레들을 잡아준 꽃이니까. 불평을 해도, 자랑을 늘어놓아도, 심지어 때때로 입을 다물고 있어도 나는 다 들어준 꽃이니까. 그건 바로 내 장미꽃이니까.” 여우가 또 하나 중요한 비밀을 알려준다. “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네가 네 장미꽃을 위해서 들인 시간 때문이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 너는 영원히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추락한지 8일 째 되는 날 나는 어린왕자와 함께 물을 찾아 떠난다. 어린왕자는 “별들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어린왕자는 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떠나온 별로 돌아간다. 6년이 지난 뒤 나는 어린왕자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긴다. 이 작품에서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어린왕자가 자신의 꽃을 사랑하는 부분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아주 성숙한 인격을 가진 대상을 사랑하는 것은 쉽겠지만 어린왕자의 꽃과 같이 그렇지 않은 대상은 사랑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런데 어린 왕자는 사랑하기 어려운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했다. ‘사랑의 기술’에서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유아적인 사랑은 “나는 네가 필요해서 너를 사랑해”라고 하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필요해”라고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또한 어른들의 순수하지 못함과 아이들의 순수함을 대비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어른들은 외적인 것만을 보기 때문에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들은 보지 못 하는 반면, 아이들은 내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들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들은 아름답지만 왠지 고독함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작가가 경험했던 비행사로서의 삶이 많이 묻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삽화는 글 못 지않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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