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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를 읽고
권수영 지음/샘터/2022년 발행/206쪽/12,000원 사람들은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 안다. 그런데 정작 공감의 기술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공감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감을 표현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공감의 기술을 배우고자 이 책을 사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권수영 교수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미국 보스턴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종교와 심리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얇고 쉬워서 금방 읽을 수 있고, 공감의 기술의 핵심을 잘 정리해 놓았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가 말하길 공감은 꾸준한 연습과 부단한 자기 노력이 없다면, 한순간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공감은 태어날 때 결정되는 불변의 능력이 아니고,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습득되는 능력도 아닌것이다. 그 능력을 얻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해야한다. 다음은 책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감정이 움직이는 방향도 구심력과 원심력이 있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통찰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가능하다. (원심력은 외부를 향한 감정이고 구심력은 내면을 향한 감정인데 우리 마음에서 원심력보다 구심력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 친구에게 자꾸 화가날 때 -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은 다 이유가 있어서 발생하는 것이다. 분노가 그저 나쁜 감정이기에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화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외부를 향한 분노라는 감정이 생기면 우리 안에는 우리 존재를 향한 또 다른 감정이 먼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구의 말 한마디나 어떤 태도 때문에 순간 화가 난건 사실이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친구로부터 배제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자신의 흔들리는 존재감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구심력 느낌이 견디기 힘들어지면, 친구를 향한 감정은 강하게 외부로 뻗쳐 나가는 원심력이 발산되는 것이다. -> 나의 생각: 감정에 원심력과 구심력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가나는 감정을 자주 느껴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나 자신을 돌아봐야한다는 것을, 분노의 감정 뒤에 나의 어떤 마음과 욕구가 숨겨져 있는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해서 화가나, 나는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저 사람의 태도는 잘 못 되었어. 나는 저 사람이 싫어” 가 아니라 “나는 저 사람에게 존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데 나의 그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니 화가나는구나.” 이런식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그럼으로써 외부로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거두고 내 마음속에 숨겨진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2. 공감 아닌 공감 같은 ‘가짜 공감’ 1) ‘자기노출’ : 나도 그런 일 겪은 적 있어! 위로의 말을 건네야할 때 무슨 말을 건네야할지 몰라서 친구의 경험과 비견할 수 있을 만한 자기의 경험을 꺼낼 때가 많다.(“나도 그런 일 겪은 적 있어” 하면서 자기 얘기 시작)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위로를 받았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친구가 든 생각은 ‘그래서 어쩌라고?’란다. 친구의 얘기에 공감해준다고 시작한 자기노출은 공감 근처도 못 가고 오히려 상대방을 씁쓸하게 만든다. 상대방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상대방이 품고 있는 감정들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무턱대고 해결책만 제시하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의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자신이 가진 경험을 친구와 공유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정을 다루는 일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암에 걸린 친구에게 자신의 친척의 암 투병기를 얘기한다고 하면 친척의 암 투병기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일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암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주변의 심리적 충격, 치료 과정에서 겪게되는 환자의 고통과 가족들의 불안 등을 공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 우리 이모도 작년에 암 진단을 받았거든. 그래서 이런 일이 얼마나 가족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조금 알아. 게다가 너는 아빠에게 그런 일이 생겼으니 얼마나 놀라고 충격이 컸겠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금 많이 불안하기도 할 것 같아.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는 일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사건에서 경험했던 자신의 느낌을 함께 나누는 일은 단순히 자기 노출을 공감으로 이끄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2. 공감 아닌 공감 같은 ‘가짜 공감’ 2) 일반화: 나도 그래, 모두가 다 그래! 논리학에서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모든 사람은 대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만, 모든 경험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대화 중 상대방의 정서적인 경험을 일반화하고 나면, 대화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친구가 우울하다고 말했을 때 “나도 그래. 요즘에는 주변 사람이 다 우울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친구의 우울감이 모든 사람의 우울감과 같은 것이라고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일이 친구에게 도움이 될까? 아마도 친구는 자신의 특정 감정을 모든 사람의 감정처럼 희석해 버릴 때 자신의 감정이 충분히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너만 그런 감정을 가진 게 아니니까 염려하지마’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개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공감하는 일을 방해한다. 우울감이 심해져서 심리상담사를 찾은 내담자의 경우 그가 우울감을 호소했을 때 상담사는 현재 인구통계학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사한 우울감을 가지고 사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지구상에 오직 그 내담자만이 그런 우울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오로지 그의 감정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래야 내담자가 심리적 고통이라고 여기는 감정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공감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너만 그런 감정 가지고 있는 거 아냐! 나도 그래” “공부하는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니? 다들 공부는 힘들어해” “한국에 고3 수험생이 몇 명인 줄 아니? 너만 스트레스 받는 거 아니거든” 이런 일반화의 대화 방식은 대부분 정서적인 대화를 즉각적으로 방해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감해주는 말을 해야할까? 일반화를 막는 ‘에코 기법’(혹은 감정 미러링, 반영하기 기법)을 활용해보자.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그대로 반영해 주는 것이 공감의 기본이다. 예) 친구: 어제 A 선배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는거야. 그래서 진짜 열받았어. 나: 갑자기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창피를 당하다니, 정말 열받았겠구나. 친구: 열받은 정도가 아니야. 집에 가서도 분이 안 가라앉더라고. 어젯밤 한 잠도 못 잤어. 나: 그 정도로? 집에 가서 분이 안 가라앉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구나. (생략) 이쯤에서 그 친구는 눈물을 뚝뚝 흘릴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정서적 경험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태도로 미러링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상대방과의 뜨거운 공감이 이루어진다. 2. 공감 아닌 공감 같은 ‘가짜 공감’ 3) 독심술: 네 마음 내가 다 알아! 독심술에 대한 영어 표현 중에 ‘마인드 레이핑(mind-rap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마음을 강탈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생각은 물론 감정까지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마인드 레이핑이다. 이성적인 사고에 의지하여 판단을 빨리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감정의 세계에 접근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어진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일에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직관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지레 판단하여 안다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 예) 네가 지금 나한테 기분 나쁜 게 있잖아. 그래서 자꾸 내 전화 안 받는 거잖아. 아니야? -> 네가 내 전화 안 받을 때가 있잖아. 그러면 네가 내게 기분 나쁜 게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 실제로 어떤지 좀 알고 싶은데, 이야기해 줄래? 나는 이 책을 읽고 공감의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공감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감이 아니고 상대방의 감정만 상하게 하는 가짜 공감을 잘 알고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상대방이 힘든일이나 감정을 토로할 때 해결책을 제시해주거나 나의 경험을 얘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말만 해주어도 상대방은 기분이 나아진다. 그리고 힘을 얻는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해결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누군가 공감해주는 것이다. 최근 나의 어린 자녀들에게 읽어준 책으로 ‘공감씨는 힘이 세!’(출판: 책읽는곰)라는 책이 있는데 공감에 대해 그림과 함께 쉽게 잘 이해할 수 있게 쓰여져 있어서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공감이 아닌 것과 공감인 것을 비교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이해가 쉽고 공감을 할 때 어떤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픈 사람을 보고 공감하는 마음이 든다면 아픈 사람을 돕고자 하고 실제로 도울 것이다. 공감은 내가 아는 사람에게만 드는 감정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도 공감의 감정이 들 수 있고 공감의 감정은 곧 우리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감은 힘이 센 것이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이 책(공감씨는 힘이 세)도 추천한다. 물론 어른들이 봐도 좋다. 어린이들에게 맞춰져 쓰여진 책을 꼭 어린이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독교 작가 C.S 루이스는 동화책을 즐겨본다고 그의 책에서 말하였다. ‘공감씨는 힘이세’라는 책을 읽고 공감에 대해 알게 된 아이들이 내가 애들에게 무심하게 말을 하면 “엄마, 공감을 해줘야지”라고 당당하게 요구(?)를 해서 당황스러웠다. 공감에 대한 책을 읽고 공감의 기술을 배웠지만 정작 실생활에서는 쓰지 않는 나를 아이들은 참 정확하게 잘 지적한다. (아이들은 나를 깨어있게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존재다.) 뭐든지 알기만 하고 실천을 안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나저나 나도 아이들에게 똑같이 써먹어야겠다. “얘들아, 엄마 마음도 공감을 해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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