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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딸, 달리다'를 읽고
(이현서 지음/ 도서출판 단비 / 초판1쇄 2022년 10월 20일 / 175쪽 / 12,000원) 이 책은 단비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 문학 시리즈 중 하나인데 신문에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어 구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열면 “이 글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 말을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비장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1931-1932년 일제 강점기, 제주도 동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하도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일본인들이 해상권을 장악하고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헐값에 사들인다. 이에 불만을 품은 해녀 몇 명이 모여서 쑥덕거렸는데 그중 한 해녀가 몇일 뒤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 된다. 해녀들은 일본 경찰이나 일본 상인, 혹은 일본 앞잡이가 한 짓이라고 짐작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항의도 못 하고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하며 두려움에 떤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해인’은 열 살 된 아이로 물속에서 숨 참는 것을 못하여 해녀의 삶을 포기하였다. 제주도에 사는 모든 여성이 어렸을 때부터 물질을 배워 해녀로서의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생각할 때 고해인은 별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해인이의 아버지는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나이가 많아 물질을 하기 어려워 열여섯살 언니가 물질을 하여 가족을 먹여 살린다. 이 소설을 통해 옛날 고단했던 해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당시에 여자들은 학교도 못 다니고 글도 배우지 못했다. 오로지 일,일,일만 해야했다. 물질을 하고 나서는 밭일을 해야한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하고도 배를 곯으며 살았다. 해녀들이 힘들게 채취한 것들을 일본인들이 헐값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해인이의 언니 ‘고지인’을 비롯하여 몇몇 해녀들은 야학에 다니며 글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일제에 대항하여 궐기할 계획을 세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가운데 달리기를 잘하는 어린아이 ‘고해인’은 언제 모이라는 말, 순사가 오고 있으니 얼른 숨으라는 말 등 위급한 상황에서 중요한 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낸다. “너의 달리기가 제주의 봄을 맞이하는 데 큰 힘을 실어줄 거야.” 소설 속에 나오는 문장이다. 해인이는 물속에서 물질은 못 하지만 육지에서 달리기는 잘한다. 예전에는 그것이 그녀에게 부끄러움이었지만 이제는 부끄럽기는커녕 자랑스러운 일이 되었다. 해인이는 해녀들을 착취하는 일본 중간 상인 ‘하라’의 아들, ‘히로토’와 우정을 나누는데 그 이야기가 애틋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히로토는 아버지와 달리 마음이 순수하고 착한 아이다. 해인이를 좋아하여 그녀와 자주 어울린다. 해인이가 곤경에 빠졌을 때 해인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대신 위험한 상황에 빠질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다. 해인이의 언니를 비롯하여 몇몇 해녀들의 주도로 수백명의 해녀들이 단결하여 모이는 궐기대회는 성공적으로 열렸지만 결국은 총칼로 무장한 일본경찰들에 의해 해산되고 주도자들은 잡혀가게 된다. 해인이와 어울렸던 히로토와 그의 가족은 같은 일본인들에게 미움을 사서 본국으로 돌아가고 해인이는 일본에 있는 히로토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니 온라인에서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본 바로는 다음과 같다. <‘제주 해녀 항일운동’은 1931년 1월부터 1932년 6월까지 약 6개월 동안 283회에 걸쳐 1만 7천여 명이 참여했던 대규모의 제주 항일운동이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의미 있는 항일운동이었지만 국가유공자로 서훈되지 못한 해녀가 다수 존재해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여성 항일운동이지만, 현재 단 12명만이 독립유공자로 추서됐으며, 그중 9명은 청년 지식인인 혁우동맹 조직원인 남성이고 나머지 3명만이 여성이다. 추서된 김옥련, 부춘화, 부덕량 해녀는 국가보훈청에서 2022년 1월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주 해녀 항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항일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할 것"이라며 주역인 해녀 김옥련, 부춘화, 부덕량, 고차동, 김계석의 이름을 거명했다. 하지만 고차동, 김계석 해녀는 김옥련 해녀의 증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옥고를 치룬 명단에 없다는 이유로 독립운동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출처 : 국민대학교 신문방송사 https://press.kookmi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2469 항일운동을 한 지 90년이나 지나서야 독립운동가로 선정이 되고 그마저도 소수의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투옥되어 고문을 받았던분들 중에서 부덕량이라는 분은 고문 후유증으로 27세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제주 해녀의 삶은 그 자체로도 배울점이 많지만 이 작품을 통해 일제의 수탈에 적극적으로 항거했던 해녀들의 삶을 알게 되어 뜻깊었다. 또한 독립운동가들과 우리의 역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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