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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출판사 – 문학동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묵직한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쿠바에 사는 어부 산티아고 노인은 84일 동안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 했다. 이웃 사람들은 이런 그를 두고 운이 다 했다고 조롱하기도 하지만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85일째도 어김없이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좀 더 먼 바다로 그것도 홀로. 그리고 이틀 낮밤을 물고기와 싸운 끝에 길이가 5.5미터, 무게가 70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청새치를 낚는다. 그런데 물고기를 배에 묶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의 연이은 공격을 받아 힘들게 낚은 물고기를 다 잃어버리고 뼈와 대가리만 남은 물고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줄거리가 정말 간단하고 책 분량도 130쪽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간단한 줄거리,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감동을 준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노인이 사투를 벌여 잡은 물고기는 노인의 적이요, 노인이 정복해야할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노인이 물고기에 큰 애정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저 물고기 녀석도 내 친구지. 저 놈은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굉장한 물고기야. 하지만 난 놈을 죽여야 해. 별들을 죽이려고 애써야 하는 게 아니니 참 다행이야. 그러다가 노인은 먹은 게 아무것도 없는 그 커다란 물고기가 불쌍해졌다. 그렇지만 이런 연민에도 물고기를 죽이겠다는 결심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놈을 잡으면 몇 사람이나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사람들이 놈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없지, 물론 없고말고. 놈의 행동거지와 대단한 위엄을 생각할 때 놈을 먹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노인은 물고기를 친구라고 표현하고 자신이 던진 미끼에 물려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못 하고 노인과 싸우는 물고기를 가엾게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물고기를 위대하다고 표현한다. 그 물고기가 상어들의 공격을 받아 다 먹혀버린 것은 노인의 생각처럼 인간이 그 위대한 물고기를 먹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84일째 물고기를 잡지 못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85일째도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홀로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에서 강인함과 꿋꿋함, 인내, 불굴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상어가 나타났을 때도 고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 상어와 맞서 싸우지만 고기를 뺏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의연함도 감동적이었다. 노인이라고 힘도 없고 지식도 기술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노인은 힘도 셀뿐만 아니라 고기잡이에 있어서만큼은 최고라고 할 만한 지식과 기술을 자랑한다. 고기잡이에 필요한 행동의 묘사가 정말 상세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낚시광이 아니면 쓸 수 없었겠는걸” 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역시나 헤밍웨이는 낚시광이었다. 낚싯배를 구입하고 바다낚시를 즐겨했는데 한 달 동안 낚시여행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등 다수의 훌륭한 작품을 썼고, 노벨문학상도 받았던 헤밍웨이가 말년에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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