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단자들'(최덕성)을 읽고
최근 최덕성 교수의 ‘위대한 이단자’들이란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이 암시해주는 대로 올바른 신앙을 위해 종교 개혁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사람들의 신앙의 진실과 고난, 그리고 순교를 기록한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올바른 신앙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그런 신앙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렵고 목숨 거는 일이어야만 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대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순교자들, 이단으로 정죄당한 위대한 증인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역사 속의 교회는 종종 상을 받아야 할 위대한 신앙인들에게 벌을 주었고 진리의 파수꾼들을 공격하고 박해했다. 로마교회, 로마카톨릭교회, 프로테스탄트교회는 다 마찬가지로 성경과 성경적 진리성이 아니라 힘의 논리와 당파적 시각으로 이단 정죄와 처벌을 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책의 1부에서는 초대 교회의 기독교의 기초를 확립하고자 애쓴 바울, 플라비우스 저스틴, 아타나시우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중세의 피터 왈도, 리용의 빈자들, 그리고 영국의 위클리크와 롤라드 신앙 운동, 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체코 종교 개혁의 선구자 얀 후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리고 비교적 소상하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기록되었다. 저자는 이들의 진실과 교회의 거짓과 횡포, 그리고 이로 인해 죽어간 이런 선구자들의 이야기를 아픈 가슴을 갖고 기록해나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나도 잠시 안타까움과 슬픔에 빠지면서도, 결국에 그들의 용기와 순교가 진리로 가는 큰 길을 만들었다는 사실로 인해 이번에는 반전의 감사를 하게 된다. 기롤라모 사보나롤라도 참된 신앙을 향한 순례의 인생을 살아갔지만 결국 교회에 의해 화형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죽어갔지만 참 신앙을 사모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들을 존경했고 흠모했다. 그리고 교회는 그들을 죽이고 난 후에 그들의 참 신앙을 겨우 인정해주었다. 사보나놀라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 ‘세 사람의 시체들이 성유물로 사용되지 못하게 하려고 완전히 불태운 뒤에 재로 만들어 아르노 강에 뿌렸다. 사보나롤라가 죽은 다음날 몇 사람의 여인들이 화형 장소에 모여 기도했다. 사람들은 여러 해 동안 그곳에 꽃을 갖다 놓았다. 화가 라파엘로는 사보나롤라가 죽은 12년 뒤에 교황 율리오 2세(재위 1503-1513)의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렸다. 새 그림에 설교자 사보나롤라를 성인들의 대열에 포함시켰다. 교황 베네딕투스 14세(재위 1740-1758)는 피렌체의 설교자를 성인 자격을 갖춘 인물로 간주했다.’ 그가 누구든 참된 신앙을 추구하고 이를 주장할 때 교회는 그들을 거추장스러워하며 자기에게 방해가 된다고 먼저 죽이고, 후에 그의 위대함을 인정해 성인이라고 불러주었다. 이러한 교회의 모순은 역사 속의 교회가 저지를 죄가 얼마나 심각하고 많았는가를 말해준다. 우리 생각에 교회는 진리의 터이어야만 한다고 여기지만 교회는 자기 욕심, 추함, 야비함, 잔인함을 보여 주며 진리와 거룩함 대신 죄악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회가 진리 앞에서 얼마나 악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이 책은 말해준다.
2부에서는 마르틴루터, 쯔빙글리, 존 칼빈, 그리고 재세례파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영국의 토마스 크랜머의 이야기가 나온다. 크렌머의 이야기 속에 온갖 박해 속에서 목숨을 걸고 성경을 영어로 번역해낸 틴데일의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에 없는 단어는 만들어가면서까지 히브리 원전과 헬라 원전을 마침내 영어로 만들어낸 이야기, 그것이 영국에 밀반입 되다 들켜 다 타버린 것, 그래도 포기않고 계속 영어 성경을 찍어 보급하는 틴데일의 진리 사랑의 열정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억압의 분위기가 끝나고 제임스 1세가 왕명으로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게 한 이야기나 나올 때는 안도의 한숨과, 감사가 나오기도 한다. ‘야, 드디어 영국 국민들이 자기 말로 된 성경을 이제 자유롭게 읽게 되었구나!’ 오늘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성경 하나만해도 역사 속에 허다한 우여곡절과 그 누군가의 폭력과 순교, 간절함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새삼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성경을 다시 만져보고서 이렇게 성경을 우리 말로 읽게 해준 수많은 믿음의 선조들의 헌신과투쟁을 생각하며 감사하게 된다.
진리가 진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단으로 정죄되어 수많은 믿음의 선각자들이 참수로, 화형으로, 수장으로 죽어간 이런 이야기는 우리 교회사의 이야기이면서도 사실 오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인들 모두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종교 개혁의 역사는 더 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 개혁 500 주년을 앞둔 이 때에 ‘위대한 이단자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수많은 신앙 편견 속에서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우리 이야기이다. 성경의 진실보다 교회가 먼저고, 교단의 결정이 우선되는 일이 사실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 하다. 누가 하나님이 미워하는 악마가 되고자 이단이 되겠는가? 교회는 누구의 외침이든 겸손히 경청해주고 함께 성경의 진리를 논할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진리를 외면하며 타협하고 포용하라는 말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상호간의 진지한 대화와 인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의 노고와 문제의식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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