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를 읽고
(출판사 – 청아출판사)
인구도 많고 땅도 무지 넓은 중국이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역사적 굴곡과 변천과정을 겪었지만 정치적인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집권체제를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뒷받침한 것이 바로 법가 사상이다. 법가 사상은 한마디로 엄격한 법에 따라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상이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기에 살았던 한비자가 쓴 책으로 법가 사상을 총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흔히 한비자는 서양의 마키아벨리와 비교되곤 한다. 두 사람이 살았던 시대가 여러 나라로 분열되어 있던 시대였고 강력한 군주의 권력을 내세워 강력한 통일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주장을 펼쳤다는 점은 공통점으로 볼 수 있지만, 마키아벨리가 위대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한비자는 정치에서의 원칙, 즉 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였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청아출판사에서 나온 ‘한비자’책은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 1권만 읽어보았다.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이 계속 반복되어 약간 지루한 느낌도 있었다. 한비자가 주장한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상벌제도를 분명히 하고 지위고하, 친분관계에 좌우됨 없이 공평하고 철저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나와 친한 사람이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봐주고, 안 친하거나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안 봐주고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옛날에는 이 당연한일이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생각해보니 옛날만 그런 게 아니라 오늘날에도 그런 것 같다.) 한비자가 입에 거품을 물고 주구장창 이 주장을 펼친 것 같다. 법도를 무시하고 자기 임의대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요임금이라도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지 못 할 것이고, 평범한 군주라도 법도를 지켜 나랏일을 다스린다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라를 잘 다스려 공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재밌는 예화도 많이 실려 있다.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진의 효공에 의해 등용된 위나라 출신의 상앙이라는 사람은 법을 만들어 시행하기 전에, 백성들에게 ‘국가는 절대 거짓말 하지 않는다. 국가는 공표한 바를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다음과 같은 일을 꾸몄다. 먼저 높이가 6m쯤 되는 나무를 진의 수도인 함양의 남쪽 성문에 걸어두고, 그 옆에 <누구든지 이 나무를 북쪽 문에다 옮기면 상금으로 금 열 돈을 주겠다.> 라고 방을 붙였다. 그런데 백성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거짓말이나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나무를 옮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상앙은 다시 상금을 금 50돈으로 올렸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어떤 한 사람이 “밑져야 본전이지. 땀은 좀 나겠지만, 혹시 알아? 진짜로 줄지?” 라고 하며 나무를 옮겼다. 사람들은 낑낑거리면서 나무를 옮기는 그 사람을 보고 “저런 멍청이. 참, 할 일도 없다” 고 하며 비웃었다. 드디어 북문으로 나무가 옮겨졌는데 상앙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무를 옮긴이에게 금 50돈을 상으로 주었다. 이 일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진나라 사람들은 ‘나라에서는 절대로 거짓말은 안 한다. 한다면 반드시 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다. 이제 ‘나라가 정한 법률이 아무리 엄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하겠구나. 지키지 않으면 가혹한 처벌을 정말로 받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더불어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국 7웅 중 변두리 약소국에 불과했던 진나라는 법치에 바탕을 둔 통치로 강력한 군대와 부유한 국가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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