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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고
(출판사 – 소담출판사) 사랑은 사랑인데 광기와 집착의 성격을 띠는 사랑. 증오도 함께 있는 사랑. 그러나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 이런 사랑을 그리고 있는 것이 이 소설 ‘폭풍의 언덕’이다. ‘제인 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의 동생인 에밀리 브론테는 30세에 폐결핵으로 죽기 1년 전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녀가 죽은 이후 다른 소설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설은 그녀의 유일한 소설로 알려져 있다. 30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간 에밀리 브론테. 그러나 그녀가 죽은 뒤 170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의 작품 ‘폭풍의 언덕’.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워더링 하이츠’라는 저택의 주인인 언쇼는 출장을 갔다가 거리를 헤매고 있던 고아(히드클리프)를 만나 집으로 데려와 키운다. 언쇼는 자신의 친 아들(힌들리)과 딸(캐서린)보다도 히드클리프에게 더 큰 애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런 언쇼가 죽자 아들인 힌들리는 전보다 더 심하게 히드클리프를 학대하고 그에게 아무런 교육도 시키지 않고 하인들과 똑같이 일을 시킨다. 반면, 캐서린은 히드클리프에게 연정을 느껴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캐서린은 애드거 린턴과 결혼을 해버린다. 이에 격분한 히드클리프는 가출을 하여 모습을 감추었다가 3년 뒤, 부유하고 멋진 신사가 되어 캐서린 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증오와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던 그는 자신을 학대했던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을 학대하고, 캐서린의 남편인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와 결혼한 뒤 그녀를 학대한다. 이사벨라는 그에게서 도망친 뒤 그의 아들 린턴을 낳고 죽는다. 캐서린은 히드클리프와 남편 에드거 사이에서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어 정신착란을 일으키다, 딸(캐서린)을 낳은 후 죽는다. 나중에 에드거까지 죽자, 히드클리프는 마지막 복수로 에드거의 딸과 병약한 자신의 아들을 강제로 결혼시킨 후 에드거의 재산까지 손에 넣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계획이 완성될 즈음 그의 복수는 끝나고 만다. 아들 린턴이 죽고 캐서린(에드거의 딸)과 헤어턴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히드클리프 자신도 원수의 아들인 헤어턴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히드클리프는 무덤에서 자기를 부르는 캐서린의 환영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캐서린은 히드클리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보람은 바로 히드클리프야.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해도 그만 살아남는다면 나는 계속 존재할 수 있어. 그렇지만 그 사람이 사라져버리면 우주 전체가 모두 차갑게 변하고 말 것이고, 나는 이 우주와는 상관도 없고 그 일부도 아니라는 기분이 들거야. 린턴에 대한 나의 사랑은 숲의 나뭇잎 같은 것이지. 겨울이 오면 그 모습이 변하듯이 세월이 흐르면 자연히 변하게 되리라는 걸 나도 알아. 하지만 히드클리프에 대한 사랑은 땅 속의 천년 묵은 바위와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기쁨의 근원이야. 넬리, 내가 곧 히드클리프야. 그 사람은 영원히 내 마음 속에 살아 있는거야.” 히드클리프는 글도 못 읽고, 가문이 어떤지도 알 수 없는 길에서 주워온 아이였으며, 성격이 거칠고 사랑할만한 조건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 그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캐서린이 왜 히드클리프를 그토록 사랑했는가 의아했다. 그런데 캐서린은 히드클리프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가 자신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했다. 캐서린을 향한 히드클리프의 사랑도 만만치 않다. 그는 에드거 린턴이 온 힘을 다 기울여서 80년 동안 캐서린을 사랑한다고 해도 자신의 하루치 분량만큼도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덤을 파헤쳐 캐서린의 백골을 보면서도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그녀가 죽은 후 20년 동안에도 내내 그녀 생각만 하다가 마지막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그녀 곁으로 간다. 캐서린과 히드클리프가 서로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방을 ‘조건 없이’ 순수하게 사랑했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절이었던 10대 때 처음 이 소설을 읽고 이 소설에 푹 빠졌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읽었을 때는 현실적이고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이 소설을 읽다보니 예전만큼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사랑한다면서 왜 미워하기도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소설로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이 소설을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다시 꺼내보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냥 아름다운 세계만 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진실을 보려는 노력도 해야 할까. 작가도 이 소설을 통해 아름다운 사랑만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시소의 양쪽에 동일한 무게의 물질이 놓여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사랑과 증오가 서로 반대편에 자리 잡고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행복하기만을 바랄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고 질투심과 분노의 마음도 같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하든가 미워하든가, 선하든가 악하든가. 대립되는 성격 중 하나의 속성만을 가지고 있지 않고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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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2016-11-29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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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문학에는 광적인 면이 많습니다. 원초적이고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붓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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