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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읽고
(출판사 – 민음사) 이 책의 작가 솔제니친은 러시아 태생으로,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8년 동안 강제 노동 수용소 생활을 했다.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이 책을 썼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이 책을 비교한다면 공통점은 두 책 모두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체제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인간 존엄성을 짓밟히며 수용소 생활을 한 것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일단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비소설이고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소설이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내용적 차이점은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가해자들의 냉혹한 비인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피해자들의 진실한 인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면서는 치를 떨게 되지만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읽으면서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사람의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평범한 농부였던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이하 슈호프)는 독소전 참전 당시 독일에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뒤 간첩 행위를 한 것으로 오인되어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목으로 강제 노동수용소에 끌려와 팔년 째 수감 중이다. 여느 때와 같이 새벽 5시에 기상한 슈호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영하 30도가 넘는 추운 날씨에 작업노동을 나간다. 그런데 그날따라 운이 좋다. 운 좋은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슈호프는 흡족해하며 잠자리에 든다. 소설 본문을 인용해 본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십년을, 그러니까 날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오십삼일을 보냈다.” 매일 멀건 양배춧국 두그릇과 빵 몇 조각만 먹으며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영하 30도가 넘는 추위에 중노동을 하는 죄수가 국 한 그릇을 더 먹었다고, 그 날 작업량이 다른 날보다 조금 적었다고 행복해하고 감사하는 것을 보며 정말이지 인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감사하지 못할 상황이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과 근심, 불평과 불만, 부정적인 생각들에 휩싸일 때가 많은데 이런 생각들을 물리치고 평안과 행복으로 들어설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감사하는 것 뿐인 것 같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그 중 알료쉬카는 하나님에게 기도를 드렸다는 죄목으로 25년 선고를 받고 강제수용소에 보내진 인물인데 그는 수용소 안에서도 계속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는다. 슈호프는 알료쉬카에게 기도는 해도 소용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알료쉬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반 데니소비치! 식량 소포가 오게 해달라거나 양배춧국 한 그릇을 더 달라고 기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인간이 가장 귀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도 하나님에게는 아주 하잘것없는 추악한 것이랍니다. 우리 영혼에 관한 기도를 드려야 한답니다. 주님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죄를 깨끗하게 씻어주시고, 사하여 주시라고 말입니다. 뭣 때문에 당신은 자유를 원하는 거죠? 만일 자유의 몸이 된다면, 당신의 마지막 남은 믿음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감옥에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셔야 해요! 그래도 이곳에선 자신의 영혼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너희가 어찌하여 울어,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느냐?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 받을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하였노라!고 하신 말씀을 우리는 명심해야 해요” 슈호프는 처음에는 알료쉬카의 말을 비웃었지만 그의 진실한 신앙고백을 듣고는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자기가 힘들게 얻은 비스킷 두 조각 중 한 조각을 그에게 내민다. 이 책은 정치적 신념으로 똘똘 뭉친 투사가 아닌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억울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인내하고, 선한 것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간디의 비폭력 저항처럼 그들은 선한 것으로써 악한 것을 고발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듯하다. 이 점이 이 책이 부조리를 고발한 다른 책들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점이다. 책을 읽고서 이 책이 왜 그렇게 훌륭하다고 평가받는지, 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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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2016-11-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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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20대 초반에 읽었는데 그때는 내가 예수님을 안믿을 때라 알로쉬카가 눈에 안들어왔었는데 소설속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네요 이 책을 읽고난 후 시베리아 수용소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의 '까샤 한그릇의 행복'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다시 읽어보면 감동이 또 다르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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