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고
(출판사: 문예출판사)
헤세의 팬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의 작품을 여러 편 읽게 되었고 그렇게 읽다보니 이 작가의 관심사와 세계관을 좀 더 뚜렷이 알게 되었다. 헤세는 그의 작품들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작품도 그러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인데 특이하게도 배경이 인도이고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서양인인 작가가 어떻게 동양무대와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외할아버지는 동양학자이고 그의 어머니는 동인도 태생이었다. 또, 헤세는 1911년에 인도를 여행했고 1913년에는 인도 여행기 <인도에서>를 쓰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싯다르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는 도를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숲속의 사문들(수도자) 곁에서 고행을 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둘은 만족을 하지 못하고 완성자라고 일컬어지는 고타마 붓다에게로 가는데 고빈다는 붓다에게 귀의하나 싯다르타는 붓다에게도 만족하지 못 하고 도를 찾아 방랑길에 오른다. 싯다르타는 몇 년 간 기생 카마라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상인 카마스바미에게서 장사와 부유함을 배우지만 이러한 것들은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닫고는 절망에 빠져 자살을 하려고 한다. 자살을 하려던 찰나 그는 강에서 신비스런 음성을 듣고 절망에서 빠져나와 뱃사공 바수데바의 조수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붓다를 찾아가던 카마라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만나는데 카마라가 독사에 물려서 죽자 싯다르타는 자신의 아들을 거둔다. 버릇없고 길들여지지 않는 아들로 인해 싯다르타는 잠시 부성애의 번뇌를 겪지만 싯다르타는 온갖 번뇌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의 이름 뜻대로 결국 완성자가 된다.
이 작품에는 불교용어와 사상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렵기도 하고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어서 그러한 부분들은 가볍게 넘어가고 전체적인 줄거리만 파악하려고 애썼다. 도를 찾아 각자의 길을 떠났던 고빈다와 싯다르타의 삶이 대비되는데 고빈다는 속세를 등지고 금욕과 고행을 통하여, 교리와 스승을 통하여 도에 이르고자 하였고, 싯다르타는 그와 반대로 속세에서, 질서와 혼돈을, 방탕한 생활과 경건한 생활을 모두 경험함으로써, 그리고 스승이나 교리가 아닌 내면의 소리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도를 찾아 갔다. 결과적으로 누구의 삶이 옳았을까. 이 작품에서는 싯다르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말년에 고빈다와 싯다르타가 다시 만났을 때 고빈다는 자신의 마음에 아직도 평화가 없음을 고백했고, 싯다르타가 완성자가 되었음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 주관이나 자기 생각은 없이 교과서와 선생님의 말씀만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교실 안 범생이보다 밖으로 나돌아 다니며 문제도 일으키고 험한 일도 해 보고 여러 가지를 경험해본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문제아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더 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믿는 종교와 다른 종교이기는 하지만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구도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감명 깊었고, 자아성장의 방법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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