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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읽고
(출판사 – 열린책들)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라고 불리는 조지 버나드 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자신이 만든 조각품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그리스 신화에서 제목과 모티브를 빌려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음성학자인 히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은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일라이자)에게 언어교육과 예절교육을 시켜 기품 있는 공작부인으로 만들 수 있는지 내기를 한다. 6개월간 혼신으로 노력한 결과 일라이자는 대사관 파티에서 사람들의 눈에 왕족으로 보일만큼 완벽히 변모한다. 일라이자를 변모시키는 실험이 끝난 후 일라이자는 귀족들의 세계에 눈을 뜬 자신이 더 이상 거리에서 꽃을 팔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지 않고 단지 실험대상으로만 여긴 히긴수 교수에게 분노한다. 다음은 이 희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이다. 일라이자: 진실로 숙녀와 꽃 파는 소녀의 차이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접을 받느냐에 달렸죠. 저는 히긴스 교수님께는 언제나 꽃 파는 소녀일 거예요. 왜냐하면 그분은 저를 언제나 꽃 파는 소녀로 대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대령님께는 숙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대령님은 저를 언제나 숙녀로 대해 주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거니까요.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할 줄도 모르고 교양도 없던 일라이자가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에 깜짝 놀랐다. 일라이자의 변화가 단지 겉모습을 치장하고 말투를 세련되게 고친 수준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교양을 습득하고 자아성장을 이룬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라이자의 말은 일리가 있다. 그녀가 숙녀답게 행동해도 히긴스가 그녀를 함부로 대한다면 히긴스에게 그녀는 숙녀가 아닌 것이고 그녀가 비천한 소녀여도 피커링대령처럼 그녀를 인격적으로 대한다면 그녀는 피커링대령에게는 숙녀인 것이다. 히긴스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일라이자는 신화 피그말리온과는 달리 히긴스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일라이자는 자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내긴 했지만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지 않는 히긴스가 아니라 별 볼일 없어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프레디라는 청년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신화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쇼는 자신의 희곡에서 결말을 다르게 함으로써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고자 한 것 같다. 일라이자를 통해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또, 독립된 존재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신여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쇼는 이 희곡을 통해 당시 영국사회의 빈곤층 문제라든가 신분제도의 모순, 교육의 문제 등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한다. 대사관 파티에서 귀족들이 일라이자에게 반한 모습을 보면서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이는 날 때부터 귀족이 정해져있는 신분제도를 풍자하는 듯 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이 작품을 보면 교육의 힘이 어마어마한 것처럼 나온다. 교육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 작품에서도 보다시피 사투리와 비속어를 쓰는 교양 없는 소녀도 왕족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라이자가 힘들게 교육받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고 몇 줄로 뭉뚱그려서 요약되어 있어서 교육의 힘든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누구든 쉽게 교양 있는 인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착각에 빠질 수 있는 것 같다. 히긴스도 일라이자를 교육시키면서 수 없이 절망하고 힘들었겠지만 일라이자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히긴스가 훌륭한 선생이기도 했지만 일라이자가 훌륭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라이자가 누구보다도 예민한 귀를 가지고 있다고 히긴스가 극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것을 통해 일라이자가 언어를 배우는데 자질이 있음을 알 수 있고 또한 일라이자가 히긴스 교수가 주는 모욕을 참아가면서 열심히 배우려고 했기 때문에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었지 배우려는 의지도 없고 자질도 없고 선생이 주는 모욕을 참지 못 했다면 그녀는 변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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